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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골·안·에·서·온·편·지

도랑에서 낚시하다


지금 사는 곳은 산으로 둘러 싸여 새집처럼 움푹 파인 곳에 도툼하니 올라선 언덕입니다. 오래도록 버려진 밭에는 잣나무와 낙엽송이 가득찼는데, 집터를 닦으니 오르는 언덕길과 집 주변을 낙엽송이 둘러싸고 있지요.

그런데 좌우로 개울이 흐르는데, 여름이면 제법 물소리가 방까지 들릴 정도입니다. 워낙 낚시를 좋아해서 북한강과 남한강 가상이(가장자리)만 찾아다녔는데 그런 곳엔 온통 모텔과 카페가 가득 차 땅값도 비싼 데다 주거 환경으로는 마땅치 않았습니다.

늘 툇마루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는 꿈만 꾸다가 산 속으로 들어오니 그게 영 맘에 안 찼지요. 그런데 우연히 집 앞의 개울을 지나다 보니 고기들이 화들짝 놀라 피하는 게 보였지요.

나는 그날로 밭고랑을 뒤져 지렁이 몇 마리를 잡아 한칸짜리 낚싯대를 들고 아들놈과 밤낚시를 했지요. 혹시나 하는 맘으로 던졌는데, 이게 던지자마자 찌가 꼬르르 빨려 들어갑니다. 그러더니 흡사 미꾸라지와 피라미 잡종 같은 고기가 탈탈거리며 끌려 올라옵니다.

금새 스무 마리쯤 잡아 어항에 넣었지요. 그런데 차고 맑은 물에만 놀던 녀석들인지 하루를 못 견디고 죽고 말아서 그 후로 낚시는 잘 안합니다만 그래도 넘어져도 코가 닿을 거리에 낚시를 할 물이 있고, 그 속에 고기가 논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행복합니다.

장마만 지면 여기저기 투망을 치는 이들이 보이고, 여름밤이면 개울가에는 반딧불이 같은 캐미라이트 불빛이 얹혀진 걸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입니다. 그리고 강가는 당장은 좋아도 오래 머물러 살기에는 지루하기 쉬워 산이 낫다는 말을 절감하고 지냅니다.

산이 깊으면 물이 있게 마련이고, 강만큼 깊지는 않지만 발목이 잠기는 개울에 앉아 수박을 쪼개고, 슬쩍 돌만 들어도 가재가 기어다니는 물이 있으니 산과 물을 함께 즐기는 셈이지요. 그리고 수동은 북한강변에서 차로 불과 10여분 거리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자전거 타고 달려가도 되지요.

서울에서도 강이 뵈는 아파트들이 비싸고, 수도권에도 강물이 찰랑거릴만큼 가까운 땅들은 금싸라기 같다지만 막상 머물러 살다 보니 강보다는 산이 여간 아기자기하지 않더군요.

이왕 강 가까운 곳이라면 그냥 맹송맹송한 강보다는 강 가까운 곳의 산자락을 돌아 들어간 개울가를 찾아 나서기를 권합니다.

■ 물골안에서 이시백
글쓴이 이시백씨는 중학교 교사이며 소설가다.
서울서 생활하다 현재 남양주시 수동면 물골안이란 동네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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