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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사는 장점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애완견 기르기는 단독주택에 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물론 아파트에서도 소형 견은 기를 수 있지만 사실 이웃 등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애완견에게도 좋은 환경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사람 위주라지만 놈들도 햇볕을 보고 마당에서 뛰어 놀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더욱이 좁고 답답한 아파트에서 진돗개와 같은 놈들을 기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진돗개는 여러 면에서 다른 애완견과는 다르다.
지금도 집 안에서 요크셔테리어라는 소형 견을 기르고 있고 그동안 시베리안 허스키 등 다른 애완견을 길러 본 바에 의하면 진돗개만한 놈은 없다. 우리나라 개라서가 아니라 놈의 깔끔함과 영리함, 충성심 등에서 다른 어느 개와 비교할 수 없다. 특히 내가 진돗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같이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돗개와 함께 달리기

진돗개의 충성심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놈은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으로 절대 주인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나 가족을 잘 따르고 애교를 부리는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집에 들어 올 때는 반드시 아는 체를 해야 하고 특히 용변을 보게 해 주어야 한다.

진돗개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깔끔함이다. 놈은 훈련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절대 자기 자리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지 않는다. 특히 집을 잘 만들어 준 이후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실수를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깨끗하다.

언젠가 이틀 동안 가족이 강원도에 다녀 온 적이 있는데 그 사이에도 일을 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아침과 저녁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일을 보게 해 주지 않을 수 없다. 또 놈은 밖에서도 그냥 길 위에다 실례를 하는 법이 없다. 놈이 일을 보고 싶을 때는 약간 한적하고 흙이 있는 곳을 찾아 정신 없이 뛰어간다. 평소에도 뛰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급한 형편에 5분 정도는 이리 저리 일볼 자리를 찾고 그러다 보니 멀리까지 뛰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놈 때문에 자연스럽게 뛰기 시작하여 매일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운동을 하기 싫은 적도 있지만 놈 때문에 뛰지 않을 수 없다. 또 이왕 뛰는데 놈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운동이 될 만한 거리를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뛰고 나면 몸이 풀려 자연스럽게 역기와 아령 등 다른 운동으로 이어져 매일 운동을 하게 된다.

놈과 함께 새벽공기를 마시며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일은 여간 즐겁고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뛰는 길에는 노란 유채 꽃밭과 채소를 기르는 밭과 낮은 야산도 지난다. 어디 서울에서 더욱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가?

뛰는 동안에는 토끼가 좋아하는 풀도 준비하고 닭들을 위하여 연한 풀을 뜯어 오는 일도 같이 한다. 퇴근 후에도 피곤하지만 놈의 애교 섞인 간절한 행동을 보면 또 뛰지 않을 수 없다.


게으른 아파트 생활

이런데 비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 요즘 아파트는 단지 조성도 잘 되어 있고 특히 조경 등이 너무나 훌륭하다. 거기다 요소요소에 운동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그야말로 운동하기에 너무나 좋을 뿐 아니라 아파트 주변에도 운동과 산책하기 좋은 곳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기이하게 한번 아파트에 들어가면 도대체 나오기가 싫다. 더욱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난 아침에는 엄청나게 큰 맘 먹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다.
그냥 엘리베이터만 타면 1층까지 데려다 주는데도 좀처럼 집 밖으로 나오기가 싫다. 집에 들어오면 마음이 풀려서 그런지 그저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게 된다. 밖에 그렇게 훌륭한 시설이 있는데도 손 하나 까딱하기 싫다. 굳이 따진다면 옷을 갖추어 입어야 하고 또 거울이라도 한번 쳐다보아야 하고, 때로는 춥다고 혹은 비가 온다고 하여간 이러저러한 핑계로 1층에 내려오기 쉽지 않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나같이 부지런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러니 그 좋은 환경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원래부터 움직일 필요 없을 정도로 편하게만 만들어 놓은 아파트라는 특성이 우리들을 그렇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또 아무리 내 아파트에 있는 시설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짜로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독주택에 살다 보면 아무리 늦게 퇴근을 해도, 날씨가 추워도 심지어 비가 오는 날에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놈의 진돗개 탓에 그냥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얼마나 살랑대고 애교를 부리는지 놈을 못 본 체 지나칠 수가 없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빨리 나오라고 컹컹대고 난리다. 그래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주어야 성이 풀리니 어찌 집 안에 그냥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이왕 나왔으니 마당을 돌아보고, 꽃밭에 풀도 뽑아 주고, 마당 앞 숲에 입주한 딱새 네도 보고, 연못의 물고기에게도 아는 체를 해 주어야지 또 토끼도 어느새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고, 잠자리에 찾아 든 닭들도 점검하고……. 하여간에 단독주택에 살면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진정한 재미가 아닌가?

