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겨울의 호수
내 심장 굽이쳐 발가락으로 손가락 끝으로 핏대 선 눈 빛
그 아득한 끝으로 흘러가는 피는 허기진 종놈의 피였을지도 모르겠다
속 터지게 켜켜이 쌓여도 속으로만 썩고
그러고도 터질 수 없어 고여있는 한(恨)
차라리 머리끝서 터져 반신불수가 되어 눈도 말도 잃고
세상 더듬이도 없이 더듬어 살아도 될 것을
차라리 심장 한가운데가 터져 동학(東學)이 되고
황토들판 흥건히 쓸고 가는 바람으로 살다
저자거리 한가운데 목이 걸려
아! 그렇게 살아도
눈 쌓이는 겨울
바람 끝서 맨살로 얼어붙는 고요보다 좋았을 것을…
■ 글 김경래(인터넷 웹진 ‘OK시골’ 발행인 www.oksig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