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맞추려면 허리 사이즈 등 신체 주요 부분의 크기를 알아야 하고, 취향에 맞는 색상과 옷감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주택은?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에 자리한 38평 복층 스틸하우스는 이러한 물음에 해답을 준다. (주)흥진산업개발(대표 이미경)이 2005년 완공한 이 집은 맞춤형 주거인 전원주택의 장점을 한껏 살려냈다. 건축주의 이전 집을 방문해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 파악은 물론 가전제품이나 가구의 종류와 크기, 콘센트의 위치까지도 세심하게 파악해 설계에 반영했다. 이 집은 공간 활용 면에서도 둘러볼 점이 많다. 38평의 복층 구조지만 같은 평형대의 여타 주택보다 방들이 넓은 편이다. 설계 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건축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한결 여유 있는 공간 연출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까지… 포도밭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집으로 들어가 보자.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대 지 면 적 : 142평
·건 축 면 적 : 38평
·연 면 적 : 1층 23평, 2층 14평, 덱15평
·건 축 형 태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아트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이중 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KCC강화마루
·창 호 재 : 수입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4월∼2005년 6월
·건 축 비 용 : 평당 350만 원
설계·시공·조경 : (주)흥진산업개발 053-759-0991~2
www.i-hj.com
경부고속도로 경산 I.C로 나와 남천면으로 향하길 30여 분. 가는 길가에 겹겹이 둘러싼 다소 높직한 산과 너른 들판 사이로 옹기종기 모인 마을과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띤다. 대구광역시의 위성도시답게 여러 대학도 자리하고 있다. 산전리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넓은 포도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깨동무를 한 듯 길게 늘어선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싱그러운 포도송이가 알알이 맺힐 것 같다.
‘포도밭 때문일까?’ 이 집은 한적한 농촌의 한 귀퉁이에 자리하지만 적막함보다 맺혀질 결실에 대한 기대감으로 넘친다. 뒷산과의 거리도, 마을과의 접근성도 좋다. 집 안에서 창문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자니, 건축주 박용덕(44, 기계업) 씨가 왜 이 곳에 집터를 정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집 앞에는 덱과 잘 다듬어진 잔디 그리고 나지막한 벽돌담이 있다. 담은 마을길과 경계를 이루는 부분에만 쌓았고, 나머지 부분에는 주변과 어울리게 수목을 심었다. 도로와 맞닿은 대문은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동선을 염두에 두고 냈다. 정원과 집을 잇는 넓은 덱에는 걸터앉기 편하도록 난간을 둘렀다.
디자인과 시공이 용이한 스틸하우스이기에 외관도 수려하다. 외벽은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이중그림자 슁글로 지붕을 덮었다. 외부에서 볼 때 거실과 2층 큰아들 방은 돌출 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구조감을 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2층 작은 아들방 발코니에는 야외 테이블을 놓았는데, 이 곳에서 건축주는 수험생인 막내아들(박양진, 고3)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넓게 트인 곳에서 부자 간에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벽도 하나둘 허물어진다고.
공간 활용과 단열에 심혈을 기울여
각 층별 주요 공간을 둘러보면 1층에는 안방·거실·주방·다용도실·욕실이 있고, 2층에는 두 아들 방과 복도·화장실이 있다.
안방에서는 벽면의 일부를 활용해 수납 기능을 갖춘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처럼 인테리어를 하면 내부 설계가 복잡해지지만 구조의 특성상 시공 과정은 비교적 쉽다고 한다. 이 집의 방들은 같은 평형대에 비해 넓다. 단열에 신경을 썼고 조망과 바람의 이동 경로를 살펴서 창을 냈다. 특히 계단과 맞닿은 작은아들 방 벽면에는 계단 밑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붙박이장을 설치했다. 그 때문에 작은아들 방은 한결 넓어졌고, 계단은 아담해졌다.
우물 천장을 한 거실에는 널찍한 전면창을 내어 외부가 훤히 바라보인다. 텔레비전이 놓일 거실 벽면은 벽돌로 포인트를 주었다. 벽돌로 인테리어를 함으로써 내부에서 외부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 외부 모습을 집 안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벽돌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인테리어를 담당한 (주)흥진산업개발 이승주 과장의 설명이다.
