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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개한 오행별 대표 먹을거리들은 플러스적 음식들이었다. 체질과 현재의 몸 상태를 감안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그것만 잘 따른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호에 소개하는 설탕(土기운의 대표 식품)은 마이너스적 음식물, 즉 가급적 섭취를 피해야만 하는 식품의 전형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본다면, 오늘날의 음식문화가 심각하게 설탕에 절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근 슈퍼마켓을 한번 둘러보자. 공산품이나 농수산물을 뺀 거의 모든 상품에는 설탕이나 대체 감미료가 아주 많이 들어 있다. 원래, 위장을 보하는 단맛(甘味)은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먹을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밥을 주식으로 하기에, 이미 당〔甘味〕의 원천인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문제는 주식 이외로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엄청난 양의 당(설탕)이다.


당뇨병의 시작

혈액 속의 당, 즉 혈당은 우리 몸에서 대사 과정을 통해 에너지로 전환된다. 살아가려면 혈당이 적정량 있어야 한다. 이 기준치를 100으로 잡는다. 인체에 흐르는 혈액의 총량을 약 5리터(5000cc)라고 볼 때, 그 안에 5그램(5000㎎)의 당이 있는 것을 말한다. 혈당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몸이 편안하고 상태가 안정된다. 이 수치가 60으로 떨어지면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며 시력이 흐려진다. 30∼40으로 더 떨어지면 혼절한다. 반면 170∼180으로 오르면 요(尿)에서 당이 나오고 목이 마른다. 문제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너무 많은 당을 먹고 마신다는 데 있다. 일례로 콜라 한 캔에는 티스푼 10개 가량의 당이 숨어 있다. 콜라를 마시면서 빵과 케이크, 피자 등을 곁들이면, 섭취한 설탕의 양은 30∼40 아니 그 이상으로 치솟는다.

많은 양의 당이 들어오면 췌장이 죽어 난다. 건강할 때는, 췌장이 열심히 인슐린을 분비하므로 혈당 조절은 그런 대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같이 시도 때도 없이 음식을 쏟아 부으면, 췌장은 제 페이스를 잃고 만다. 앞뒤 가늠하지 않고 주먹을 날리는 권투선수처럼 허둥지둥 인슐린을 분비하기에 바빠 적정 선에서 분비를 제어하지 못한 채, 계속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 결과 혈당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 저혈당이 되고, 몸은 부족한 혈당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시 단맛을 찾는다. 이러한 당탐닉증(설탕 중독증)은 저혈당증의 대표적인 시발 증상으로 향후 당뇨병의 전조다.

저혈당증은 췌장이 아직 인슐린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습관적으로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다보니 고인슐린 상태가 되어 혈당이 적정선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다량의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과다 생산하면, 인슐린을 받아들이는 세포들의 리셉터(Receptor)도 마침내는 ‘우리 집 그만 좀 찾아와라. 나도 좀 쉬자’며 등을 돌린다. 즉 인슐린 저항증이 발생한다. 췌장은 췌장대로 ‘내가 무슨 로봇이냐, 나도 더 이상은 인슐린을 만들 기력도 없다’며 뒤로 나자빠지는 극단적 상황이 도래한다. 제2형 당뇨병의 시작이다.


칼슘 결핍 현상 발생

분명히 설탕은 몸에 필요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왜 해로운 존재로 전락한 것일까. 설탕 생산의 주원료는 사탕수수와 사탕무다. 이것을 짜서 걸쭉한 원당을 만들고 불순물을 제거한 후, 다시 정제하여 원당에서 설탕을 분리한다. 이렇게 정제한 설탕은 99퍼센트 이상의 고순도 식품이다.

문제는 천연의 것을 인위적으로 정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과정을 통해 90퍼센트 이상의 물질이 버려지는데, 여기에는 섬유질과 각종 영양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과일 속에는 과당이라는 당을 포함하고 있다. 과일이 설탕보다 덜 해로운 것은 섬유질이라는 당 흡수 조절 기구가 있기 때문이다. 즉, 과일을 먹을 때 섬유질이 당의 급격한 흡수를 방해하여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정제 설탕에는 이런 안전 장치가 없다. 결과적으로 혈당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당황한 췌장은 비상 동원령을 발동하고 인슐린 분비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비극은 시작된다.

