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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꾼 험준한 야산,

"이제는 편안한 전원쉼터로 탈바꿈"

나는 지난 20여년 간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 최악의 조건들을 물리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 어려웠던 몇 가지를 말한다면 계곡 1km지점까지 도로가 전혀 없어 모든 것을 지게에 의존해 운반했다는 점이다.
또 농사를 지으면 수확도 하기 전에 멧돼지가 먹어 치우기도하고, 부엌에 있는 음식은 다른 산짐승들이 가져가곤 했다. 사방에 인적이라고는 없고 오로지 야생동물들과 우거진 산림들만이 대화의 대상이었다.


내가 50여년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자연 속에서 살겠다는 변신의 결단을 내리게된 동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는 평소 도시 생활을 통해 너무나 인공적인 틀에 얽매여 사는 것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욕구에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과 피곤한 씨름을 매일같이 해야하는 도시의 직장생활 속에서 온갖 정신적 번뇌와 신체적 장애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도시인들이 그렇듯 나도 지난 50년간의 도시생활이 그야말로 풍상으로 얼룩진 영욕의 생활이었다고 줄여 말할 수 있겠다. 숨막히는 도시생활에서 정신적으로는 쇄잔해가고 육체적으로는 황폐해 가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도시에서는 어느 곳 하나 평안한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둘째로는 구도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동안 가정, 사회, 직장 등에서 부여받은 책임을 다 한답시고 나의 삶 대부분을 주마등처럼 흘려보냈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를 맞게된 나를 돌이켜 볼 때 삶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에 대한 최후의 자각일 수도 있겠다. 셋째는 나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재창조의 길을 열어 보겠다는 점이다. 그동안 겪어온 경험과 모진 풍상이 여물어 원숙해진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밑천 삼아 나만의 열매를 거두어 보고자 하는 꿈의 실천이라고 하겠다. 대략 위와 같은 동기와 배경을 토대로 나는 우선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흔히 말하는 산좋고 물 좋은 곳, 그리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땅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때가 1980년 무렵이다. 나는 우선 평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이 부합되는 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 조건이란
▲서울에서 거리가 먼 산간지역일 것
▲포장도로가 없을 것
▲전기, 전화가 없어도 무방한 곳
▲언제나 그냥 마셔도 좋은 시냇물이 있을 것
▲농사를 지을 땅이 있고 허름한 집이 있을 것
▲가급적 강원도 지역일 것 등이다.



대략 위와 같은 조건을 가지고 전국으로 땅을 찾아 나선지 2년여 만인 81년 지금의 정착지인 강원도 원주군 신림면 황둔2리 창골 마을 매봉산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해발 6백m가 넘는 고지대이다. 내가 이 땅을 찾는 일은 꿈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자 시련이었다.
땅이 좋으면 물이 마땅치 않는 등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자리를 쉽게 만나지 못했었다.
나는 당시 이 아름다운 골짜기의 뛰어난 산수를 벗삼아 나의 꿈이 성취될 때까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며, 변화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짐을 마음깊이 심었던 것이다.
당시 이 곳의 자연환경은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인간 생활의 각종 편의시설면에선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지난 20여년 간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 최악의 조건들을 물리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꿔 놓았다.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때 어려웠던 몇 가지를 말한다면 계곡 1km지점까지 도로가 전혀 없어 모든 것을 지게에 의존해 운반했다는 점이다. 또 농사를 지으면 수확도 하기 전에 멧돼지가 먹어 치우기도하고, 부엌에 있는 음식은 다른 산짐승들이 가져가곤 했다.
사방에 인적이라고는 없고 오로지 야생동물들과 우거진 산림들만이 대화의 대상이었다.
더욱이 이 험한 곳에서 아내는 나보다 먼저 와서 여자 홀몸으로 산짐승과 우거진 숲과 그리고 적막함과 싸우며 이 곳을 일구었다. 당시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는데 그 기간이 무려 12년이나 되었다.
이제 나와 아내는 아직 달관한 단계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정도의 농사지식을 갖게 됐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소득도 보장받는 위치에 서게 됐다. 농사는 자기 체험과 지역 특성에 알맞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경험에서 얻어낸 진리라 하겠다.
지금 내가 주력하고 있는 농사는 산채 중에서도 손꼽히는 두릅이다. 두릅은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높은 영양가를 지니고 있으며 각종 질병 예방에 효과가 뛰어난 건강 식품이다.
나는 또 오래전부터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십여 가지의 조경수도 재배하고 있다.
어느덧 이 곳에 온 지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연히 들리기도 하고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나 등산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런 곳에서 적적해서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이다.
자못 측은해 하기도 하는 인상까지 풍기면서 하는 말에 나는 적잖이 저항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질문들은 한마디로 내가 온몸으로 누리고 있는 대자연으로 부터의 벅찬 즐거움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질문에는 항상 무대답일 수밖에 없는데 설명하자면 대답이 길고 반문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마음속으로만 대답할 뿐이다.
보고 느끼는 것마다 감탄스럽고 손에 닿는 것마다 감사하며 아늑하고 편안하고, 내 인생 다하도록 다 깨달을 수 없을 만큼의 벅찬 것들이 대자연의 모습이다. 신이 내린 자연의 모습들을 어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다만 너무 엄청난 이 은혜를 혼자서 누린다는 것이 오히려 미안할 따름이다.
길이 있으되 눈먼 이는 보지 못해 못 가듯, 자연 속에서 살면서 어머니의 포근한 품에 안긴 것과 같은 행복감을 경험 없는 이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도시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어쩌다 서울에라도 갈라치면 몇 시간도 못되어 탈출 심리가 일어나곤 한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자니 우선 남을 밀어 부쳐서라도 내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자니 나 좋기 위해 남 기분 나빠야 한다. 소비할 것이 많으니 벌기 위해 다투어야 한다.
도시 공간 속에서는 고요히 생각하는데서 생기는 지혜가 없다.
물질 만능주의니 검소하게 살기 어렵고 그러니 겸양이나 덕이 있을리 없고, 욕심을 챙기다 근심을 얻게 되고, 참아내기 어려워 미워하게 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이 없으니 생각이 그릇되고, 사람이 너무 많아 남을 공경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 뿐인가, 주변에서 대우받지 못하니 남을 원망해야하고 결국은 남을 해치고 앞서가려다 자기가 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헛된 것을 보고 허우적대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대자연의 모습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내가 정착한 이 곳은 신의 선물치고는 너무 과분하다.
아무 곳에서나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신다. 요즘 세상에 아주 드문 일이다.
마루에 걸터앉으면 구름이 발밑으로 지나가 싸리재를 넘는다.
밤하늘에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 가슴속까지 씻어주는 시원한 공기, 언제나 반겨주는 푸른 초목들과 그 곳에서 노니는 이름 모를 새들. 진달래는 벌써 피어 만발하고 뒤뜰 복사꽃은 내일일지 모레일지 빨간 꽃망울이 터질 것만 같은데.....
너무 아름다워 넋을 일고 보노라면 험상궂은 인생의 시름이 멀리멀리 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적적할 시간이 있단 말인가.

글 김형태/사진 류재청

■ 건축정보
위치 : 순천시 낙안면 이곡리 노암마을
대지면적 : 1백90평
연면적 : 45평(1층 30평, 2층 15평)
구조 : 2×4 목구조
외부마감 : LAP 사이딩
내부마감 : 거실벽 및 천장(노출서까래 및 루바), 거실벽(루바),
바닥(온돌마루), 방 벽및 천장(벽지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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