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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가운데 건강 요법에 쓰이는 화기운〔火氣〕을 지닌 식품은 별로 없다. 곡식도 다른 오행 식품은 한두 가지 이상 있는데, 화기를 띤 것은 수수 하나밖에 없다. 화기운은 고미(苦味 ; 쓴맛)에 속하며, 심장과 소장을 보(補)하는 효능을 갖는다. 과실로는 살구, 은행, 자몽 등이, 야채 나물로는 냉이, 상추, 쑥갓, 씀바귀 고들빼기, 취나물, 영지버섯, 더덕, 도라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차(茶)로는 쓴맛이 나는 홍차, 커피, 작설차, 쑥차 등이 있다.


술은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넓게 화기(火氣)의 식품으로 분류한다. 사실 ‘술이 건강 식품인가?’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런데 술은 현대 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음료·약·음식으로 오랫동안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왔고, 동양에서는 ‘백약(百藥)의 으뜸〔長〕’으로 취급하고 있다.
술이란 에탄올을 1퍼센트 이상 함유한 음료를 일컫는다. 에탄올은 알코올 발효 미생물들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포도당을 분해함으로써 생긴 대사물질로, 1그램당 7킬로칼로리라는 높은 열량(소주 한 잔의 열량은 밥 1/3공기에 상당함)을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술에는 순수 열량만 있고,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의 필수 영양분은 없다. 따라서 음주를 하면서 식사를 소홀히 하면 영양 결핍(영양 간의 언밸런스)에 빠질 수 있다.


술은 약(藥)인가, 독(毒)인가

술은 잘 이용하면 좋은 점이 많은 식품이다. 위급할 때에는 에너지 공급원으로, 외상(外傷)을 치료할 때에는 마취제와 소독제로도 쓰인다. 몸 속에 들어가서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의 생성을 촉진하고, 혈소판과 피브리노겐의 작용을 떨어뜨려 혈전(血栓)의 생성을 막기도 한다. 요즘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붉은 포도주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동맥경화나 심장병을 예방하기도 한다.

이러한 술이지만 나쁜 점도 만만치 않다. 물론 그것은 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과욕에서 기인한다.

술을 지속적으로 과음하면 염산 분비를 촉진시켜 위궤양을 일으킨다. 식도암, 대장암, 급ㆍ만성 췌장염 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알코올의 대사물질로 만들어진 아세트알데하이드는 간이나 심장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힌다. 심박동을 증가시켜 심장에 무리한 부담을 주고, 자칫 심장근육 장애로 이어져 고혈압을 일으키기도 한다. 습관적인 음주는 성욕을 떨어뜨리고, 여성형 유방, 고환 위축, 정자 수 감소, 수염 소실, 2차 성징의 기능 장애 등과 같은 성 기능 부전의 특징들을 나타나게 한다. 면역 기능도 전반적으로 떨어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상습 음주자의 23퍼센트가 치매 환자라는 보고가 있듯이 지속적인 음주는 사고력과 기억력,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현대 생활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 받는 복부 비만의 배후 원인이기도 하다. 술을 마시면 시상(視床 : 간뇌(間腦)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달걀 모양의 큰 회백질 덩어리로 감각 충동 흥분 따위의 중계 역할을 함) 하부의 포화중추가 마비되어 포만감을 상실하므로,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는다. 따라서 알코올 속에 담긴 높은 칼로리 외에 여분으로 흡수된 영양분은 모두 ‘술살’로 고스란히 몸에 쌓인다.

술의 부작용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심각하다. 여자는 체지방률이 높고 수분량이 적으므로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체내의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성의 지나친 음주는 난소 크기를 감소시키고 무월경이나 불임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임산부는 약한 술이라도 조심해야 한다. 자칫 유산이나 조산 그리고 태아성 알코올 증후군(FAS)을 가진 아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술을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금방 붉어지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어 조금만 술을 마셔도 숨이 가빠지면서 전신이 붉어지는 것임). 이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욱 음주에 주의해야 한다.


음주의 방법이 중요

‘술이 약이 되느냐’, ‘술이 몸을 망치는 독이 되느냐?’는 ‘결국 술을 어떻게 얼마나 마시느냐?’는 방법과 태도에 달려 있다.
술은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주 마시는 것이 몸에 더 해롭다. 따라서 음주 후에는 2, 3일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다.

건강에 유익한 음주량에 대해서는 견해에 차이가 있다. 미국국립알코올연구소 (NIAAA)에 따르면, 남자는 각종 술 종류에 따른 잔(소주는 소주잔으로 맥주는 맥주잔)을 기준으로 1주일에 14잔과 1회에 4잔까지를, 여자는 1주일에 7잔과 1회에 3잔까지를 허용 기준으로 잡는다. 미국의약협회(USDA)에서는 적당한 음주량을 남자는 하루 2잔, 여자는 하루 1잔으로 다소 낮춰 잡고 있다.

결국 술은 폭주를 삼가고, 음주 후 2, 3일간은 삼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음주 시에는 치즈, 두부, 고기, 생선 등의 고단백질 음식을 안주 삼아 그 속도를 천천히 하면서, 물이나 음료 등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공복 시에는 음주를 피하고, 불가피하게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실 때에는 약한 술부터 마시는 것이 몸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2001년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남녀의 한 해 음주량은 1인당 맥주 118병, 소주 82병, 위스키 1.7병에 이르러 순수 알코올로 환산할 경우 10.2리터의 엄청난 양을 마셨다”고 한다.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전 세계 음주 국가 중에서 2∼4위 수준에 달하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음주의 경우에 합당하지 않나 생각한다. 적당히만 마신다면 술은 분명 우리 몸에 유익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지키고 자제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술에는 내성과 의존성이란 게 있어, 술로 인한 효과를 얻으려면 알코올의 양을 계속 증가시켜야 하고(내성), 그렇게 습관을 들인 주벽(酒癖)을 끊으려면 여러 가지의 금단 현상이 발생(의존성)한다.

8체질을 창시한 권도원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알코올을 과다하게 마시더라도 중독에 빠지는 체질(목음체질)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체질이 아니더라도 음주를 습관적으로 과도하게 거듭하다 보면, 이를 해독하기 위해 간은 쉴 새 없이 공장을 가동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혈액은 조열(潮熱)해지고 혈어(血瘀) 상태로 전환한다. 이것이 만병(萬病)을 일으키는 병리적 환경이 됨은 누차 말한 바 있다. 한마디로 술은 미로와 같아 일단 잘못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중독성 있는 식품이므로, 늘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레 대해야 할 것이다.田


명성환<오래된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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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먹을거리IV 화(火)의 식품 - 술(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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