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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만으로 지은 순수한 토담집. 윤경중·이계자 부부의 보금자리다. 우리네 흙집 대부분은 흙으로만 지은 집이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는 구조체가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무로 뼈대를 짜고 나머지 부분을 흙으로 마감한다. 하지만 윤 씨의 집은 목재 기둥을 세우지 않고 흙으로만 벽체를 쌓았다. 방 1칸은 구들을 놓아 재래식 난방 방식을 재현했다. 인테리어는 투박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멋을 강조했는데, 내벽은 별다른 마감 없이 흙벽 상태로 두고, 천장은 보와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원목 루바로 마감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연곡리

·부 지 면 적 : 213평

·연 면 적 : 44.2평

·건 축 형 태 : 황토주택(토담집)

·외벽마감재 : 황토 모르타르

·내벽마감재 : 황토 모르타르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루바

·바 닥 재 : 한지장판, 원목마루

·창 호 재 : 새시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온돌

·식 수 공 급 : 지하도

·건 축 비 용 : 평당 300만 원

설계·시공 : 직영 031-877-9164
Daum 카페 ‘전통과 생명의 美 흙집세상’





최근 경기도 양주시에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양주시는 그동안 의정부시와 동두천시에 밀린 데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와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의 규제로 변변한 택지개발조차 진행되지 못했던 곳이다. 그러나 2003년 하반기 시로 승격된 이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이 가시화되고 고양시와 파주시의 개발 바람이 이어지면서 뜨고 있다. 양주시에는 최근 옥정동 택지개발지역을 비롯해 고읍지구, 광석지구, 덕정2지구의 택지개발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개발 바람과 함께 불고 있는 또 다른 바람. 양주시는 서울 근교이면서도 때묻지 않은 자연과 옛 산골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지역으로 전원주택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촌과 조각공원의 추억이 깃든 장흥 쪽 고개를 넘어 기산저수지를 끼고 돌면 갑자기 길이 낙차 큰 커브를 그리며 아래로 뚝 떨어지는 고개에 다다른다. 그 고개 아래에 이르면 경사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에 이르는데, 그 마을로 들어서면 눈에 띄는 전원주택단지가 있다. 이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윤경중(57세)·이계자(54세) 부부.


“젊은 시절 사업상 잠깐 머무른다는 게 어느덧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이곳에서 아들을 보고 손자를 보고 삼대가 함께 어울러 살고 있으니, 이젠 고향이나 다름없지요. 이곳은 자연환경이 좋으면서 서울, 일산, 파주 등과 가까워 사는 데에 불편함이 없어 전원주택지로 괜찮은 곳이죠.”



100년의 세월을 견디는 토담집의 매력



건축주 부부는 80평 규모의 콘크리트주택을 처분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흙집을 지었다. 그 이유에 대해 윤경중 씨는 Daum카페 ‘전통 생명의 미와 흙집세상’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는 다년간 콘크리트 건물을 많이 지어본 사람이다. 내가 살 집도 4번이나 지어봤다. 이런 내게 어느 날 한동안 소식이 없던 《토담집》 저자인 이화종 씨가 전화와 함께 《토담집》 이라는 책을 보내왔다. 내가 건축을 하는 사람이니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란다. 책을 읽어보면서 건축자재로써 흙의 우수성과 옛날 어릴 적 흙집에 살았던 향수가 밀려왔다. 그 다음날 강원도 영월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화종씨의 토담집을 방문했다. 반가운 마음과 귀한 대접을 받은 후 토담집에서 사는 재미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화종 씨가 전원생활을 하게 된 것은 장애가 있는 아들 때문이었는데, 황토집에 살면서 아들의 건강이 거의 회복이 되었다는 것이다. 별도의 처방 없이 단지 흙집에서 살면서 자연식을 한 것뿐이라는데……. 이후 흙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윤경중 씨는 흙집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막상 자신이 살 집으로 짓는다고 생각하니 왠지 께름칙했다고 한다. 흙으로 집을 지으면 수명은 얼마나 갈까,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 등이 염려스러웠다고.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자 토담집을 찾아 나섰다는 윤경중 씨.


“요즘 토담집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산골마을 곳곳에 토담 울타리나 담배 건조실 등이 남아 있습니다. 100년이 넘은 토담 울타리는 담 위의 이엉이 썩어서 물이 샌 곳은 패여 있지만, 물이 닿지 않은 곳은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40여 년 된 2층 높이의 담배 건조장도 아직 멀쩡해 보였습니다. 비와 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반대로 20년 전에 쌓은 시멘트 블록 담은 손으로 만지자 부슬부슬 부서지더군요.”


