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상주야 산간에 흐른 물에 잎을 훌터서 그릇에 담고
가래지고 강 넘어 밭에 목화 속아는 내 따주마
새박부터는 점심 먹고 지가 무슨 반달이고
상추 심는 저 큰 아가야 줄기 한 상 나를 주소
목화 따는 저 큰 아가 백년해로 나카사다
반달같이 떠오나오네 초승에 월색이 반달이지”

-대구 검단동에 전해 내려오는 <모내기 노래> 오후 소절

봄의 화사한 난장에 꽃샘추위와 황사가 꼬리를 내리고 달아난 지 진작이다. 바야흐로 찔레꽃 만발하는 4월이 왔다. 만물이 소생하며 뿜어내는 활기가 봄바람에 섞여 도처에서 흩날린다. 벌들은 꽃에 대롱을 꽂고 부지런히 꽃물을 빨아들인다. 도시는 하얀 벚꽃에 눈이 미치기라도 한 듯 이리저리 소풍 떠나는 이들로 분주하다. 농촌은 이와 사뭇 다르게 바쁜 정경이다. 4월령가에서는 ‘갈 꺾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 농량(農糧)이 부족하니 환자(還子) 타 보태리라’며 바쁜 농촌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겨울과 함께 잠들었던 농지 위에는 갓난아이 머리 같은 파릇한 풀들이 자란다. 어린 아이들은 새순의 껍질을 뚫고 피어나는 꽃의 이치가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농부들은 한해 농사 준비로 모처럼 일손이 부족해 몸이 지치어 마음까지 고단한 노래를 부른다. 땀을 훔치려 잠시 허리를 일으킨 일꾼의 머리 너머로 새참 바구니를 이고 걸어오는 아낙네의 모습이 정감 어린 전원풍경이다. 대지에 두 다리를 꽂고 깊이 머리 숙여 모를 심는 농부들 위로 피어오르는 것은 달콤한 꽃내음이 아니다. 단내 서린 모내기 노랫가락이다. 각 지방마다 그 소리는 가지각색이지만, 노동의 고단함을 노래로 달래고자 하는 마음과 또 한해의 풍년을 염원하는 기원 섞음은 농사일에 까탈 하나 부릴 줄 모르는 그네들처럼 모두 고운 자락에 구수하기만 하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원 세시기] 봄바람에 한해 풍년 기원하는 마음 실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