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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발화동에 자리한 51평 복층 스틸하우스. 한재혁·고미아 부부가 대를 이어 살던 터에다 지은 주택으로, 지붕 높이가 8.9미터로 일정해 언뜻 60∼70평 주택으로 보일 만큼 부피감이 느껴진다. 단열성과 아름다운 디자인, 짧은 공사 기간이 맘에 들어 스틸하우스를 택했다고. 평면은 1, 2층으로 계획해 세대별 단독 주거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좌향(坐向)을 동남향으로 잡아 거실은 남쪽에, 주 침실은 동쪽에 앉힘으로써 일조 및 조망권을 확보했다. 이 주택은 안팎이 예쁜 데다 집 안에서는 화사하고 따듯한 기운이 넘친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발화동

·대 지 면 적 : 100평(336㎡)

·건 축 면 적 : 51평(1층 29.65평, 2층 20.85평)

·건 축 형 태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드라이 비트

·내벽마감재 : 천연 페인트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천연 페인트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대리석,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설계·시공 : 현건축 (031)673-4791



사람들은 짝이 꼭 들어맞거나 일이 때맞추어 잘 됐을 적에 ‘안성맞춤’이란 말을 입에 오르내린다. 이 말은 견고하고 정교하게 맞춤 제작하는 안성 유기(놋그릇)에서 비롯했다. 야산을 배경으로 논이 드넓게 펼쳐진 안성시 발화동에 자리한 51평 복층 스틸하우스. 주변 환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외관에서 안성맞춤은 이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 주택에는 이준희(66) 씨와 서른세 살 동갑내기인 한재혁·고미아 부부, 종윤(6) 군, 이렇게 삼대 4인 가족이 살고 있다.


이들 가족은 전원주택 짓기의 첫 단추 격인 입지 선정에서 부지 마련이라는 수고를 덜었다. 대를 이어 살던 터에다 집을 앉혔기 때문이다. 이준희 씨는 스틸하우스는 이 터에다 두 번째로 지은 집이라고.


“처음 이 터에는 안채와 사랑채가 ‘口’자형을 이루는 낡은 한옥이 있었죠. 부엌이 불을 때는 재래식인 데다 화장실도 바깥에 있어 불편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죠. 겨울에는 얼마나 추웠게요. 그래서 1993년 다섯 아이들을 위해 안채를 헐고서 경량 철골조로 22평 집을 지었죠. 그런데 그 집도 겉보기와 달리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아 장판 밑이며 벽면에 물기가 흥건하게 고여서 곰팡이가 슬어 쾨쾨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죠. 며느리를 맞고 손자를 보니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새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올봄에 51평 스틸하우스를 지은 것이죠.”


이준희 씨는 한옥을 헐고 1993년 경량 철골조로 지을 때만 해도 그 구조상의 결함을 알지 못했다. 경량 철골조는 벽체를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한 조립식 공법으로, 창고나 축사, 공장 등으로 많이 짓는다. 요즘에도 이 공법으로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짓는 현장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건축비가 저렴하고 공기(工期)가 짧은 데다가, 목조나 스틸하우스처럼 다양한 창호 및 내·외장재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스틸하우스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일부 경량 철골조 시공업체에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했다. 버젓이 “스틸하우스 시공비 50퍼센트 인하”라는 간판을 내걸고…….


그런데 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의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 그 건축물이 바로 경량 철골조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경량 철골조 공법은 화재 시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에서 유독가스를 내뿜어 생명에 치명적이다. 또한 안팎으로 소통이 안 돼 내부의 열기는 습기로 이어져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이들 가족은 경량 철골조 주택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그것이 얼마나 나쁜지를 몸으로 느꼈다. 결국 건축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면서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구조로 새 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예측한 주택 계획



안성시청 공무원인 한재혁 씨는 여러 가지 주택 관련 정보를 수집한 끝에 스틸하우스로 정하고, 지난해 말 현건축(대표 권진옥)에다 설계 및 시공을 의뢰했다.


“스틸하우스는 단열성이 우수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다는 게 맘에 들었지요. 아름다운 디자인도 그랬고, 더욱이 집을 헐고 그 자리에 다시 지어야 했기에 시공 기간이 짧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죠. 건축은 현건축에다 맡겼는데 이곳에서 15분 남짓한 거리로 가깝기도 했지만, 인근에 시공한 주택을 몇 군데 둘러보면서 절로 믿음이 갔기 때문이죠. 집을 짓고 나니 스틸하우스를 선택한 것도, 현건축에 맡긴 것도 모두 잘했다 싶어요.”


