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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왕성한 곳에다 묘지를 잡는 방법과 과정을 산, 물, 방향, 사람 등에 맞추어 논리적으로 체계화시킨 것이 '음택(陰宅) 풍수론'이다. 그리고 주택의 구성 요소 중 사람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대문, 안방, 부엌의 방위별 배치를 조합해 주택 내에 생기가 극대화되도록 이론화시킨 것이 '양택(陽宅) 풍수론'이다. 그리고 마을과 도시의 부지를 선택하는 '양기(陽基) 풍수론'은 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터를 찾되, 가급적이면 외부와 차단되면서 내부 공간이 넓은 곳을 선호했다.
주택 역시 땅에 기반을 두고 짓는데, 터와 주위 환경이 사람 살기에 조화로워야 집 안에 신령한 기운이 깃들어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보았다. 특히 안방과 대문 그리고 부엌의 위치가 방위적으로 서로 상생(相生)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풍수지리학은 사람이 생활 경험에서 터득한 지리적 지혜를 바탕으로 좋은 거주 환경(주택, 묘지)을 선택하자는 실용 학문이지, 결코 발복(發福 : 운이 틔어서 복이 닥침)만을 기대하는 사상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사는 터의 기가 허하거나 결함이 있으면 풍수적 비보(裨補 : 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를 기울여 살기 좋은 터로 만들었다.

동수비보(洞藪裨補) : 송림을 가꾸어 홍수와 바람을 막음.
화기비보(火氣裨補) : 앞산의 강한 화기를 누르기 위해 연못이나 해태상을 설치함.
산천비보(山川裨補) : 국가 왕업의 중흥을 위해 절, 불상, 탑을 세움.
지명비보(地名裨補) : 지명을 조화롭게 이름지어 좋은 기운을 붙잡아 둠.

그 예로 예천에는 금당 숲을 조성하고, 관악산의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광화문에 해태상을 세우고, 화순 운주사에 천불천탑을 세우고, 영천의 비봉산은 봉황을 붙들어 두기 위해 봉황이 좋아하는 대나무의 이름을 따서 조산을 조방산(竹防山)이라고 불렀다. 또한 길을 내고, 문을 만들고, 때론 길을 막기 위하여 소나무를 심었다. 그 외에도 궁성 내에 연못을 파고, 심지어 담을 쌓을 때도 풍수학에 따라 좋음을 따랐다.
이렇듯 풍수학은 역사적으로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또한 생활 규범으로 자리잡았으니, 우리 조상들이 오늘의 과학만큼이나 믿고 따른 사상임이 분명하다.


살기 편한 마을 선택의 기준

우리 조상들은 마을을 선택할 때도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졌다.
먼저 일반적인 조건으로 그 첫째가 입향시조(入鄕始祖)다. 마을은 부락민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가족을 포함한 친족이나 이웃사람이 지연(地緣)을 함께 하는 생활 공동체다. 그 마을에 처음 들어와 터를 잡고 산 사람이나 동성 집단을 일컬어 '입향조(入鄕祖)'라고 부른다.

마을을 선택할 때는, 먼저 가까이 있는 산을 살펴서 대를 이어 사람이 살기에 편안한 제반 조건을 두루 갖췄는지를 생각했다. 집이 있어 조상의 묘를 두고 돌보기가 수월하되, 풍수적으로 명당을 선호했다.

둘째로 농사짓고 살기에 편리한 곳을 찾았다. 산이 병풍을 두르듯 마을을 감싸고, 문전옥답(門前沃畓)이 넓게 펼쳐져 있고, 농사철에는 두레와 품앗이로 일손을 구하기 쉽고, 또한 자식을 낳아 기르고 가르치기에 용이한 곳을 선택했다.

셋째로 사람이 훌륭하려면 태어나 자란 산천의 기운이 순조로워야 한다는 '인걸지령(人傑地靈)'이란 사상도 따랐다. 풍수 경전인 《설심부》에는 "인걸은 산천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는데, 산천이 생기롭고 모양이 좋으면 훌륭한 인재가 배출된다. 산이 수려하면 귀인이 나고, 물이 좋으면 부자가 난다." 라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마을을 선택하여 사는 데에 신중을 기했다.

다음으로는 배산임수의 기준을 가졌다. 마을이 입지할 터는 산과 평지 사이의 수계가 있는 완만한 경사지, 즉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선호했다.
배산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을 막아 주면서 땔감을 구하기 편리하다. 조양(朝陽)은 전망과 일조량을 좋게 하고, 완만한 경사도는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으며, 숲은 물과 흙을 보호하여 미기후를 조절해 준다.

임수(臨水)는 여름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고, 근수(近水)는 수운 교통과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 주며, 관개 용수뿐만 아니라 수중 양식도 얻을 수 있다. 또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넓은 사적 공간을 보장받는 외부 공간의 창출 그리고 남향 배치에 의한 일조와 통풍을 합리적으로 모색하도록 배려했다. 과수와 경제림은 소득과 연료림(練料林 : 땔감을 산출하는 숲)을 제공해 요컨대 좋은 마을 부지는 농업, 임업, 목축업, 어업 등의 산업에 있어서 양호한 생태 순환과 자연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을의 입지로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진산(鎭山)의 유무이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이 들어서려면 마을을 수호하고, 지덕(地德)을 발동시키는 산이 있어야 하며, 그 산의 정기가 흘러드는 곳에 마을이 위치해야 동네가 편안하고 사람도 행복하다고 믿었다. 이 산을 '양기(陽氣)를 보호하는 산'이란 뜻에서 진산이라 부른다.

