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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의 통나무집 '고목정'으로 향하는 길은 한적하다. 제법 운치 있는 산과 들을 벗삼아 청양에서 공주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칠갑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고목정은 그 입구에 자리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노랫소리가 귀를 반긴다. 사연이 깃든 노랫말로 채워진 가락은 손님을 맞을 뿐만 아니라 저수지 조성으로 곧 수몰될 광대리 들판을 향해 한없이 퍼져 나간다. 눈앞에 펼쳐진 시원시원한 전경들이 머지않아 물 밑으로 사라진다는 생각에 신비감을 더한다. 고목정을 찾은 이날도 마을과 마을을 잇던 오래된 다리 하나가 역할을 다하고 퇴역했다.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청양군 대치면 광대리

·부 지 면 적 : 603평

·건 축 면 적 : 42평(1층 28.5평, 2층 13.5평)

·건 축 형 태 : 수공식 통나무

·외벽마감재 : 통나무(북미산 더글라스퍼)

·내벽마감재 : 통나무(북미산 더글러스퍼), 스끼 루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원목마루

·창 호 재 : 하이새스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2월~7월

·건 축 비 용 : 평당 530만 원

설계·시공·조경 : 고목정(수공식통나무건축)
(041)943-3828 www.고목정.kr



사람을 모이게 하는 곳'이라는 의미로 한 스님이 이름지었다는 '고목정'에는 최무락(42)·박윤옥(37) 부부 가족이 살고 있다. 최무락 씨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평소 짓고 싶은 집만 지으며 살기'를 희망했다. 이곳 광대리로 들어간다고 하자, 주위는 물론 친척마저도 '미쳤다'고 할 만큼 만류가 심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통나무주택을 짓고자 최무락 씨는 통나무학교를 다녔으며, 그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통나무주택 시공 현장을 두루 돌며 경험을 쌓았다. 그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통나무 카페인 고목정과 가족이 거주할 42평 통나무주택을 손수 지었다.

 

멀리서 바라본 고목정은 주변 경치와 잘 어우러진다. 보이는 곳 대부분이 통나무여서 일체감을 준다. 가까이 다가서면 벽체를 이루는 원목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데, 그 두께와 웅장함에 새삼 놀랄 뿐이다.


세심한 설계 시공 돋보여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42평 통나무주택으로 가려면 전원카페 고목정을 지나야 한다. 카페와 주택을 잇는 넓은 덱과 그 앞에 펼쳐진 시원스런 광경들은 고목정만이 갖는 '프리미엄'이다.

 

다리 같은 느낌의 덱을 지나면 세모창이 눈에 띄는 주택이 나온다. 이색적인 이 창은 현관 입구와 거실에서도 볼 수 있다. 최무락 씨가 단조로움을 피하고 채광을 줄이며,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고자 선택한 창이다. 요즘에는 대부분 창을 크게 내는 추세지만, 이 집의 창은 한결 같이 작다. 아늑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데에다,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세게 불며 기온이 낮은 특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통나무주택은 원목 그 자체가 내·외장재이다. 내부 벽체를 만져 보면 잔잔한 호수에서 갓 꺼낸 조약돌처럼 매끄럽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나무무늬가 눈을 즐겁게 한다.

평면 배치를 보면 1층은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높은 천장의 거실과 욕실이 딸린 안방이, 우측에는 딸 수임(12세)이의 방과 화장실, 주방이 자리한다. 2층에는 다락방 느낌의 서재가 있다. 2층에는 욕실을 두지 않았는데, 사용 빈도가 적을 뿐더러 혹시라도 물이 스며들면 목조의 특성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2층 연결 통로에서는 1층이 내려다보이고 발코니로도 이어진다. 통로 난간에는 두세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통나무 의자를 놓았다. 집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조명은 노란빛을 띄어 아늑함을 더한다. 통나무 벽체에 반사된 불빛은 제법 은은하여 운치를 더한다.

통나무주택은 그 특성상 수분을 머금은 나무가 마르면서 크랙(Crack, 갈라짐)과 세틀링(Settling, 내려앉음) 현상이 생긴다. 5∼7년은 지나야 이런 현상이 줄어들면서 제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통나무집을 흔히 '움직이는 집'이라고도 한다. 또한 수분이 빠지면서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설계 단계부터 나무의 함수율(수분을 머금고 있는 비율 정도)을 감안해 시공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나무가 완전히 제자리를 잡은 뒤에 느슨해진 접합 철물을 조여 주면 된다.

 

이 주택은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화장실의 경우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20센티미터 정도 낮게 설계했고, 욕실 외벽은 방수 보드를 3겹이나 댔다.

통나무주택을 지으면서 남은 재료는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고. 덱을 만들거나 담벼락, 테이블, 의자 심지어는 화목으로까지 썼기 때문이다.


집의 숨겨진 자랑, 게르마늄 온돌


이 집의 숨겨진 자랑은 난방 방식에 있다. 동파 우려가 있는 온수 파이프 대신, 심야전기를 이용해 봉이 달궈지면서 높은 온도를 내는 '축열식온돌봉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동파 걱정은 물론 별도의 보일러실도 필요치 않다. 이처럼 독특한 난방방식을 선택한 계기는 다름 아닌 딸 수임 양 덕분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수임이가 친구네 집에서 돌침대를 보고 와서는 그걸 사달라고 했죠. 그런데 막상 사려고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서 이왕 그렇게 비싸게 돌침대를 살 바엔 바닥 전체를 돌침대로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1층 바닥은 건강에 좋다는 흑백운모 게르마늄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고온의 발열이 가능한 축열식온돌봉이 바닥을 데워 게르마늄 효과가 잘 전달되도록 했다.


통나무집과 함께 찾아온 작은 변화

 

박윤옥 씨가 말하는, 통나무주택에 살면서 느낀 변화다.

 

"충남 예산의 아파트에 살 땐, 주로 친구네 집을 찾아갔지요. 그런데 이 집을 짓고 난 뒤로는 오히려 친구들에게 놀러오라고 하지요. 이 집에 살면서 성격이 개방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이게 바로 마음의 여유 아닐까요."

 

마음의 여유는 행복으로 이어진다. 전원생활 초기에는 간혹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아하는 책도 읽고 자연을 벗삼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덥고 습한 날이나 건조한 날에도 집 안은 늘 쾌적한 게 맘에 든다고.

 

"우리 집에 온 친구들이 그래요. 좋은 곳에 좋은 집 짓고 살아서 늙지 않겠다고… 딸아이 역시 놀이거리가 많아지니까 좋아하고요."

 

전원에서 봄을 맞이하는 이들 가족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가까운 칠갑산자연휴양림까지 산책도 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소임이도 심심할 틈이 없다. 기쁜 일도 생겼다. 오는 5월이면 집을 지은 기쁨보다 더 큰 축복이 부부를 기다리고 있다. 늦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적 발견이 끝나면 저수지조성공사가 다시 시작되고, 집 앞으로 커다란 물줄기가 지나게 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경관은 더 수려해질 전망이다.田




김항룡 기자 / 사진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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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모이게 하는 청양 42평 복층 통나무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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