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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황토 구들방 만들기


요즘 들어 장작, 아궁이, 아랫목, 굴뚝 등이 새삼 그립다. 따스한 방바닥에 몸을 대고 있으면 몸에 전해지는 열기가 정말 좋았다.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절절 끓는 아랫목에 허리를 지지시면서 "어구, 시원하다"는 말씀을 연신 내뱉으셨다. 구들방은 한국 전통 난방법으로 주거 형식과 주거 문화의 바탕으로 자리해 왔다. 연료의 변화와 난방 설비 수준의 향상으로 아궁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있으나 방바닥을 덥혀 따뜻함을 얻는 온돌방 고유의 정취는 한국의 주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남아 있다. 간혹 '온돌'과 '구들'을 혼동하는데, 온돌(溫突)은 한자로 기술한 명칭이고 순수 우리말은 '구운 돌'에서 비롯한 구들이다. 구들 구조는 아궁이·온돌고래·개자리·굴뚝의 4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궁이에서 연료를 연소시키면 그 화기와 연기가 온돌고래를 지나면서 바닥을 덥히고 개자리를 거쳐서 굴뚝으로 빠지는 개별 난방법이다.


들에 담긴 불가사의한 전설


지리산 반야봉의 동남쪽 해발 약 800미터 고지에 위치한 칠불사에는 '아자방'이라는 구들방이 있다. 고래모양이 아(亞)자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 방에 불을 한번 지피면 열기가 무려 49일 동안 유지됐다고 한다. 현재 아자방은 조선시대와 한국전쟁 당시의 몇 차례 화재로 그 원형이 사라졌다. 1982년 이를 복원했는데, 확인 결과 봄가을에 온기가 10일 정도 유지됐다고 한다.
구들은 어떻게 오랫동안 열기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는 가정 하에 따라가 보자.


▼불로 인해 아궁이 안의 공기는 덥혀진다. 이 공기(열기)는 연기와 함께 아궁이 후렁이 위쪽으로 빠르게 올라간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이동한다는 대류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아궁이에서 지핀 불로 데워진 열기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구들 속으로 들어간다.


▼열기는 부넹기의 좁은 통로를 만난다. 이때 열기의 이동이 빨라지면서 부넹기에서 열기의 압력은 낮아진다. 이는 과학의 원리와 맥을 같이 한다. 즉 공기나 액체와 같은 유체는 지나는 길이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이동하면 속력이 빨라지고 압력은 낮아진다. 이는 어느 일정 시간 어느 한 단면으로 들어간 유체의 양이 그 단면을 빠져나온 유체의 양과 같아야 한다는 질량 보존의 법칙 때문이다. 따라서 부뚜막보다 부넹기에서의 압력이 낮기에 부넹기는 열기를 효과적으로 빠르게 빨아들여 구들개자리로 넘겨주는 역할을 한다.


▼구들개자리에서는 열기가 부뚜막에서 부넹기로 이동할 때와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부넹기의 좁은 통로에서 구들개자리의 넓은 통로로 열기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즉 구들개자리에서 열기의 속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천천히 소용돌이 흐름(와류)이 생긴다. 한꺼번에 고래 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구들개자리에서 한동안 머무는 것이다. 구들개자리는 열기 저장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구들장 바로 아래를 지나는 위 부분의 열기는 구들장을 데우면서 여러 갈래의 고래로 들어간다. 그리고 구들개자리로 들어간 열기는 와류로 인해 그곳에 있던 차가운 공기와 열 교환을 한다. 이처럼 열기는 여러 개의 고래로 나뉘어져 방 전체를 고루 따뜻하게 한다.


▼고래로 넘어간 열기는 다시 고래 머리 부분의 넓은 공간을 만난다. 여기서 또 한 번 열기의 이동 속력이 줄어든다. 이곳의 열기 중 온도가 가장 높은 공기가 위로 올라가 구들장 바로 아래로 서서히 흘러가면서 구들장을 가열한다. 이로 인해 공기는 점점 냉각돼 결국 고래 바닥으로 내려오고 일부는 고래개자리로 흘러간다.


▼한편 냉각된 공기가 점점 고래 바닥으로 흘러 구들개자리 쪽으로 이동하면 뜨거운 고래개자리 부분과 만나 데워지고 다시 구들장 쪽으로 상승한다. 고래에서 전체적으로 대류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대류가 원활해진 이유 중 하나는 고래의 모양 때문이다. 고래는 바다 속 고래의 배를 연상시키듯 아궁이 쪽이 넓고 굴뚝 쪽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진다. 이것이 바로 이 부분을 고래라고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고래 꼬리 쪽으로 갈수록 냉각되는 공기는 고래 바닥으로 흘러 내려가면서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점점 낮아지는 고래의 머리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좁은 꼬리 부분의 고래를 통과해서 넓은 공간의 고래개자리로 넘어간 공기는 또다시 이동 속력이 줄어든다. 여기서 여러 개의 각 고래에서 나오는 다른 온도의 공기가 한데 모여 고루 섞인다. 그러면서 온도의 고저에 따라 공기는 위아래로 분포한다. 이때 남아 있던 열기가 고래개자리 위 부분의 구들장을 가열하면서 서서히 실외 굴뚝개자리로 흘러가서 굴뚝을 통해 대기로 방출된다.田



정리 박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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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황토 구들방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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