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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정원에 꼭꼭 숨었던 싹들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꽁꽁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 연녹색의 싹이 우리를 얼마나 흥분시키는지는 정원을 가져 본 사람만이 누리는 기쁨이다. 아직 그러한 재미와 자연이 주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전원주택에서 만나는 마당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 봄을 맘껏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원이 안겨 주는 재미와 흥분에 빠지려면, 그 전에 정원 계획부터 차분하게 세워야 한다. 혹시 정원 계획은 전문가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미루지는 않았는지? 전문가의 손에만 의지하려고 든다면 나만의 정원 만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면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을까? 그 계획을 어떻게 마당으로 옮길까? 이 달에는 나만의 정원을 함께 계획하면서 유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정원 계획의 접근 과정은 크게 △부지 조건 살피기 △주택과의 관계 생각하기 △마당의 특징 보기 △테마 정하기 △정원 누리기로 나눌 수 있다.


부지 조건 살피기



부지가 지닌 조건을 살펴보자. 정원은 자연과 함께 숨쉬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햇빛, 바람 그리고 비가 충분히 내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부지라야 좋다.

햇빛 : 햇빛은 정원수가 자라는 데에 중요한 조건이다. 햇빛의 양에 따라 나무들의 모양은 물론 결실을 맺는 열매들의 빛깔도 달라진다. 햇빛은 정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따사롭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혹, 앞집에 가려 햇빛이 드는 시간이 짧다면, 잔디는 자라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물론 월동(越冬)을 하는 각종 식물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바람 : 바람이 충분히 드나드는지 살펴보자. 햇빛이 잘 드는 부지의 경우에는 대개 바람 역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 바람을 가로막는 시설물이 있다면, 정원수에 각종 병충해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부지를 선정할 때는 바람의 통로를 생각하기 바란다.

접근성 : 진입로에서 정원을 거쳐 현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쉬운지 살펴보자. 접근하기 편리한 정원 길이 갖춰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멋진 정원 길을 만들지 생각해 보자.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한번쯤 검토하는 것도 좋다.
부지 모양이 반듯한 정사각형이거나, 별 특징이 없다면 재미난 정원으로 만드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정원으로 적합한 부지는 조금이나마 변화를 갖춘 곳이라야 좋다. 현재의 부지가 특이한 형태를 갖췄다면, 구역별로 테마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나만의 멋진 정원을 만들어 보자.



주택과의 관계 생각하기



전원주택단지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주택들은 한결같이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원을 갖추어 놓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 시공 마무리 단계에서 정원 공사를 해서 그런지 대부분 잔디를 깔고 소나무 몇 그루만 심어 놓았을 뿐이다. 마치 양장(洋裝)을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는 고무신을 신고 외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외형과 인테리어에만 치중한 채 정작 집의 멋과 기능을 한층 이끌어내는 정원은 배려하지 않는다. 정원이 전원주택의 화룡점정(畵龍點睛)임에도 불구하고…….

건물과 정원은 그 공간을 함께 구성해야 한다. 전원에 집을 짓는 것은, 사실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지내고자 하는 욕구들로 이루어진 결실이다. 따라서 정원을 구성할 때는 그러한 특징과 더불어 편리성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주택의 포인트 부분을 정원수로 가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원수를 선택할 때에는 주택의 마감 방식과 외장재의 종류, 색상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울러 편리성과 멋도 빼놓을 수 없다. 주택과 정원을 잇는 전이 공간인 덱은 건축물이면서 정원 구조물에 속한다. 덱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편리한 공간이지만, 정원의 멋도 한껏 자아내 전원의 운치를 고조시킨다. 주택이 직사각형이라면 덱은 조금이나마 변화 있게 설계해 보자. 물론 색상 선택도 중요한 항목이다.
이처럼 주택과 정원의 관계는 편리함과 아름다움이 함께 하므로 세심하게 계획해 보자.

우리 마당의 특징 - 경관과 위치



우리 집 마당의 특징은 무엇이고, 마당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관심을 갖자. 하늘이 어떻게 보이는지, 강물이 보이는지, 먼 산봉우리가 몇 개나 보이는지, 길은 보이는지 하는 주변 경관을 살펴보자.

어디에서 어떤 경관이 보이는지에 따라서 정원의 형태가 달라진다. 하늘을 머리에 인 산을 배경으로, 앞으로 물이 보이는 위치라면 누구나 말하는 명당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어디 그런 땅을 만난다는 것이 돈만 갖고 되는 일이겠는가? 어쨌든 정원 부지의 주변 경관은 중요하다.



정원 부지의 위치적 특징을 살펴보자. 차도보다 마당이 낮거나 높은지, 주변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정원수로 적당한 수종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주택과 정원 부지가 차도보다 높다면 정원이 많이 노출되더라도 주변과 만나는 요소들이 없기에 개방적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차도보다 낮거나, 같은 위치에 있다면 조금은 폐쇄적 형태를 가질 수도 있다. 차도 옆에 바짝 붙은 정원이라면, 정원 활동에 제한을 받아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때는 차도에서의 시선을 가려 줄 적절한 시설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가리는 데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답답하고 갇힌 듯한 느낌의 정원이 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경관 및 위치적 특징을 나열하며 정원의 형태를 구성하다 보면 빼어난 정원 설계도를 만들 수 있다.