정제 설탕은 몸에 들어와 에너지로 변하는 과정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을 필요로 한다.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했기에 이를 체내에서 빼앗는다. 당 대사 과정에는 반드시 B1을 수반하는데 이를 체내에서 취한다. 이것이 부족할 경우 젖산이 발생한다. 설탕은 그 자체로도 산성 식품에 속한다. 체내 대사 과정에서 젖산과 같은 산성 물질이 쉽게 만들어지기에 몸은 이것을 중화하기 위해 대표적 알칼리 성분인 칼슘을 찾는다. 처음에는 체내의 유리 칼슘 성분으로 충당하지만, 급기야 신체 조직에서 빼내 그것을 채운다. 결과적으로 체내에서는 서서히 칼슘 결핍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을 한방으로 말하면 토극수(土克水), 즉 토(土 : 감미, 단맛)가 수(水 : 뼈, 치아)를 누르는 이치이다.


설탕은 ‘독극물’이자 ‘마약’

설탕의 과다 섭취로 인한 해악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우선 저혈당과 당뇨를 유발하는데, 특히 저혈당증은 다양한 신체·정신적인 병적 상태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피곤, 두통, 체중부족, 관절통, 편두통, 식은땀, 수족냉증, 시력저하, 가슴 두근거림, 가위눌림, 우울증, 악몽, 구역감, 갑작스런 상열감, 치질, 귀에서 소리남, 강박관념, 입술·손가락의 찌릿함, 정신분열증, 비만증, 흉부통, 불면증, 알레르기… 같은 것들이다. 저혈당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데, 이는 뇌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다른 세포는 포도당뿐 아니라 지방 등을 예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혈당 부족은 직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지만, 정제당을 대사하면서 부족해진 비타민이나 미네랄 때문에 정서불안·범죄심리가 발생하기도 하고, 저혈당으로 인한 교감신경 항진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 성격이 공격성·폭력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식원성 증후군》을 쓴 오사와 히로시 박사는, 설탕과 가공식품이 중심이 된 식이문화가 오늘날 어린아이들의 폭력적이고 거친 행동 양태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 아동들에게 식이요법을 바꿈으로써, 그들의 폭력성을 감소시키고 학업성적 역시 괄목할 만하게 향상시킨 사례를 보고했다. 요즘 모 채널에서 방영되는 <우리 아이가 바뀌었어요>라는 프로를 보면,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주로 환경ㆍ교육적 원인에서 찾지만, 근본 원인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음식문화때문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설탕의 또 다른 해악성들을 살펴보면, 과다하게 흡수된 당은 인슐린에 의해 지방으로 전환되어 고지혈증과 비만을 일으키고 고인슐린증을 발생시켜 암세포 성장을 촉진시키며 미네랄 크롬(크롬은 인슐린의 활성화를 촉진, 당대사를 돕는 기능을 한다)을 소모시켜 치매 발생률을 높인다. 그 밖에 정제당으로 인한 체내 산-염기 평형이 깨져 망막에 산성물질이 유입되면 안막이 얇아지고 약해져 쉽게 근시가 생긴다. 요즘 안경 낀 어린아이들의 수가 급증하는 것도 단 음료나 음식을 과다하게 먹고 마시는 생활 습관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짧은 글을 통해 설탕의 해악성을 모두 말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특히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과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책 몇 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우선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은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저혈당과 관련하여 읽어볼 만한 책으로는 《의사에게 잘 치료 받지 못하는 숨겨진 병 저혈당, 인슐린과다증》을 추천한다. 그밖에 《식원성 증후군》 《탄수화물 중독증》 《해로운 백설탕 알고 먹읍시다》 《설탕, 내 몸을 망치는 달콤한 중독》 등도 읽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진 윌리엄 코다 마틴과 이노 세츠오 박사의 말을 빌어 이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설탕은 독극물에 해당한다.” “설탕은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한다.”田


명성환<오래된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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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먹을거리V 토(土)의 식품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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