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온양면 운화리 대운산 자락에 자리한 장태환·이희숙 부부의 목구조 황토집으로 18.9평 본채와 5.9평 별채로 채 나눔을 했다. 장태환 씨가 병마(病魔)를 물리치고자 건강하게 지은 집으로, 벽체는 단열 효과를 높이고 외풍을 막고자 대나무로 외를 엮어 17센티미터 두께로 황토 2중 맞벽치기를 했다. 사용된 황토는 지기(地氣)를 발산하는 경주 남산의 동황토다. 건강미 넘치는 전통 가옥 구조에다 평면 배치는 편리성을 강조한 현대 주거 양식을 접목시켰다. 건강을 회복한 장태환 씨를 보면서, 주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주약동원(住藥同源))는 생각을 했다.
건축정보
·위 치 :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대 지 면 적 : 130평
·건 축 면 적 : 18.9평(62.46㎡)
·건 축 형 태 : 단층 전통 목구조 황토집
·평 면 구 조 : 현대식 일자형 겹집
·실 내 구 조 : 구들방, 안방, 거실, 주방, 욕실, 현관
·벽 체 구 조 : 황토 이중 심벽치기(두께 17㎝)
·벽체마감재 : 황토 맞벽 후 내·외벽 순수 황토 미장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황토+운모+백모래 혼합 황토. 황토미장 후 맥반석 판재(거실 및 주방)
·창 호 재 : 외부-하이 새시, 내부-목창·문(세살문)
·난 방 형 태 : 전통 구들 및 심야전기 온수보일러
·정 화 조 : 10인용 오수정화조(혐기여상기폭기식)
·건 축 비 용 : 평당 350만 원
별채
·건 축 면 적 : 5.9평
·건 축 형 태 : 목구조 전통 흙집
·실 내 구 조 : 구들방, 주방, 욕실, 툇마루
·지 붕 재 : 죽데기
·건 축 비 용 : 평당 300만 원
설계 및 기술지도 : 한국전통초가연구소
(052)263-3007, 011-556-2007 www.koreachoga.co.kr
울산시 울주군 온양면 운화리 대운산 자락에는 농가주택 3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울산 12경에 속하는 대운산은, 맑고 풍부한 수량의 계곡에다 진달래와 억새군락이 펼쳐져 있어 등산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운산 등산 코스 여럿 가운데서도, 고즈넉한 운화리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제법 운치를 더한다.
나지막한 돌담길을 따라 운화리로 들어서면 아담한 목구조 황토집이 나온다. 고풍스런 한옥과 70, 80년대 지어진 슬래브집들 사이에 묻혀 모나지 않는 집이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대운산을 찾던 장태환(57세)·이희숙(58세) 부부가 제2의 삶을 시작한 곳이다.
이들 부부는 흙집을 짓기 전까지 이 마을에서 세를 얻어 살았다. 혹자는 대운산에 매료돼 삶의 터전을 아예 이곳으로 옮긴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장태환 씨의 건강 악화였다.
도시에서 얻은 병, 전원에서 치료
장태환·이희숙 부부는 이곳에 황토집을 지어 이주하기 전에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처용동에서 3000여 평의 과수 농사를 지으며 지냈다. 그러한 가운데 장태환 씨는 소싯적부터 슬래브집을 시공한 경험을 살려 틈틈이 건축을 했다. 병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집은 모름지기 튼튼한 게 최고라며 슬래브집을 제일로 쳤다. 처용동의 집도 손수 슬래브로 지었음은 물론이다.
그처럼 슬래브집 신봉자(?)였던 장태환 씨가 운화리에 황토집을 지은 것이다. 그는 급작스런 건강 악화로 거주 환경과 주거 구조에 대해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2004년 8월에 좀체 기침이 끊이질 않아 대수롭지 않은 감기려니 여기고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리를 들었지요. 후두 아랫부분의 내분비갑상선 상태가 매우 심각한데 손을 못 쓰겠으니 종합병원을 찾으라는 거였지요.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피곤하지 않았으며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기에 도무지 믿기지 않았지요. 결국 그 해 10월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쾨쾨한 매연과 시멘트 독이 문제였던 거 같아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몸이 부쩍 좋아졌으니 말이죠.”
