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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온 한편의 시


멍석 몇 마름 속에

시·김유신

恨 서린 골동품 같은
멍석 몇 마름을 샀다.

자식 따라서 대대로 살아오던
고향땅을 떠나는
이웃 마을 노부부
시골집을 몽땅 정리하는 과정에
멍석 몇 마름을 사왔다.
한결같이
老부부 나이만큼 크게 쓰잘 것 없는
멍석마름마다 허리가 구부러진
쇠잔한 꼴들이다.



자식 따라서
서울 위성도시로 떠나가는
정든 고향땅을 떠나야 하는
老부부의 때묻은 농가구는
이웃에게 넘겨 주며
고향땅을 떠나야 하는
요즈음 세태에 밀려

한 올 한 올 사랑방에서엮어낸
혹은 여름밤 모기불 속에 엮었을
멍석 몇 마름을 보면서
햇곡식을 풍요롭게 말려
자식들 학비 조달 끝에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것이 변하여
늙으면 고향땅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늙으면 도시로 떠나야만 하는
세상살이
몇 마름 멍석의 운명도 전전하게 되었다.

요즈음에는
가마니 구경도 못하는 시대에
허리가 구부러진 멍석이면 어쩌랴
쇠잔한 멍석 마름이면 어쩌랴
옛날에는 머슴꾼들이 짧은 여름잠을 통하여
주인에게 백중 장날까지 엮어
선물하던
멍석들의 시대는
세월만큼 허리가 구부러진
멍석들이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한쪽으로 잘 쌓으며
한 시대 막을 바라보게 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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