한재혁·고미아 부부는 현건축에다 설계를 의뢰할 때,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주택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의 삶을 담아 내는 그릇이기에 건축에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한 것. 건축 예산 범위 내에서 각기 장단점을 파악해 구조 및 평형대를 선정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예측해 가족 구성원에게 맞는 실의 배치, 내·외장재까지도 염두에 두었다. 아무리 설계·시공 경험이 풍부한 업체라도 남이기에 가족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부 건축주들은 평당 시공비가 저렴한 업체를 선택해 ‘알아서 해주세요.’ 라며 모든 걸 맡긴다. 물론 시공 실적이 많은 업체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편 타당한 설계안을 제시해 건축주와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설계와 마감이 맘에 안 든다며 잦은 변경을 요구한다. 이것은 자연 건축비 상승 요인으로 이어져 시공사와 건축주는 서로 얼굴을 붉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요구 사항은 너무나도 뚜렷했다.


첫째는 복층으로 세대별 독립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고 가족 수에 맞춘 방 배치를 요구했다. 아들 종윤 군이 훗날 결혼을 해도 함께 생활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도록 한 것이다. 둘째는 일반적인 거실·식당·주방(L.D.K) 배치와 달리 거실과 주방·식당을 독립시켜 넓게 할 것을 요구했다. 각 실의 고유 기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자는 의도에서였다. 이때 거실은 전망과 일조권을 고려하고, 천장고를 높여 개방감을 주도록 했다. 셋째는 집 안으로 풍부한 햇살과 외부 전경을 끌어들이도록 창을 큼직하게 낼 것을 요구했다. 넷째는 자연과 집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넓은 마당을 요구했다. 이것은 이희순 씨가 가장 원했는데, 이전 집은 사랑채가 전면에 탁 버티고 있어 답답했기 때문이다.


현건축의 서효원 실장은, 이들 부부가 이미 집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놓았기에 설계 협의나 공종(工種)별 건축 진행이 매우 순조로웠다고. 기술적 측면에서 몇 가지 오류를 바로잡아 건축 계획안을 제시했다는 서 실장.


“부지가 세 갈래로 난 도로 모서리에 ‘D’자형으로 자리한 점을 감안해 뒤로 물려서 주택을 ‘ㄱ’자형으로 배치했지요. 자연스럽게 제법 널찍한 마당도 확보했는데, 측량 과정에서는 2미터 정도 도로에 먹혔던 땅을 찾아냈고요. 평면은 1, 2층 세대별 단독 주거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좌향(坐向)을 동남향으로 잡아 거실은 남쪽에, 주 침실은 동쪽에 앉힘으로써 일조 및 조망권을 확보했지요.”



안팎이 호응하는 집



이 주택은 ‘ㄱ’자 형태의 51평 복층 스틸하우인데, 지붕 높이가 8.9미터로 일정하기에 60∼70평 주택으로 보인다. 같은 톤의 색으로 외부를 마감한 드라이비트와 아스팔트 슁글도 부피감을 더해 준다. 마당에서 현관에 이르는 진입로는 완만한 비탈면과 전이 공간인 덱의 계단으로 겹쳐져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평면적 특징은 1층의 경우, 동선을 ‘十’자로 배치해 각 실의 출입구를 드러내지 않은 점이다. 현관문을 열면 여느 주택과 달리 거실이 아닌 복도가 나온다. 복도 우측으로는 거실이 있고, 좌측 전면으로는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이 그리고 후면으로는 화장실과 계단실, 주방 겸 식당이 있다. 안방이나 주방 겸 식당 입구에는 내벽을 이용 전실 개념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2층에는 1층 안방의 수직선상에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부부 침실이 있고, 서재를 사이에 두고 아이 방이 있다. 또한 1층 거실과 트여 제법 널찍해 보이는 가족실과 계단실 옆으로 욕실이 있다.


1층 거실에서는 2층 서재와 아이방의 출입구만 보이고 부부침실의 출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안전을 고려해 아이의 움직임은 주시하되, 젊은 부부의 프라이버시는 침해하지 않도록 계획한 것이다.


이들 가족은 요즘처럼 집에서 바쁜 때도 없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라 퇴근 후 짬짬이 세간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집다운 집을 갖게 되니, 힘들기는커녕 그 어느 때보다 퇴근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이준희 씨는 집 안 청소에다 마실 온 주민들을 맞이하느라 여념이 없다.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매 순간 얼마나 가슴 벅찼는지 몰라요. 마감공사를 끝낸 밤중에 전깃불을 밝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박수를 쳤어요. 마실 온 사람들마다 ‘종윤 할머니는 이제 여한이 없겠다’는 말을 건네지요. 처음엔 철로다 무슨 집을 짓느냐며 손사래를 쳤던 사람들인데… 예쁜 데다 집 안이 화사하고 온기가 도는 게 마냥 부러운가 봐요.”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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