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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경남 고성군 거류면 신용리 문화마을에 자리한 54평 복층 목조주택. 각각의 공간마다 외벽이나 지붕 선에 변화를 주어 입면이 다채롭다. 45도 경사를 이루며 한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지붕 선은 정연해 보인다. 외벽은 시멘트 사이딩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시다 베벨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강조했다. 이 주택은 세대간 독립성을 확보한 평면 배치와 미국식 경량 목구조에다 한옥 건축 양식인 홍송 대들보와 서까래 구조를 접목시킨 점이 특징이다.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고성군 거류면 신용리

·대 지 면 적 : 212평

·건 축 면 적 : 37평

·연 면 적 : 54평

·건 축 형 태 : 경량 목조주택+대들보, 서까래 구조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시다 베벨 사이딩

·내벽마감재 : 원목 루바, 실크벽지, 원목 몰딩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홍송 대들보·서까래 노출 + 원목 루바, 실크벽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시 공 기 간 : 2005년 8월∼2005년 10월

설계·시공 : 상림건설(주) 상림목조주택 (055)324-0488 www.sanglimh.com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가르치고자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사람이 지은 집이 사람의 성격을 구속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名言). 예나 지금이나 주거 환경과 주택 구조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숨통을 옥죄는 갇힌 공간인 도회지의 아파트를 벗어나 가슴속까지 후련한 열린 공간인 전원에다 건강한 집을 짓고 있다.



맑고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경남 고성군 거류면 신용리 문화마을에서 54평 복층 목조주택을 짓고 사는 김병철(46)·강정순(40) 부부. 2005년 10월 15일 입주했으니, 전원생활이라야 불과 3개월 남짓이지만 삶에 활기가 넘친다고.



“전원으로 이주한 후 가족 모두 표정이 한결 밝아졌어요. 맞벌이를 하기에 하루하루 정신 없이 보내기는 도시나 전원이나 매한가지인데도 말이죠. 쾌적한 자연 환경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봐요.”



이들은 교사 부부로 1990년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아파트는 관리 면에서 편할지는 모르지만 피곤한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강정순 씨.



“아파트에서만 15년을 살았으니 그 생활에 푹 젖을 만도 한데 오히려 답답증이 생겼어요. 아파트 생활은 밀폐된 상자 속에서 갇혀 지내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하루가 멀다하고 사방에서 콘크리트 건물들이 바짝바짝 조여 오는데 숨통이 콱콱 막히더군요. 학교 일이 좀 고되다 싶으면 그 이튿날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고요. 더욱이 아토피성 피부염과 비염을 앓는 니은(15)이나 이든(13)이를 생각해서도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이 필요했지요.”



지 매입, 운 때가 따로 있어



김병철·강정순 부부는 전원행을 결심할 즈음 거류산 언저리 당동만의 수려한 자연 경관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87가구의 ‘거류문화마을’이 조성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 필지당 123∼252평으로 평당 17만∼27만 원에 분양했다. 기반을 둔 고성읍에서 가까운 데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나들목이 2분 거리에 있고, 국도 77호선이 지나기에 적지라고 여겼다.

강정순 씨에게는 양식장의 하얀 부표가 점점이 박힌 당동만과 마주한 거류문화마을은 낯설지 않았다. 이곳에 친구가 살았기에 친숙했으며, 바다가 워낙 아름다워 이런 데에서 살아 봤으면 했다고.



“평소 살고 싶던 곳에 문화마을이 들어섰으니, 여러 가지로 운 때가 맞았지요. 더욱이 이곳은 문화마을 끄트머리라 바다가 잘 보여 경합이 치열했는데, 알고 보니 친구 어머니의 밭 자리였지요. 분양 받을 당시 친구 어머니께서는 정이 많이 든 땅이니, 아는 사람이 차지했으면 하고 바라셨지요. 그러한 바람 때문인지 필지 212평을 평당 20만 원에 구입했지요.”



김병철 씨는 생태 중에서도 특히 나무에 관심이 많으며, 강정순 씨는 손수 목조주택을 짓는다는 친구에게 호기심을 가졌기에 건축은 자연스럽게 목구조로 정했다. 이들 부부는 부지 매입 후, 목조주택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인근에 자리한 전원주택을 보러다녔다.



그로부터 1년 후 설계·시공을 상림건설에 맡겼는데, 2005년 5월 경남 마산시 진동의 목조주택을 둘러보고 반했기 때문이다. 수십 채의 목조주택을 보았지만, 상림건설에서 지은 진동 목조주택처럼 외관이 아름답고 마감이 깔끔하지는 않았다고. 상림건설에서는 가족의 취향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한 설계도면을 가져왔다.