주방에는 ‘ㄱ’자 모양으로 가구를 배치하고, 오물이 튀는 부분에는 타일로 마감했다. 주방에서도 외부 조망이 가능하도록 비교적 창을 크게 내고, 그 아래에 식탁을 배치해 네 식구가 오붓하게 식사를 하도록 했다.
콘센트 위치 하나까지 고려한 세심한 설계
건축주는 기존 집에서 사용하던 가재 도구를 이곳으로 옮겨왔다. 설계 단계에서 가족이 사용할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거실과 주방이 만나는 벽면엔 술병이나 찻잔을 수납하도록 하여 공간을 구분했다. 거실에서 볼 때는 벽면 같은 느낌을 주고, 주방에서는 진열장 역할을 한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은 집의 구조를 최대한 이용해 가로가 긴 ‘ㄱ’자 구조로 설치함으로써 집 안을 가로지르지 않게 했다. 계단과 거실이 맞닿는 공간에는 간이 책상을 놓아 미니 서재로 꾸몄고, 계단 밑 자투리 공간을 창고로 이용하고 있다.
세심함을 기울인 흔적들은 집 안 다른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넓어 보이는 벽면에 사각 공간을 만들어 참숯을 놓거나 인테리어 시 편리하게 활용하게 했다. 계단 벽면 하단에는 안내등을 설치했고, 집 안 곳곳 손때가 많이 타는 부분은 실크벽지 대신 목재로 마감함으로써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새 집 같은 느낌이 이어지도록 했다.
집안 곳곳에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추가하다 보면 자연 건축비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주택의 경우, 구조상 내부 설계가 자유롭다는 장점에다 시공사 직원들의 젊은 혈기가 더해져 비용 부담을 덜었다.
“이러한 구조가 아니라면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이러한 인테리어는 대부분 옵션 사항에 포함시키곤 하죠. 하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설계하고 손이 한 번 더 가면 같은 재료로 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건축주도 좋아할 것이고요.”
이 집을 시공한 (주)흥진산업개발 세 젊은이(이찬호, 이승주, 김상원 과장)의 얘기다.
낡은 집을 뒤로하며 시작한 전원생활
집이 낡아 이사를 계획하던 차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는 건축주. 시공업체를 정하고 업체에서 파견한 젊은 기술자들을 만나는 순간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었다고.
“너무 젊은 사람들이라 처음엔 좀 그랬어요. 경험이 부족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죠. 건축주로서 호흡을 맞추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하다 보니 센스도 있고 세밀하게 잘 하더군요. 만족스러웠어요.”
건축주는 시공업체에 단열에 신경을 쓰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게 해 줄 것, 인테리어가 쉽게 싫증나지 않게 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6월 원하던 전원주택을 갖게 됐다.
“다른 사람들 사는 것만 보고 무작정 전원생활을 따라하는 건 좋지 않아요. 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구체화해야지요. 전원주택은 주변에 바람막이 같은 건물이 없으니까 난방 및 단열에 신경을 써야 해요. 단열이 안 되면 연료비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죠. 처음부터 너무 크게 짓는 것도 좋지 않다고 봐요. 집이 너무 넓으면 관리하느라 정작 전원생활은 엄두를 못 내죠.”
전원생활이 가져다준 ‘선물’
건축주는 전원생활이 가족 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전원생활을 초기에는 주변에 우리 가족 밖에 없으니까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식사 준비는 물론 설거지도 돕고…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집의 2층 발코니는 건축주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수험생 아들과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장소에 따라 오가는 얘기가 달라지듯이, 이 역시 전원생활이 가져다 준 하나의 선물이다.
올해 건축주의 바람은 군대에 간 큰아들(박태진, 대학 휴학 중)이 무사히 제대하는 것과 무엇보다 가족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또한 수험생인 막내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포도밭이 훤히 내다보이고 계절의 변화가 몸소 느껴지는 이 집에서 건축주는 이와 같은 소망을 키워나가고 있다.田
글 김항룡 기자 / 사진 최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