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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용(40세, 가명) 씨는 얼마 전부터 기분이 영 말이 아니다. 퇴근길에 단골 이발소에 들렀다가 이발사로부터 “요즘 머리숱이 부쩍 적어지는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우습게 여길지 모르지만, 중년으로 넘어가는 남성들에게 머리카락은 단순한 터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머리 깎인 삼손이 기운을 쓰지 못하듯 날로 옅어져 가는 머리숱에 절로 풀이 죽는 것은 남성 모두 공감하는 설움이다. 마치 중년 여성들에게 “요즘 주름이 부쩍 늘었네요” 또는 “실제 나이보다 늙어 보이네요” 라고 말했을 때, 그네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이에 비견될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탈모 현상이 요즘은 점점 더 나잇살을 낮춰가며 발생하고 있다. 대체 탈모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하루 50여 개 탈모는 정상

사람에게는 대략 10만 개 정도의 모발이 자라고 있다. 모발의 수명은 5~10년 정도 되는데(모발 수명을 대략 5년으로 봤을 때, 하루에 50여 개의 모발이 빠지고 새로 돋는 셈이다) 수명을 다하면 기존 모발은 빠지고 새로운 모발이 돋아나므로 전체 모발 수는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모발이 자라나는 구멍(털구멍)은 피부의 표피가 안으로 움푹 파여서 구멍을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털구멍 안쪽의 외피세포 가운데 주로 뿌리 쪽에 있는 것을 모낭세포라고 한다. 이것은 피부 표피세포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각질세포가 변해서 생긴 것이다. 모낭세포는 털구멍에서 자라나는 모근의 가장 아래쪽 부위인 모구(毛球) 안으로 옴폭 들어와 있다. 그렇게 옴폭한 모유두(毛乳頭)에는 신경과 모세혈관이 이어져 있어, 이들로부터 공급되는 영양분을 기초로 모낭세포는 모발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모발은 일정기간 성장하다가 탈모 전에 일단 성장을 멈춘다. 이때를 모발의 ‘퇴화기’라고 한다. 약 1개월 정도 소요되는 이 기간 동안 기존 모근은 작아지고, 예비 모낭세포가 그 아래서 새 털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그 다음을 ‘휴지기’라고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이미 가늘어진 기존 모근은 아직 빠지지 않은 채 새 털이 완전히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새 털이 모두 만들어지면 기존 모발은 탈락되고, 새 털이 두피 밖으로 돋아나는 것이다.

이렇게 모발이 정상적으로 빠지고 새로 난다면 탈모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생 모발보다 빠지는 머리카락이 많거나, 신생 모발이 생겨도 제대로 밖으로 자라나기 어렵다면, 그때부터 탈모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탈모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로 나눠 볼 수 있다.

탈모의 내·외적 원인

두피에는 피지 구멍에서 나온 피지가 땀구멍에서 나온 수분과 합해져 피지막을 형성하고 있다. 피지막은 두피로부터 수분의 소실을 막아 습기 속에서 사는 피부 상재균을 보호함으로써 외부 잡균의 침입을 방어하게끔 돕는다. 이런 피지막도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산화한다. 접착력이 높은 산화피지는 공기 중의 더러운 먼지 이물질 등과 쉽게 엉기어 두피 호흡을 방해한다.

또한 현대인이 많이 사용하는 각종 헤어 스타일링 제품 역시 두피 호흡을 방해한다. 그 결과로 모발은 생육이 어려워져 탈모로 이어진다. 머리를 감을 때, 세정력이 강한 샴푸를 사용해 머리 때와 함께 피지막까지 제거하곤 한다. 그렇게 되면 두피에서는 부족해진 피지를 보충하고자 더욱 열심히 피지를 분비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두피의 피지 분비 메커니즘에 문제가 발생해(두피의 각화 이상) 도리어 탈모를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또한 살균력이 높은 샴푸를 사용하면 두피의 상재균이 죽게 되어 두피에 염증이 쉽게 발생함으로써 탈모가 일어날 수 있다.

혹자는 발모를 촉진시키고자 두피를 두들겨 자극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자극이 지나치면 오히려 두피를 두껍게 만들어 피부 호흡이 어려워져서 신생 모발의 성장 발육을 방해한다.
내적 원인으로는 모발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으로 혈액이 탁해지면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모근으로의 영양 공급이 어렵게 된다. 또 심한 스트레스나 과다한 흡연 역시 모세혈관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흔히 탈모의 원인으로 남성호르몬과 유전 문제를 지적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확고한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남성 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피지의 과다 분비를 촉진하고, 이것은 또다시 산화피지의 과다로 이어져 두피 호흡이 어려워진 모발이 탈락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싶다. 유전 요인 역시 가정 내의 유사한 생활환경으로, 모발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생활습관이 조성되기에 탈모가 쉽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한방의 치료법

이처럼 탈모는 내·외적 원인들의 결합으로 발생하는데, 한방에서는 주로 내적 원인에 초점을 맞춰서 치료한다.
예컨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증에 시호(柴胡)가용모탕이나 계지(桂枝)가용모탕 같은 고방(古方)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약들은 간울심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어 주고 말초로의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발모를 촉진하는 방제(方劑)들이다. 혈행의 불리가 주로 간울심화의 스트레스로 발생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기허, 혈어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탈모에 대한 한방 치료 역시 어떤 도식화된 원칙에 따르기보다는 그때그때 다른 환자의 병적 상태와 체질의 전체적 상황을 감안하는 ‘맞춤 치료법’을 택한다.

흔히 모발을 신·방광이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성(水性) 식품인 함미(鹹味 : 짠맛. 예컨대 다시마 같은 해산물도 여기에 포함됨)의 음식을 많이 먹으면 좋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모발을 키우는 원인 물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탈모의 경우에 한해 유효하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탈모는 함미의 부족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혈행불리형 탈모’와 두피의 불순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일어나는 ‘관리 소홀형 탈모’가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함미 위주(예컨대 검은콩, 두부, 해산물 등)의 식사를 고집한다면 도리어 다른 체질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田


명성환 <장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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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산책] 한방과 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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