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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안·에·서·온·편·지

남양주 수동에서 살아 보기

수동에서 살고 싶다는 뜻은 지녔지만, 막상 들어서려니 덜컥 겁이 나는 분의 편지를 받고 이 글을 씁니다.

그 분의 글을 읽으며, 처음 뵙지만 처음 같지가 않았습니다. 예전의 저희들 모습과 꼭 빼 닮았으니까요. 몇 가지 걱정하시는 점들은 지극히 정당한 걱정이며, 그런 점에 대해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의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양평, 이천, 용인 등지를 돌아보셨다니 아마도 전원과 도심을 걸치는 수도권 교외를 선택하려는 듯합니다. 우선 수동은 그러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가장 땅값이 싸며, 그에 비해 생태환경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우선 땅을 고를 때는 말씀하신 것처럼 첫 인상이 중요하지요. 그러나 그 인상이란 것도 사람과 같아 첫눈에 반하는 땅이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우러나오며 정이 드는 땅도 있지요. 그래서 땅을 고를 때는 서두르지 말고, 몇 번이고 되살펴 보아야 합니다.

제 경우에도 다 쓰러져 가는 폐가가 있는 땅에 반하여 안 팔겠다는 주인에게 사정을 하며 팔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소개한 복덕방 사람이 말려서 아쉽게 그만 두었는데, 지금은 그 땅을 지나칠 때마다 내가 왜 저 땅에 그리 마음을 빼앗겼을까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체로 땅을 구하는 사람은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인상을 주는 땅이면 단숨에 마음을 빼앗긴 채 이런, 저런 단점들을 스스로 덮어가며 제대로 보려 하지 않습니다.

물레방아 도는 개울가 집을 머릿속에 그린 분이 있다면, 실개천이 흐르는 땅만을 고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큰물에 씻겨 내려갈 낮은 지형이라든지, 북향의 습한 지질이라든지 이런 단점들은 땅을 돋우면 된다느니, 요즘은 난방재가 좋아 북향도 따지지 않는다느니 이런 핑계를 둘러대며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그러나 땅은 마음이 급할 때일수록 조금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여름, 겨울의 모습을 다 보아야 하고, 하루에도 아침, 저녁의 모습을 다 살펴야 합니다. 또한 주변의 도로 계획과 공장, 축사 등의 입주 여지도 예측해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심스러움이 지나치면 시골이란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함정 투성이로 여겨 벌써 시골로 오기도 전에 마음만 고달퍼져 그냥 살기 편한 아파트에 눌러 앉는 분들도 많지요.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지요. 시골 땅에서 특히 주의할 사항만 살펴보면, 우선 도로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하천에 너무 접한 땅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물가에서 가까우면서도 약간 경사가 있는 높이의 땅이면 좋겠지요.

셋째로는 기존 마을 속이거나 지나치게 외따로 떨어지지 않아야 좋겠지요. 가능하면 옆의 다른 개발 가능성이 있는 땅에 접하는 것보다는 보존림 등의 임야로 둘러싸인 땅이면 더욱 좋겠지요.
이 정도만 유의하시고, 나머지는 본인의 취향과 주거 목적에 따라 선택되어지면 되겠습니다.

수동은 일직선의 차도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골짜기로 이루어진 분지입니다. 따라서 도로변은 땅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각종 식당 등의 근린시설들이 들어서고, 도로 이면에는 영세한 공장들이 최근 많이 들어서고 있어 조금은 드나드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골짜기 상류로 들어서는 편이 좋습니다. 적당한 곳으로는 외방리 불당골, 파위리의 원적사 부근, 수산리, 지둔리 등지가 그러합니다.

땅을 고를 때, 지나치게 세심한 분들은 이거저거 따지다가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볼 때에는 땅에도 완벽함은 없다는 것이며,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을의 진입로가 넓고 좋은 곳은 통행이 좋지만 바로 그런 점으로 인해 물류조건을 따지는 공장들의 입주가 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길이 좁으면 통행에는 불편하더라도 공장이나 대규모 축사 등은 쉽게 들어서지를 못하지요.

그 다음으로 걱정하신 교육문제는 크게 걱정할 바가 없습니다.

수동초등학교가 중심에 있고, 3학년까지 다니는 송천 분교가 있고, 수산리 방면에는 가양 초등학교가 있지요. 작은 규모의 학교를 걱정한다면 그것은 실정을 잘 모르시는 것입니다.

가양초등학교의 경우만 봐도, 전교생이 적다 보니 큰 학교 학생들은 몇 십 명이 한 대 꼴로 구경만 하기 쉬운 컴퓨터도 한 사람이 한 대로 배치되고, 선생님들도 거의 일대일의 정성을 기울이시니, 그 좋다는 외국 사립학교가 따로 없지요.

중학교는 수동중학교가 수동초등학교 곁에 있으며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지낸 친구들이 모여 다니게 됩니다. 고등학교는 마석으로 30분 정도 통학을 하거나, 학력과 진로에 따라 1시간 거리의 구리시나 도농동 지역의 학교 등으로 통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말씀하신 텃세나 보안 방법 등의 문제는 거의 상식적인 것으로 흔히 절도범이나 빈집털이들이 시골집보다는 연립주택, 아파트 등의 고밀도 집약거주지에 빈발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주십시오.

도둑도 털어 갈 것이 있고, 달아나 몸을 숨길 데가 있는 곳에 꼬인다는 점입니다. 낯선 사람만 지나가도 밭에서 일하던 마을 사람들이 검문소 경찰관처럼 유심히 살펴보는 시골에서 남의 집 들어가 물건을 싸고 나오는 어리석은 도둑은 드물 것입니다.

처음 수동을 찾는 분들은 이리저리 구부러진 길로 상당히 깊게 느껴지지만, 살아 보면 수동은 1시간 이내에 서울에 들어서며, 가까운 마석을 다운타운으로 두고 3, 8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과 킴스클럽 등의 상설 대형할인점을 두고 있고, 구리한양대 병원의 의료기관, 엘지백화점과 롯데마그넷을 가깝게 두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도로 사정은 중장기 교통망이 계획되어 있고, 겨울철 눈과 여름철 큰물이 문제가 되지만 매년 그렇게 큰물과 큰 눈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폭설로 교통이 나빠질 경우라면 도심도 마찬가지이므로, 그것은 전국적인 상황에 준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집짓기에 대한 걱정은 현실적인 문제이지요. 싼 가격으로 멋지고, 튼튼한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겠지요.

물론 돈에 관계없이 호화로운 저택을 짓는 분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전원주택과는 거리가 멀겠습니다.

저 자신도 그랬지만, 전원생활이란 것을 돈 많은 이의 호화로운 별장 수준에 제한하기보다 그것을 넘어 정말 시골에 돌아와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분들의 마음을 채워 줄 수 있는 전원주택의 모델이 시급히 요청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몸담고 있는 수사모(수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최근 전원주택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목조주택을 평당 2백만원으로 낮추고,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자재와 시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축시공자를 찾으려 노력하여, 적게나마 수동에서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작은 길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런 글만으로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한 달에 열리는 수사모 모임에 참여하여, 수동에 먼저 들어와 사는 사람들과 만나 이런 저런 체험담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신다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 물골안에서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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