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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8월의 기억

학교가 끝나면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가
옥수수 큰 잎에 편지를 썼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이름도 있었고
오래 전에 도시로 전학간 아이의
가물거리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뱀같이 흘러가는 강변에다
훌훌 옷을 벗어 걸고
개구리 헤엄을 쳤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물 속에서도
모두 옷을 입고 있었고...

풀숲을 헤치면 찔레는 자두처럼 시고
까만 오디는 사탕처럼 달았습니다

아주 멀리서도
집 앞 느티나무의 늙은 그늘이
먼저 알고 손을 흔들어 주던 집

어른들 모두 밭일을 나간
눈 퀭한 집 마당에 들어설 때면
키 큰 해바라기들 어깨까지 들썩여 맞아주고
나팔꽃은 볕 때문에 얼굴을 한껏 찡그렸던 것 같구요

등에 멘 책 보따리를 풀어
방안에 휙 던져 놓을 때도
저고리 앞섶에서는 풀물들이
시냇물 소리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글 김경래(인터넷 웹진 ‘OK시골’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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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8월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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