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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짝 너머 마중 나온 코스모스가 반갑게 손을 흔드는 계절.
코스모스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다. 전원에 찾아온 가을, 빈땅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다. 텃밭을 일구고, 파종을 해서 작지만 큰 수확의 기쁨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모내기만 하면 손이 가지 않는 논농사와는 사뭇 다른 게 밭농사다. 아이 키우듯 어루만지고 관심 갖는 밭작물이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다. 농사를 농사답게 짓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본다.

뜨거운 태양 빛을 잘 견뎌온 작물들이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
푸르던 논이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토실토실한 수수는 머리가 무거워 점점 고개를 숙인다.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고추 말리기가 힘들다. 때문인지 전원의 비닐하우스마다 붉은 장판을 깔아 놓은 듯하다. 짙푸른 고구마 잎은 알찬 열매를 품어 자랑스런 미소를 머금고, 생강 밭의 풍성한 잎은 빽빽이 늘어선 대(竹)밭과도 같다.
김장을 앞두고 무와 배추는 8월 초부터 파종을 한다. 씨를 뿌려 놓고 싹이 텄다고 맘놓았다가는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씨를 뿌리고 나서 발아(發芽)가 잘 되었는가를 살피고,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보호해줘야 한다. 때론 추위를 견디도록 도와준다. 해충을 잡고 병을 얻으면 더러 약을 쳐주기도 한다. 적당량의 밑거름은 발육을 돕는다. 배수와 수분의 조절은 물론 잡초를 뽑아야 한다.
배추파종은 다소 까다롭다. 특히, 배추씨 뿌리기는 쉽지 않아 모판을 이용해 모종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배추는 가을 배추가 맛있다. 속이 노랗게 채워질 때면 배추 한 포기는 한아름이나 된다.
무의 씨앗은 잦은 비로 녹아 없어지기도 하고 잘 나지 않아 씨앗을 보충해야 한다. 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은 곧 뿌리가 굵어질 것이다. 무는 뿌리가 얼기 쉬우니 배추보다 일주일 빨리 수확해야 한다.

김치 담기 양념으로 많이 쓰이는 쪽파의 줄기는 대파모양으로, 뿌리는 작은 양파처럼 생긴 게 특징이다. 쪽파는 씨앗이 아니라 뿌리(구근)로 번식하기 때문에 따로 모판을 만들 필요는 없다. 전 해에 준비해 둔 구근이나 종묘상이나 재래시장에 파는 종자용 쪽파를 이용하면 된다. 한 포기에 대여섯 개의 뿌리가 생기는데, 하나씩 떼어내어 심는다. 심기 전, 1000배로 희석한 식초물에 한 시간 담갔다가 재에다 버무려 심으면 병충해에 강해진다. 심는 간격은 포기 사이 10cm, 줄 사이 20cm가 좋다. 큰 것은 하나씩 심지만 작은 것은 두 개씩 심는 게 좋다. 가을에 심은 쪽파는 겨울을 나서 시들어버린 잎줄기 사이로 봄에 다시 새잎을 뽑아 올린다. 봄기운이 돌 때 다시 한번 거름을 주면 좋다. 5월 중순쯤이면 거두어들이고, 종자로 쓸 것은 뿌리 채 끈으로 엮어 처마 밑에 매달아 두면 된다.

글·사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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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세시기(歲時記)]-비를 잘 이겨낸 무의 어린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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