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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안·에·서·온·편·지

시골교회 이야기

시골에 처음 들어와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마을 분들과의 텃세라고도 합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텃세라기보다는 스스로 낯선 곳에 들어온 고립감과 하루 종일 이야기 나눌 이웃하나 얻지 못한 허전함 그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처음 불당골에 들어와서 어제만 해도 소음과 가로등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다가 하루만에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막막하기만한 어둠에 놓이고 나니 여간 썰렁한 게 아니더군요.

그런데 제일 먼저 제 집을 찾아 준 분이 바로 근처의 교회에 다니는 집사님 부부였습니다. 이따금 나가던 교회이긴 했지만, 막상 누군가 내 집을 찾아 준 이웃을 처음 대하니 참으로 반갑기만 했지요.

또 우연찮게 시골 생활할 곳을 찾아다니다가 수년 전 산비탈에 오뚝하니 올라선 하얀 교회당을 보고는 너무 아름다운 정경이라 그 앞에 차를 세우고 사진까지 찍었는데, 바로 그 교회 집사님이 찾아 오셨으니 인연이라면 깊은 연이겠지요.

그런 연유로 저는 마을에서 차로 한 십 분쯤 되는, 수년 전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언덕 위의 작은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이웃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들을 통해 많은 도움과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주민들이 개울에서 돌을 하나하나 주워다 스스로 지었다는 ‘보린 교회’는 자연스럽게 외지이주민과 원주민을 연결시켜주는 하나의 다리가 되는 셈이지요.

내가 어느 특정한 종교를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이든, 절이든, 외지 분들이 주민들과 갈등을 단기간에 줄이고 쉽게 그 틈으로 섞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의 하나로 제안하는 바입니다.

일주일 내내 밭이며, 논, 서로 다른 직장에 흩어져 살던 물골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노래 부르고, 머리를 조아리고, 두 손을 모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소중한 만남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올 봄에 뿌릴 씨앗과 아이들과, 지난 여름의 수해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은 얼핏 시골로 홀로 들어와 부딪치게 되는 막막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아직은 생경한 철물점이 어디 있고, 어디가 벽돌이 싸고, 벽난로에 쓸 화목들은 누구네 간벌한 산에서 얻어 올 수 있고, 큰물을 만나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등등 처음 들어와 사는 이로서는 요긴한 도움들을 그곳에서 얻게 될 것입니다.

또한 시골 교회는 자칫 소홀하기 쉬운 자녀들의 교육환경과 문화적 체험, 믿을만한 사람들과의 친교를 한번에 채워 넣는 도움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신앙이라는 게 지금도 헐렁하니 가뭄에 콩 나듯 코끝이나 비치는 처지이지만 이곳에 교회가 설 때부터 삶과 신앙을 함께 해 온 주민들에겐 참으로 소중한 삶터일 것입니다.

주민들이 손수 주워 온 돌들로 한 켜 한 켜 쌓아 올려진 시골 교회의 앞마당에는 여전히 주민들이 산이나 들에서 한 뿌리씩 캐어다 심은 들꽃들이 갈아 피고, 철마다 거둬들인 푸성귀와 곡식들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시골교회는 단순한 신앙의 의미를 넘어서 건강한 공동체의 삶을 잇고, 펼쳐나가는 두레 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울 밑에 봉선화가 소담스레 피고, 금낭화와 산나리가 소복이 들어앉은 교회당에 저녁이면 종이 울리고, 발그레한 노을 속에 민들레 꽃씨처럼 날아가는 그 소리를 듣고 골짜기마다 사는 이들이 한데 모여 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그 아름다운 정경 또한 시골만이 지닌 아름다운 풍경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이 아름다운 전원 속의 시골교회를 몸소 눈으로 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한 번 들러 보세요. 수동에서 수산리 가는 길가에 ‘보린 교회’라는 언덕바지까지 층계로 이어진 아름다운 시골교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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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안·에·서·온·편·지] 시골교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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