울주군 온산읍은 석유화학공단지역으로 환경 오염이 극심한 지역이다. 그러한 데다 슬래브집을 시공하면서 시멘트 독까지 흡입했으니 건강 악화는 당연지사(當然之事)였는지도 모른다. 이희숙 씨는 그러한 이유로 피난길 떠나듯이 전원행을 서둘렀다고.
“수술 후에 의사가 공기 맑은 곳에서 요양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약사인 시동생도 전원에서 몸조리에만 전념하라고 권유했지요. 그 말을 들으니 우리 부부는 지긋지긋한 공단지역에서 하루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지요. 막상 전원행을 결심했지만, 맘이 급한 탓인지 터를 찾기란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자니 대학에 다니는 아들 뒷바라지 문제에다 무섭고 쓸쓸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앞섰고요. 그 무렵 문뜩 떠오른 게 이곳 운화리인데, 대운산에 자주 다녔기에 낯설지 않았고 전원생활을 하며 몸조리하기에는 나무랄 데가 없다고 보았죠.”
운화리는 자연 환경이 양호하며 울산과 가깝기에 도시의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전원주택지로는 손색이 없는 곳이다.
슬래브집 신봉자, 황토집 짓다
장태환·이희숙 부부는 2004년 말, 운화리 주민들에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얘기하며 수소문한 끝에 12평 낡은 농가주택이 딸린 대지 130평을 평당 80만 원에 구입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농가주택이라 사람이 살려면 개축(改築)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운화리에 사는 원주인(原住人)이 딱한 사정을 듣고는 집을 새로 짓는 동안 자신의 집 아래채를 쓰라며 세를 내 주었다.
산세가 수려하며 공기 맑고 물이 좋아서일까? 2005년 봄기운이 만연할 즈음 장태환 씨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면서 집을 짓기로 맘먹었다. 집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할 때는 두 가지 행운이 따랐다고.
“그린벨트지역이라 집을 새로 짓는다 해도 12평에 불과해 고작 방 하나에 거실, 화장실이 전부였지요. 아들과 시집 간 두 딸이 찾아와도 머물 곳이 없었지요. 건축에 있어서는 건강을 생각해 흙집을 지으려고 했으나 시공 전문가를 찾지 못해 고민했고요. 그렇게 몇 개월 지나자 그린벨트가 풀리고, 한국전통초가연구소의 윤원태 소장도 알게 됐지요. 집을 지으려면 운 때가 맞아야 한다고 하던데… 우리 집 지을 때 그 운이 따라 주었나 봐요.”
장태환 씨는 울주군 상북면 거리 소재 한국전통초가연구소를 방문해 다양한 형태의 전통 가옥을 둘러보고, 윤원태 소장의 기술 지도로 지은 흙집을 두 군데 방문했다. 슬래브집을 지을 때 기초는 으레 콘크리트로 한다고 믿었는데, 그 어느 흙집도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놀랐다고.
“콘크리트를 대신에 주춧돌만 놓고 기둥을 세워 지은 집이 저렇게 튼튼할 수 있나 의아했지요. 경성대에서 전통 건축학을 강의하는 윤 소장의 전통 흙집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죠. 편리함만 쫓다 보니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을 잊고 지냈어요. 그 대가로 나는 병까지 얻었고요.”
주약동원(住藥同源), 황토집의 건강성 극대화
장태환·이희숙 부부의 황토집은 윤원태 소장에게서 한국건축학 강의를 받은 8기 수료생들이 지었다. 윤 소장이 기술지도를 했는데, 무엇보다 건축주의 건강 회복에 신경을 썼다고.
“건강 주거를 위해 벽의 아래쪽 기둥 사이를 가로지른 하인방 밑으로 콩자갈(10㎝), 황토(40㎝), 마사(5㎝), 참숯(8㎝), 마사(5㎝), 황토(10㎝), 엑셀 파이프 설치 후 굵은 마사(3㎝) 깔기 그리고 황토 마감재(6㎝) 순으로 바닥을 시공했지요. 생명의 원천인 지기(地氣)를 발산하는 황토는 《동의보감》에서 ‘상승 기운과 기세를 품었다’고 한 경주 남산의 동황토를 사용했고요. 벽체는 단열 효과를 높이고 외풍을 막고자, 대나무 외를 엮어 17센티미터 두께로 황토 2중 맞벽치기를 했어요.”
