• 전체메뉴보기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에 자리한 집. 미술인 부부인 박태호·이상희 씨의 소박한 꿈이 담긴 공간이다. 이곳은 누군가의 품에 안긴 듯한 편안하고 따스함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갖춘 데에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라산 정상과 맑고 깨끗한 바다,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풀, 노랗게 익은 감귤, 1200여 평의 유채밭까지……. 이들 부부는 전원을 사랑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돌 하나 나무 하나에도 사랑을 쏟았다고 한다. 이 계절에 따듯한 남쪽의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라벤다 & 로즈’ 펜션으로 떠나보자.




건축정보

·위 치 : 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

·부 지 면 적 : 2000여 평

·연 면 적 : 96평

·건 축 구 조 : 스틸하우스+철근콘크리트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난 방 형 태 : 가스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전원주택입니다. 미술인 부부가 가꾸고 있는 예쁜 공간입니다. 저희 부부는 오래 전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바랐습니다. 카메라와 그림 도구 하나 달랑 둘러매고,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오랫동안 준비를 했습니다. 7년 정도 준비를 해서 이곳에 뿌리를 내린 지 2년이 되어 갑니다. 육지와는 먼 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지인들의 원망도 들었습니다. 아직 자연의 참맛은 모른다지만, 집을 꾸미고 화초를 가꾸면서 흙이 주는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화려한 실내 인테리어는 아닙니다. 모든 부대시설을 갖춘 고급스러운 건물은 더욱 아닙니다. 다만, 전원을 사랑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돌 하나 나무 하나에도 사랑을 쏟았습니다.”

박태호(48세)·이상희(44세) 부부가 5월 14일 본지 홈페이지 ‘취재 요청’란에 올려놓은 글이다.

바다와 산, 들판이 골고루 아름다운 제주는 어느 계절에 가도 후회하지 않는다. 바다를 끼고 돌며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 깊고 맑은 산자락 구석구석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한라산의 명소들. 아울러 해질 무렵 산하를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의 장관은 제주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미술인 부부인 박태호·이상희 씨의 소박한 꿈이 담겨 있는 ‘라벤다 & 로즈’ 펜션이다.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갖춘 데에다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맑고 깨끗한 바다 조망이 가능하며,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풀과 노랗게 익은 감귤, 1200여 평의 유채밭까지… ‘라벤다 & 로즈’ 펜션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을 쏙 빼다 박았다.




도시를 넘볼 수 없는 곳으로 간 부부


살다보면 처음 봤는데도 전혀 낯설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들 부부가 그랬다. 박태호·이상희 부부의 첫 인상은 포근하고 다정다감한 이웃사촌을 보는 듯했다. 맑고 편안해 보이는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억양은 고르면서 부드러워 첫 대면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알던 사람을 대하는 것같이 편안했다.


“어디에서 이런 여유를 찾았나요?” 라고 묻자, 이들 부부는 웃음 섞인 “글쎄요.” 라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전원에서 살다보면 이들처럼 여유와 웃음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인지…….

이들 부부 역시 한 때는 치열한 경쟁 관계 속에서 전투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승진이 안 되면 왠지 남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아 스스로 견딜 수가 없어 앞만 보고 달렸다는 이상희 씨.


“승진을 위해, 4년 동안 한 평도 안 되는 학교 인근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족과는 생이별을 하다시피 지냈지요. 그때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뜩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더군요. 결국 남은 것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박태호 씨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단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내가 보기 좋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편견과 모순 앞에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부아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아내가 건강을 잃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그만 포기하자고 말렸습니다.”


사회생활에 회의를 느끼면서, 부부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소싯적 전원에서 생활하며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지내던 추억들이 한올지게 떠올랐는데, 그 행복을 다시 찾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도시생활을 접고 전원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예 도시로 돌아올 엄두를 낼 수 없는 곳으로…….