정원의 테마 정하기



우리 집 정원에 알맞은 테마는 무엇인가? 아름다움보다는 가족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정하는 편이 더 맞겠다. 하지만 어떤 테마든지 보기 좋은 것을 들여오는 과정이 수월치만은 않다. 아무리 좋은 테마라고 할지라도 정원 부지가 갖는 경관과 위치적 특징을 배려해 선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자칫 못난 정원이 될 수 있다. 즉, 공간의 특징을 살펴 테마를 선정해야 한다.

테마를 선정했다면, 여기에 사용할 소재를 다양하게 알아보자. 하나의 소재를 좀더 가공해서 사용하면 우리 정원만의 테마로 자리한다. 하지만 멋진 테마라고 할지라도 소재나 그 크기의 선택을 못하면 정원과 어울리지 않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원 누리기



이제 이런 정원을 어떻게 누릴지를 알아보자.
좋은 계획과 설계 그리고 설치를 끝내면, 이제 정원 안에 들어가 맘껏 누리는 일만 남아 있다. 정원을 누리고 사용하는 데에 딱히 정해진 방법이 있겠는가? 하지만 정원을 갖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좀더 활짝 열자. 즉 자연에 안겨 자연과 하나가 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의 모양들도 함께 가꾸어 나가는 일이 일어났으면 한다. 물론 이 과정들은 정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정원을 이용하면서 서서히 변해 가는 삶 속에서 조금씩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과 더불어 정원 안에서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물 주기, 가지치기, 나무 심기, 잔디 깎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해볼 텐데… 이러한 일들은 정원에서 자연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에 작은 일부터 직접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원 안에 들어오는 사람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잔디의 면적과 들어오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정원수를 선택하자. 정원을 좀더 재밌게 구성할 뿐만 아니라 일손까지 덜어주기 때문이다.



실제 계획하기



이제 앞에서 살펴본 계획을 실습해 보자. 백지 위에 작은 마당을 그리고, 그 위에 정원의 밑그림을 그려보자. 마당과 건물의 테두리를 그리고 적절한 배치를 생각하면서 마당 공간을 크게 나누어 보자. 나누어진 공간마다 적당한 구조물과 나무를 그리고, 길을 계획해 나가면 대략적인 설계가 끝난다.

옆의 도면처럼 주택의 외곽 선이 복잡하고, 정원의 테두리가 다양하다면 정원 만들기가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넓은 공간을 나눌 수 있기에 각각의 공간마다 특징 있는 모양으로 계획할 수 있다. 이렇게 계획한 각각의 모양들이 모여 전체가 하나의 정원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각의 소재와 모양은 너무 좋은데, 정작 한데 모였을 때 어울리지 못한다면 좋지 못한 설계와 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어느 곳에 휴식 공간을 만들지 고민해 보자. 건물과 멀리 떨어진 곳인지, 휴식공간에서 어떤 경관이 보이는지 그리고 휴식공간에는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자. 휴식공간의 소재에 따라 이용 횟수가 달라지므로 좀더 자연스런 소재들을 선택해 편리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좋다. 휴식공간까지 걸어가는 거리도 생각하자. 실내에 있다 보면, 멀리 떨어진 공간까지 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좀더 가까이에서 있어야 자주 그리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제 휴식공간 주변 어디에 멋스런 구조물이나 경관을 만들지 고민해 보자. 담을 따라 수조가 길게 늘어져 있다면, 그 지루함을 피할 수 있고 천천히 흐르는 물이 넉넉한 자연의 흐름을 보여주기에 좋은 설계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경관 몇 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크기가 다르고 주로 보여 주고 싶은 것을 좀더 강조하면 좋다. 경관은 구조물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원수로도 표현할 수 있다.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정원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배롱나무 한 그루가 여름철 긴 시간 화려한 정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경관 연출이 가능하다. 물론 큰 구조물과 정원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키작은 야생화도 무리로 식재하면 작지만 한 계절 화려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



다음으로 정원에서의 길을 살펴보자. 정원 길을 어떤 소재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정원의 느낌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정원 전체 면적 중 정원 길이 차지하는 면적이나 드러나는 부분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을 오고갈 때의 느낌은 언제나 반복적이기에 잘 선택해야 한다. 이런 정원 길도 좀더 재미난 풍경을 보도록 표현할 수 있으니 계획을 잘 세워 보자.
경관과 구조물들의 배치와 정원수뿐만 아니라 작은 꽃까지 선택하고 정원 길까지 자리를 확정하면 설계는 어느 정도 끝이 난다. 계획과 설계가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한번쯤 검토를 받는다면 좋은 정원으로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 한 가지! 멋진 계획은 멋진 정원으로 이어지지만, 거기에는 투자 금액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알찬 계획으로 멋진 봄을 준비해 보자.田

이성현<푸르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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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 푸른정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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