목구조 전통 흙집으로 18.9평 본채와 5.9평 별채로 채를 나눴다. 본채는 한 개의 종마루 아래에 두 줄로 나란히 실(室)을 만든 일자형 겹집으로 전면에는 거실과 구들방이, 후면에는 안방과 화장실·주방이 자리한다. 거실 전면에는 툇마루 격인 덱이 포치형 현관까지 이어져 전통과 현대 주거의 어우러짐을 엿보게 한다. 건강미 넘치는 전통 가옥 구조에다 편리성을 강조한 현대 주거 양식의 평면 배치를 접목시켰음을 알 수 있다.
안방과 구들방에는 황토 바닥 위에 돗자리를 깔았으며, 거실과 주방에는 황토 바닥 위에 원적외선 반사율이 높은 맥반석을 깔아 건강성을 강조했다. 벽체는 황토의 기운을 막힘 없이 받아들이고자 맞벽치기 후 순수 황토를 물에 걸쭉하게 개어 여러 차례 마감했다. 천장은 2중으로 열 손실이 없으며, 원목 루바를 대어 나뭇결과 목향(木香)이 눈과 코를 즐겁게 자극한다. 거실과 주방은 서까래를 노출시켜 전통 가옥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실과 주방을 경계짓는 곳의 상인방을 홍예(虹霓, 아치형)처럼 틀어 실내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꾸몄다. 장태환 씨는 주로 군불을 때는 구들방에서 기거하는데, 황토의 효능을 높이고자 아예 벽지를 바르지 않았다.
원룸형 별채는 구들방과 주방, 욕실, 툇마루로 짜여져 있는데, 자식들이나 손님이 방문했을 때, 제 집처럼 맘 편히 묵어 가도록 지은 것이다. 별채는 본채 지붕의 아스팔트 슁글 대신 통나무의 표면에서 잘라 낸 널조각인 죽데기로 마감했다. 지붕재를 제외하면 벽체 구조나 마감 방식은 본채와 같다.
순수 황토만을 사용해 지은 새 집이다 보니 벽면 군데군데 터진 흔적이 보인다. 이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드라운 황토를 물에 걸쭉하게 반죽하여 붓으로 덧칠해 주면 말끔해진다.
흙집의 건강성, 온몸으로 느껴요
장태환 씨는 흙집에서 생활하면서부터 얼굴에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처음 마을에 찾아들 때만 해도 얼굴에 핏기가 없고 거칠했는데 지금은 천양지차(天壤之差)라고.
“말을 해야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고, 저 사람 수술 받았지 할 정도지요. 여기선 감기도 안 걸리고, 밤에 몸살기가 있다가도 구들방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이튿날 개운하지요.”
이희숙 씨는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진 남편을 보면서 황토집 짓기를 잘했다고.
“집을 짓는다고 하자, 친정 엄마가 아픈 사람이 있을 때에는 집을 짓는 게 아니라며 극구 말리셨죠. 매일 전화를 걸어 달달 볶다시피 하셨어요. 집을 짓고 며칠 묵으셨는데 남편 건강이 좋아진 걸 보고는 매우 흡족해 하셨죠. 그런데 구들방에서 자고 일어나니 몸이 달라진 것 같다고 하시면서 한사코 안 가시겠다는 거예요. 동생이 형부 몸이 더 좋아지면 그때 다시 오자며 모셔갔지요.”
슬래브집에 비해 흙집은 어떤 점이 좋을까? 이들 부부는 첫째로 외풍이 전혀 없다고 한다. 슬래브집은 두껍기만 했지 외풍이 심한데, 여기서 지내다 보니 아들이 머무는 처용동 집에 가기가 싫어졌다고. 둘째로는 흙 냄새 나무 냄새가 좋아 마음이 포근하고 따뜻해진다 한다. 셋째로는 맘이 편해 잠이 쉽게 오고 숙면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황토집의 우수성은, ‘먹는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식약동원(食藥同源)에 버금가지 않을까? 황토집에서 건강을 회복한 장태환 씨를 보면, ‘주약동원(住藥同源)’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성인병의 원인이 식원병은 ‘음식’에서 기인한 것이고,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새집증후군이 ‘주택’에서 기인한 것을 보면 말이다.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