윤 씨는 흙집이 튼튼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는 흙집을 짓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이화종 씨가 집필한 《토담집》을 살펴보며 흙집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살피고 그 해결 방안을 연구했다. 이화종 씨가 사는 토담집을 다섯 차례 방문하고, 길을 가다 눈에 띄는 흙집이 있으면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흙집을 지을 때 주의 사항을 정리했다.


첫째, 생활하기 편하게 지어야 한다. 흙집이지만, 아파트보다 불편해서는 안 된다. 둘째,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어야 한다. 셋째, 물(습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넷째, 시공비가 너무 비싸지 않아야 한다.


윤 씨는 자신과 가족이 살 흙집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집은 흙만 사용한 토담집으로 짓기로 맘먹고, 외벽을 보호하고자 기초를 높이고, 처마를 길게 빼기로 했다. 또한 구들방을 들이고, 아궁이를 실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2005년 5월, 시작한 건축 공사는 그해 10월 완공을 보았다.



실용적이면서 정감 넘치는 집



토담집(담틀집, 다짐흙벽집)은 현대로 치면 콘크리트 거푸집에 해당하는 담틀을 이용해 흙으로 짓는 집이다. 이 집은 한적한 시골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사 가파른 산 중턱 양지 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일(一)자 집으로 우진각지붕 형태인데 멀리서 보면 사람이 눈웃음치는 것처럼 보인다. 지붕에 설치한 2개의 뻐꾸기창이 마치 사람의 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바닥 기초는 황토를 다지고 직경 2미터, 두께 1미터의 육중한 자연석을 깔았다. 그리고 매트기초를 치고 난방공사(온돌, 엑셀배관)를 한 후 황토 모르타르를 발랐다. 벽체는 50센티미터 폭으로 담틀(거푸집)을 설치한 후, 흙을 15센티미터 정도 붓고 다지기를 반복하여 2.6미터 높이로 올렸다. 그리고 안팎으로 황토 모르타르를 발랐다. 황토 모르타르는 황토와 운모석을 50:50으로 섞어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면 황토 미장을 해도 갈라지지 않고 습기에 강하고 손으로 만져도 황토가 묻어나지 않는다.


지붕은 보 위에 서까래를 걸고 3센티미터 두께의 루바를 깔고 알루미늄 호일을 덮은 후 황토를 20센티미터 두께로 고르게 올린 후 나무로 트러스를 짠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방수 합판을 덮은 아스팔트 슁글을 얹었다.
창틀은 16밀리미터 두께의 철로 주문 제작해 설치했고, 보와 서까래는 국산 잣나무를 사용했다. 원형으로 마름질을 했기 때문에 보는 직경 30센티미터, 서까래는 직경 15센티미터로 크기가 모두 일정하다.


내부는 현관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거실, 아궁이, 부부방, 서재, 욕실을 배치하고, 우측으로는 주방과 아들 부부방, 욕실을 배치했다. 거실과 아들 부부의 방은 조망과 채광이 좋은 전면에 배치하고, 부부방과 서재, 주방은 후면에 각각 앉혔다. 안방은 구들을 깔아 재래식 난방 방식을 재현했다. 구들의 고래 높이 때문에 안방은 다른 방보다 높게 설치됐다.


인테리어는 투박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멋을 강조했다. 내벽은 별다른 마감 없이 흙벽 상태로 두고, 천장은 보와 서까래를 노출하고 원목 루바로 마감했다. 바닥은 대나무 원목과 한지장판으로 마감했다.


특히 내부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거실 한쪽에 설치한 아궁이다. 아궁이는 온돌방인 안방의 방바닥을 데우고, 거실 쪽으로는 벽난로처럼 훈훈한 열기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데, 윤 씨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도 노동입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 불을 지피는 것은 낭만입니다. 또한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먹는 재미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한번 불을 때면 며칠 동안 방이 따뜻하지만 가족들은 불 때는 재미에 매일 때자고 할 정도입니다.”


이 외에 마당의 터주대감인 정자는 한옥을 철거하면서 버려진 목재를 재활용하여 지었다. 정자에 놓인 탁자는 육중한 기초석을 사용하고, 의자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한옥의 대들보를 사용했다.
이렇게 짓는 데에 소요된 비용은 평당 300만 원. 공정을 좀 더 체계화시키면 평당 250만 원까지 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윤 씨는 콘크리트주택에서 살 때와 달리 흙집에 살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며 대만족이란다. 가족 간 음악회를 열고, 친지나 이웃들을 초청해서 마음놓고 떠들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는 전원생활이 그저 행복하다는 것. 이러한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단다.


“앞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흙집을 지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흙집의 매력에 대해 알리고 흙집의 보급에도 힘쓸 계획입니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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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면서 실용과 운치를 살린 전통 美 경기 양주 47.2평 단층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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