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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은 너무나도 지루한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나 이틀뿐이었고 한달 내내 지루한 장마는 계속되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지난 2~3개월은 정말로 긴 시간이었으며 어려운 과정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도 많았다. 7월 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주말 별장형 통나무 펜션과 소형주택의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지만 구멍 난 하늘은 도와주질 않았다. 점토질 대지만 아니더라도 비가 그친 틈틈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갈을 채워도 비가 한번 오면 진흙이 되고 말았다. 미래를 위한 10동의 소형주택과 펜션을 겸할 수 있는 다기능 펜션의 내부마감 공사를 하면서 내심 걱정되는 것이 전기감전이었다. 이 펜션 시공을 하기까지 도와준 두 분께 공사지연으로 인한 책임감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때도 많았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통나무 소형주택 시스템건축 생산라인과 현장 속에서 분주한 시간들은 나를 더욱 바쁘게 몰아가고 있었고 인간이 기계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결론도 얻었다.
그때마다 현장체험을 목적으로 현장에 와서 열심히 일해주신 분들이 늘 희망과 용기를 주셨다. 현장체험으로 얻은 자신감과 경험으로 평창에 소형주택 4동과 한 분은 용문에 펜션을 짓기로 하고 공장초기에 힘들다고 미리 100% 선불을 주셔서 추석자금으로 돌렸다. 어렵게 이룬 일이니 꼭 성공해야 한다고·… 일심동체로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준 분들께 정말 감사한다.

아마도 이번 여름 장마의 영향으로 건축 회사나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주에 추석이 다가온다. 지루한 가을장마는 계속 되었다. 며칠만 도와주면 되는데 하늘의 비는 그칠 줄 몰랐다. 현장 사람들은 제각기 그리운 자식, 아내 그리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여장을 챙겨 떠나고 현장에는 그들이 이루다 만 건물만이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즐거운 추석이 끝나고 다시 공사가 시작되면 화창한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활기찬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난 이곳에서 펜션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경험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려고 기획하였다. 천재지변 여하를 떠나 공사기간의 지연으로 인한 책임으로 펜션 운영은 힘들 것 같지만 추석 후에는 밝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펜션과 테마기획에 대하여 노력을 해 왔지만 늘 느끼듯이 큰 것보다도 작은 것에서 많은 것을 놓쳐왔다. 기획 의도와 현장, 건축주 모든 것들이 맞아 떨어질 때 진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책임의식에 짖눌려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한계를 느낄 때는 어디로 떠나버리고 싶지만 떠날 수도 없다. 일단은 이 현장에서 기획하고 후회 되는 부분들을 나열하면서 정리하고 펜션을 기획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소형 주택형과 주말 별장형 펜션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는 서울에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곳이다. 운학리는 외지인 80%일 정도로 주말주택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I.M.F 전에는 땅값이 만만치 않은 곳 이었지만 I.M.F 후에 표류하던 전원주택, 주말주택의 비인기로 인하여 거래가 많이 없고 가격도 상당 부분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펜션 바람으로 인하여 주변에 펜션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환경이나 여건상 다른 곳에 비하여 펜션 지역으로는 아직도 싼 가격이다. 이곳은 주말주택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므로 주말주택, 별장형 펜션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10동을 소형 주택형, 별장형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펜션이란 것이 외국과는 개념이 틀리다. 대도시의 과밀화로 인해 별장이나 주말주택에서 자연을 즐기고, 도시에서 찌든 심신을 달래려고 한다. 정말 내 집 같고 내 별장과 주말주택 같은 독립 된, 각 동마다 울타리와 화단 그리고 테라스(데크)을 가진 소형주택의 개념으로 기획하였다. 그 동안 시도했던 방갈로 개념이 아닌 방, 화장실, 다락방, 거실, 부엌을 겸비한 여유가 있는 소형주택, 주말주택으로 기획하고 펜션으로 운영하다가 미래에 분할하여 매각할 수 있도록 단지를 기획하였다. 15평형 2동과 25평형 1동을 붙인 건물도 내부의 공간구성으로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통상 개념으로는 주말주택, 전원주택은 터 밭이 100여 평에 건물이 40평~50평을 지으려면 300여 평의 땅과 건축비 1억에서 2억 정도의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의 전유물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실질적으로는 전원에서는 커다란 계산착오가 될 것이다.
이런 개념을 깨고 20평 또는 15평 작게는 10평에, 30~50여 평의 정원을 가진 순수한 주말 주택형을 보여주고 싶었으며 펜션 이란 것이 이러한 욕구에 대한 대리만족과 임대의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90년대 초에 전원주택의 바람을 타고 주말이면 땅 찾아 삼 만 리를 하던 시절이 지났다. 전원주택지에는 콘테이너 만이 눈에 띄고 아니면 지나치게 커다란 저택만이 삼삼오오 모여 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펜션의 바람을 타고 펜션에서는 주말마다 도시탈출을 시도한 도시인으로 북적이다가 일요일 오후 부터는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예전에는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가면 도시에서 오는 손님맞이에 바쁘지만 이제 펜션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주변 사람들 보다도 도시에서 전원을 즐기기 위해 오시는 분들을 위하여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한다. 이런 이유로 소형주택과 게스트하우스의 개념을 도입하여 이 단지를 구성하게 되었다. 건물이 다 완성되면 많은 방문객들이 이용하면서 잘 된 것과 잘못된 것들을 참고하여 많은 것들을 가져 가기를 바란다. 흔히 건축이나 기획의도를 평가하기는 쉽지만 이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획에는 건축물에 대해 작은 것을 놓친 것이 많지만 기획의도는 거의 반영되었다.다만 남은 부분은 조경부분과 겨울철 대비 수변 사우나가 남아 있고 매점동은 1차에 완성되지만 매점을 활용한 세미 근린생활시설과 파고라 기획은 추후에 해야 할 것 같다.