첫 후보지로 떠올린 곳이 강원도 횡성군 둔내였으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도시로 나갈 수 있고, 또 주변에서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예 육지를 떠나기로 했다. 결국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자연환경이나 제반 조건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비행기를 타면서까지 육지로 통근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제주도의 풍광을 쏙 빼닮은 공간


이들 부부는 4년 전 마땅한 부지도 알아볼 겸 제주도 여행을 했다. 그때 마음에 쏙 드는 부지를 찾아내는 뜻밖의 행운을 낚았다고.


“행운이 따랐던 것 같네요.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어렵다는 부지를 여행하면서 손쉽게 찾아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부지 2000평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구입했다. 의외로 손쉽게 부지를 마련하자, 이후 과정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건축 구조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스틸하우스로 정하고, 건축업을 하는 아는 사람에게 맡겼다. 2003년 봄에 시작한 공사는 그해 여름 완공을 보았다.
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 해발 300미터 청정고원에 앉혀진 이 주택은 30평형 두 동과 12평 객실이 세 개 딸린 36평으로 이뤄졌다. 온 가족이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세 채로 채 나눔을 했다고.


“나중에 이곳에서 가족이 함께 살 계획입니다. 그때까지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나마 편히 쉬어가는 쉼터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30평형은 패밀리 룸으로 거실과 주방, 침실(2), 욕실로 구성됐다. 내부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운 가구와 화사한 색상의 벽지로 중후하면서 세련되게 연출했다. 12평형은 신혼부부의 컨셉에 맞춰 원룸형으로 꾸몄으며, 조망과 채광을 고려해 전후면으로 큰 창을 내고 실루엣 커튼으로 분위기를 은은하게 연출했다. 특히 나무와 식물을 이용하여 아늑하면서 따스한 느낌이 드는데, 이상희 씨의 센스가 발휘된 부분이다. 집에 들어오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편안하게 내부를 꾸몄다고 한다.


객실마다 침대와 냉장고, TV, 에어컨, 싱크대,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헤어드라이어, 문갑, 식탁, 욕실(세면대, 변기, 샤워부스, 렌즈 세척액) 등이 비치돼 있고, 외부엔 별도의 테이블이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이 주택의 백미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깔끔하면서 정갈하게 꾸며 놓은 정원이다. 집에 들어서면, 애완견 베이니의 장난기 어린 재롱과 함께 짙푸른 잔디 위에 오밀조밀하게 가꿔진 정원에 시선을 빼앗긴다.


정원 곳곳에 피어 있는 금난화와 로즈마리의 절묘한 조화와 라벤다와 페퍼민트가 흐드러진 광경은 조경수인 감귤나무와 홍가시, 단팔수 등과 송림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집 옆 1200여 평의 유채밭을 따라 뒷산에 이르는 산책로도 매우 운치 있는 경관을 자랑한다.


정원 곳곳에 전시돼 있는 펜션지기인 박태호 씨의 조각 작품 또한 볼거리다. 대부분이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안주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났다고 한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동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있는가 하면, 동자승의 모습, 생각하는 모습 등 다양한 조각품들이 정원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게 한다.



그곳에서 살고 싶어라


이곳은 한 번 찾아온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1년에 네 번이나 온 고객도 있단다.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도로 본사를 옮기면서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현(34세)·임주연(34세) 부부와 아들 동우(4세) 시우(2세) 가족. 이들은 지나는 길에 이곳이 마음에 끌려 하룻밤 묵기로 한 것이 벌써 3개월째다.


“첫 눈에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공기 맑고 조용하고, 생활하는데도 불편함이 없어 너무 좋아요. 서울 아파트에서 살 때는 아래층과 이웃집 눈치 보느라 맘대로 뛰지도 못했는데, 이곳은 아이들의 천국입니다. 또 펜션지기가 사람을 너무 편하게 대해 줘서 내 집처럼 살고 있어요. 이곳의 매력에 빠져 살다보니 하루가 어느새 3개월이 지났네요."


자연 그대로를 빨아들인 펜션은 찾는 이에게 어릴 적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마치 누군가의 품에 안긴 듯한 따스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삼다도 풍광을 한자리에 담은 제주 '라벤다 로즈' 펜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