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오월에 내리는 봄비
귀신처럼 흰
목련이 피어 목련이 된 거리에
또 라일락이 피고 있었다
라일락처럼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고
목련의 머리든 라일락의 어깨든 봄비가 내려
모두 그 봄비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젖는 것은 마음이었다
봄비에 젖는 것 모두 빗물이 되고 있었다
꽃들은 빗물 소리를 내며
주룩주룩 흘러 내리고 있었다
꽃이 비로 내리는 거리의 비는
귀신처럼 흰 거리의 비는
마음을 촉촉이 적셔 내리고도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을 믿고 있었다
가슴살이 문드러져 또 새살이 돋도록 내릴 것을
그대와 나 모두 알고 있었다
■ 글 김경래(본지 편집자문위원·(주)좋은집 개발사업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