사랑하는 '진이'.
놈의 이름은 '진이'다.
아내가 처음 데려왔을 때 지어준 이름이다. '워리', '메리' '도그', '검둥이', '흰둥이' 등등 놈들의 옛날 이름은 우습기도 하다.
'진이'는 진돗개라는 것과 남자라 해서 지은 이름으로 놈에게 잘 어울린다.

'진이'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에게서 분양을 받았다. '진이'가 태어난 날은 2003년 5월 20일로 고향은 경기도 이천이다. '진이'의 형제는 모두 남자로 네 형제 중에 가장 오동통한 놈이었다.

처음 '진이'를 맞으러 가던 날은 우리 네 식구가 모두 출동을 하였는데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들과 딸은 놈을 맞이하기 얼마 전부터 과연 어떤 놈일까 기대가 대단했다. 다행히도 우리들이 기대하던 이상으로 놈은 귀엽고 토실토실한 흰둥이였다.

'진이'는 이 집이 완성되기 전 아파트에 살 때 처음 우리에게 왔다.
아파트에 사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애완견을 길러보자고 엄청나게 졸라댔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으나 새로이 집을 짓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진이'를 데려온 것이다.

'진이'는 처음에 고생을 했다.
집이 완공되기 전에 데려왔으므로 아파트에서 몇 달을 지냈다. 그런데 놈의 성장이 어찌나 빠른지 집에 온 지 몇 개월이 지나니 도저히 거실에서 기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베란다에 두지 않을 수 없었는데 놈의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이웃에서 말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베란다에 있는 동안에도 우리들과 같이 있겠다고 아우성을 쳐 별 수 없이 건축 중인 현장에 두었다.

그러니까 가족을 떠나 있는 데다 낮에만 잠깐 가서 봐 주고 하여간 우리가 입주하기 전까지 아파트 거실에서 베란다로 현장의 옥상으로 그리고 마당으로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충성스런 '진이'. 놈도 넓은 새 집으로 이사 온 것을 너무나 좋아했다.
아파트에서 답답하게 살다가 넓고, 잔디가 있고, 햇볕이 있는 마당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하던지. 거기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이웃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짖어댈 수 있으며 용변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보답인지 놈은 집을 잘 지켜 우리를 편하게 해 주었다. 컹컹대는 소리도 우렁차 감히 낯선 사람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하여 무섭다고 한다. 사실 우리도 처음 이곳에 집을 지으려할 때 그런 것이 염려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몇 년을 살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대로변에 있어 가로등이 대낮처럼 밝은 탓도 있고 경찰차가 수시로 순찰을 돌아 주어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진이'와 집 안에 있는 '봉달이'(요크셔테리어) 녀석 때문이다.

정말이지 개는 영물이다. 아무리 늦은 시간에 돌아와도 또 비가 오거나 어두운 날에도 놈들이 어찌 그리 충성스럽게 집을 잘 지켜 주는지 전혀 무섭지 않다. 참으로 우리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하고 좋은 친구다.

이러한 '진이'에게 금년 봄에 아주 멋진 집을 지어 주었다. 지난 번에도 손수 집을 만들어 주었지만 이번에 만든 집은 전용 마당인 거실과 추울 때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침실까지도 갖춘 집이다. 거실 바닥은 방부목을 깔아 쾌적하게 해 주었고 집 앞에는 채송화, 국화, 영산홍 등이 있는 꽃밭도 만들어 주었다. 방부목을 사용하여 지나치게 비용이 들었다거나 너무 호화롭다고들 하지만 놈도 이곳을 너무 좋아하고 깨끗하게 살아 주니 고맙다. 이것은 내가 설계하고 또 직접 만들었지만 솔직히 이런 개집은 나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좋다.
그러나 놈이 우리에게 하는 것에 비하면 이보다 훨씬 잘해 주어도 부족하다.

우리를 이토록 반겨 주고, 알아주는 이 그 누군가?
어느 누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리를 이토록 잘 지켜 줄 것인가?
언제나 변함 없이 꿋꿋하게 자기 임무를 다하는 '진이'와 같은 친구는 이 세상에 없다.田


김인환<건축사, TAS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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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에세이] 전원주택과 애완견 진돗개와 함께 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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