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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새해아침

하루종일 폭설이 내려/ 세상은 모두 길을 잃었다

바다로 가던 길도/ 산으로 하늘로 오르던 길도
흰 눈에 쌓여/ 제자리에서만 맴돌고

살아있는 것들
갈 수도 오를 수도 없어/ 선 채 제 살집만 지었다

뼈를 세우고 살을 발라/ 구들장 뜨끈하게 군불을 지피고 나면
꼭꼭 문을 걸어 잠그고/ 잠이 드는 저녁
밤 새워 하늘로 오르는 것은/ 날개를 단 연기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햇살 가득한 새벽이/ 세상 처음의 얼굴로 오고
밤새/ 죽은 듯이 걸어두었던 빗장을 내리면
거기 세상의 한길을 향해 열리는/ 너른 대문이 있었다

대문 밖에는/ 오래전에 내렸던 눈이 녹아
냇물로 흐르고
바다로 가고 싶었던 사람들/ 바다를 향해 떠나고
산으로 하늘로 오르고 싶었던 사람들
모두 그들의 길을 가는 길들이/ 눈이 아프도록 멀리 흘러가고
그 길 위로
아침의 따스한 햇살들은 풀어져/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글 김경래(본지 편집자문위원. (주)좋은집 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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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詩로 쓰는 전원풍경] 새해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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