“안방에 드레스-룸을 넣어 달라는 것 외에는 설계 변경을 하지 않았어요. 가족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과 주방을 바다가 바라보이는 전면에 배치한 게 무엇보다 맘에 들었고, 아이들 공간을 2층에 독립시켜 작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좌·우측 전면에 배치한 것도 좋았고요. 아파트에서는 현관문을 열면 모든 공간이 다 들여다보여 사춘기 아이들이 불편해 하는 눈치였거든요.”



이들 부부는 2005년 10월 15일 54평 복층 목조주택으로 이주했다. 그해 7월에 계약과 설계 협의를 마치고 시공에 들어갔으니 3개월 만의 일이다.



층간 독립성을 통한 프라이버시 확보



이 주택은 각각의 공간마다 외벽이나 지붕 선에 변화를 주어 입면이 다채롭다. 지붕 선이 많으면 자칫 복잡해 보이는데, 45도를 이루는 지붕 선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내림으로써 정연해 보인다. 외벽에는 시멘트 사이딩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시다 베벨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강조했다. 2층 자녀 방의 발코니를 활용해 기능성을 다하고자 현관과 주방에 포치를 만들었다.



주택 배치는 계단식으로 조성한 부지임을 감안해 뒤편으로 물려 앉힘으로써 정원을 여유 있게 확보했다. 또한 진입로에서의 동선과 거실 전면 조망을 방해 받지 않도록 주 출입구를 측면에 냈다. 좌측 현관에서부터 전면 가득 덱을 만들고 주방 앞에는 테이블을 놓아 운치를 살렸다. 장방형 창과 반달 창을 여러 개 냄으로써 다양한 입면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내부는 동선을 ‘T’자형으로 디자인해 중앙 복도로 각 실을 연결했다. 1층 전면에는 거실과 식당·부엌, 다용도실을, 후면에는 안방과 계단실, 욕실, 서재, 창고를 배치했다. 또한 내벽을 이용해 각 실의 독립성과 개방성을 확보했다. 2층 천장까지 오픈시킨 거실도 자녀들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자 내벽을 이용해 2층으로의 시선을 차단했다. 한편 계단 밑에 배치한 욕실은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2층은 사춘기 자녀만의 공간으로 두 개의 침실과 욕실, 가족실을 배치했다. 좌측 니은 양의 아늑한 침실은 특이한 천장 구조에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이치는 고창이 눈길을 끈다. 가족실과 맞붙은 이든 군의 방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 방 모두 미닫이 창문 앞에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발코니를 냈다. 또한 가족실 한쪽 벽면의 계단은 동심을 자극케 하는 아담한 다락방으로 통한다. 현재는 수납공간이나 작업실로 쓰이지만, 크기나 일조량을 감안하면 보조 침실로도 손색이 없다.
이 주택은 세대간 독립성을 확보한 평면 배치와 미국식 경량 목구조에다 한옥 건축 양식인 홍송 대들보와 서까래 구조를 접목시킨 점이 특징이다.



온몸으로 느끼는 전원생활의 즐거움



강정순 씨는 거류문화마을에 주택이 서너 채 밖에 들어서지 않아 내심 걱정했다고.



“막상 전원행을 결심하니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도회지와 달리 무섭고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지요. 그러나 밤중에는 멀리나마 도로 주변 건물들의 불빛이 보여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들고, 낮에는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정원을 가꾸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 가지요. 무엇보다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아파트에 살 때는 늘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이곳에서는 숙면을 취해서인지 몸이 홀가분해졌지요.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아토피성 피부염과 비염이 말끔히 나았지요. 피부가 보송보송해진 니은이를 보면서 주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지요.”



잔디를 먼저 심고, 포크레인을 이용 단풍이며 목련, 동백나무 등을 심느라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갔다는 이들 부부. 아직은 전원생활이 익숙하지 않아 좌충우돌하기도 하지만 아파트와 달리 전원주택에서는 몸을 움직일 일이 있어 좋단다. 김병철 씨는 인근 약수터까지 차가 닿는데도 일부러 생수통을 짊어지고 걸어서 갔다올 정도다. 도회지와 달리 한적한 전원에서는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라고.

울타리에 심은 갖가지 화초들이 꽃망울을 틔우는 봄이 기다려진다는 이들 가족에게서 주거 환경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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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사이에서 피어나는 삶의 향기, 고성 54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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