계절에 따른 건축공사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은 계절에 따라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유별난 여름, 가을 장마로 인해 영향을 받았었다. 그 보다 엄밀하게는 현장을 강하게 밀어 붙이지 못해서 보낸 시간과 공장시스템라인을 잡기 위해 보낸 시간도 예상보다 길어서 더욱 힘들었다. 일반적으로는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영향을 받기보다는 시공하는 인력의 숙련도나 건축공법의 영향이 크다. 공사기간도 공사하는 도중에 리듬을 타게 되는데 이 리듬이 깨지거나 설계변경이나 또 다른 공정이 생겨 놓치게 되면 늘어지게 되고 현장도 생기를 잃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장에서 시스템 생산을 하고 가급적이면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겨울철 공사를 많이 우려하지만 영월의 통나무주택 4채를 시공할 때는 건축주인 황사장님이 건축을 전공하신 분이라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보온 덮게로 보온과 양생을 하니 콘크리트 제 강도보다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기초공사가 이 정도면 목공사나 기타공사는 영향을 받지않는다. 통나무주택이나 목조주택 초창기에는 외국에서 시스템화된 자재가 도착하는 시간이 건축을 계획하고 시공하려는 시기보다 한 시즌씩 늦었다. 그래서 10여년 동안 겨울공사를 해왔지만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더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있어 양질의 건축을 할 수도 있다.
봄과 가을이 가장 좋지만 올해의 경우 장마가 너무 길어 다소 차질이 우려된다. 스키장과 펜션오픈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목조주택과 통나무주택의 수요가 가을에 부쩍 늘어나면서 공급에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대부분 봄과 가을에 공사를 했고, 매년 목조주택이과 통나무 주택의 인력이 주택신장세에 비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스템화된 공장 생산과 공기의 단축은 건축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목조주택이나 통나무 주택학교에서 우리의 시스템에 맞는 많은 인력을 배출하는 것과 현장보다는 체계화된 공장 시스템화로 인력에 좌우되지 않는 균질한 건축을 완성하는 일이다.

ABC에서 가나다로
이번 통나무 소형주택시스템 공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재미있는 일화로 통나무 부재에 있는 코트를 한글로 바꾼 일이 있다. 현장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반장님은 젊은 시절에는 목수 일도 많이 해본 분이다. 나는 관행대로 부재코트를 영어로 부여했더니, 그는 “이 현장에서 기술자는 부재를 골라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재만 골라주면 나머지는 부재 순서대로 나무못만 박으면 통나무 주택 벽체가 완성되기 때문이란다. 이는 아무나 공사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의 말을 참작해 아무나 부재를 골라 가져갈 수 있도록 여덟 번 째 동부터는 한글로 코드를 부여했다. 인부들은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처음엔 이상해했으나, 곧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왜 우리가 만든 시스템인데 오랜 세월 수입해 온 방식을 그래도 답습하려 했던가’하는 후회와 자부심도 느꼈다. 영월현장 공사가 이런 많은 착오와 개선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쯤에서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마감하고자 한다. 원래 계획과 욕심으로는 완성된 영월 펜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사가 막바지로 들어가면서 전원주택라이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여기서 그만 접어야겠다. 그 동안 꾸준히 나의 펜션 시공기를 읽어준 분과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田


글·사진 강석찬 <유로하우스 대표 043-643-1161, www.kbs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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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살어리랏다] 새로운 시작,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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