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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꿈속의 귀거래사

밤이면 꿈을 꾼다
내 키가 풀처럼 자라 / 풀숲에서 사랑을 하고
풀숲에서 알을 슬고 / 풀숲에서 잠이 들고
머리 위로 이슬이 내리면 / 이슬처럼 피어나는 풀꽃들

바람에 쓸리는 풀숲 사이로 / 잃어버릴 듯 별이 보였다
나뭇가지에 걸려 / 새가 되는 별

걸어서는 다다를 수 없는 휘청거림이 / 아황산가스로 폐를 앓는 도시
시내와 시내만 겨우 잇는 시내버스가 / 힘겹게 숨통을 열고
대륙에서 건너온 영하의 바람에 / 도시는 언제나 목이 잠겨 있었다
내 폐는 얼마나 썩어 있을까?

기침이 날 때마다 / 떠나고 싶었다

내게로 왔던 것들 모두 / 돌려 보내고
풀숲으로 / 풀꽃이 되어 / 그렇게 살고 싶었다


■글 김경래(본지 편집자문위원(주)좋은집 개발사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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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꿈속의 귀거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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