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꽃에 대한 명상
사람 사는 것도 꼭 꽃이네
붉게 사랑하는 것도
희게 순수한 것도
분홍이든 보라든
피어 아름다운 것들은 하늘 아래 서고
땅 끝 갈래갈래 물질을 하는 것들이나
땅 위 뙤약볕에 김을 매는 것들이나
피지 못하는 것들은
항상 거기서 하늘만 쳐다보지
사람 사는 것은 꼭 꽃이네
꽃이 피는 것도
피어 아름다운 것도
물길을 더듬고 땅을 갈아
줄기를 세워 잎을 피우고
가을볕 화사한 아침
정수리 가득 열려 하늘에 닿는 것이니
사람 사는 것은 꼭 꽃이네
꽃은 뿌리 끝에서 시작해 줄기에서 열리고
내내 꽃일 수 없이 한철 사는 것을
잊고 사는 것도 꽃이고
잊고 사는 것도 사람이고
■글 김경래(인터넷 웹진 ‘OK시골’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