진산이 없는 평야나, 진산이 멀리 떨어진 마을이라면 큰 나무를 당산목으로 삼아 하늘의 보호를 받고자 했다. 따라서 진산은 마을 사람들과 집에 지기를 공급하는 '생기 탱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데, 권위와 위엄을 갖춘 채 마을 뒤쪽에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길하다. 그리고 진산은 혼자가 아니라 좌청룡·우백호 등 사신사(四神砂)에 의해 보호받는 형세를 갖추어야 그 위상이 정립되고 품위도 갖추게 된다.
그 결과 진산은 마을의 입지 선택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했고, 또한 마을 설계에서 중심 축 역할을 담당했다.


거주할 곳의 선택 기준

마을 부지는 묘가 들어서는 산골짜기의 소규모 땅이 아니라, 토지가 상당히 넓어야 하며 생활에 필요한 여러 용품을 공급받기에 편리한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넓은 형세라도 풍수의 원칙인 장풍득수(藏風得水)와 양래음수(陽來陰受) 같은 생기가 충만하지 못하다면, 그곳은 풍수적으로 결함을 지닌 곳이다.

예로부터 마을과 도읍의 입지를 선택할 때, 《택리지》에 나타난 복거지(卜居地)의 선정 기준을 가장 권위 있게 보았다. 《택리지》는, "거주할 곳을 선택할 때에는 우선 지리(地理)를 살피고, 그 다음에는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를 관찰했는데,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낙토가 될 수 없다." 라고 하였다. 지리가 아무리 좋아도 생리가 모자라면 오래 살 곳이 못되고, 생리가 비록 좋아도 지리가 나쁘면 또한 오래 살 곳이 못되며, 지리와 생리가 함께 좋아도 만약 인심이 착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 따라서 인심이 나쁘면 살 곳으로 꺼리고, 또한 가까운 곳에 마음의 번잡함을 씻어낼 산수 좋은 곳이 있어야 살 만한 곳이라고 보았다.


●《택리지》의 네 가지 복거 조건
먼저 수구(水口)를 꼽았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인 수구가 거칠게 이지러지고 넓게 비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논이 많고 큰 집이라도 다음 세대까지 전하지 못하며 패가(敗家)한다. 그러므로 백가천가(百家千家) 모여 살 마을로 삼으려면, 반드시 수구가 꼭 닫힌 듯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들판이 넓게 펼쳐진 곳을 구해야 한다. 산 속은 수구가 관쇄(關鎖)된 부지를 얻기 쉬우나, 넓은 들판이라면 수구가 관쇄된 입지를 선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거꾸로 흐르는 역수(逆水)를 귀하게 보고, 수구 지점에 물을 가두어 놓으면 생기도 함께 머물러서 길하다고 본 것이다.

다음으로 야세(野勢)를 보았다. 사람은 양기를 받아야 살고, 양명한 빛은 하늘에서 비추니 만약 하늘이 잘 보이지 않으면 살 곳이 못 된다. 들은 넓어야 터가 좋고, 햇빛과 달빛 그리고 비바람을 잘 받는 곳이라야 훌륭한 인물이 나오며 질병이 적다. 특히 산이 사방에 높이 솟아 해뜨는 것을 보기 어렵고, 해가 늦게 뜬 후 일찍 지며, 밤에도 북두칠성을 보기 어려운 곳은 사람에게 병이 많다. 그러므로 사신사의 국세는 갖추되 부지가 협착하지 말아야 한다.

토색(土色)도 중요한 마을의 입지 기준으로 보았다. 땅의 색깔이 길하지 않으면 인재가 나오지 않는다. 산이나 물가를 가리지 않고 땅 색이 좋으며 샘이 깨끗하면 살만한 곳이다. 만약 흙이 누렇고 질면 사토(死土)로 물도 깨끗하지 못하다. 이러한 곳은 살 곳이 못된다.

마지막으로 거론한 것은 조산조수(朝山朝水)이다. 마을이 입지하려면 물이 있어야 식수로 이용할 수 있다. 풍수학에서 물은 재물을 뜻하고, 물가에는 부자가 많고, 산 속이라도 물이 있으면 살 수 있다. 조산에 석봉(石峯)이 있고 떨어지는 형태나 엿보는 모습이며 장곡충사(長谷沖砂)가 보이면 살 곳이 못 된다. 조산이 멀리 보이면 맑고 가까이 보이며 밝은 산이면 길하다. 조수(潮水)는 물 밖의 물이니, 작은 시내나 강은 역조(逆潮)하면 좋고, 큰 강에 이르러서는 역수(逆水)하지 말아야 한다. 또 물은 용맥을 만나 음양이 합해야 하고, 구불구불 다가오면 좋으나 일직선으로 쏘는 듯 다가오면 흉하다.

●《산림경제》의 살 만한 곳
먼저 이웃이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거주지를 정할 때는 먼저 이웃을 잘 골라야 한다. 무슨 사고가 당장 일어나지는 않아도, 그런 곳을 멀리해 후환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웃을 보아 살 곳이 못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고 예를 들었다.

·사찰이나 사당, 신당, 불당이 있는 근처
·고관대작이나 큰 부자가 사는 근처
·앞뒤로 큰 강이 가까운 곳
·초가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
·불량한 무리들의 소굴이 되어 있는 곳
·광대들이 섞여 사는 사이
·젊은 과부나 건달들이 사는 근처

미풍양속이 깃들인 마을을 찾아 살면 이웃이 덕이 있다. 이런 곳은 어질고 후한 인심을 지닌 마을이라는 말을 듣는 것 이외에 자신도 안락한 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꼽은 것은 집의 구조와 꾸밈이 길해야 한다고 했다. 집을 지을 때는 곳곳마다 밝고 환하게 할 것이고, 너무 깊숙하거나 그늘지게 해서는 안 된다. 정원에는 나무가 너무 넓은 지역을 차지하거나 빼곡이 심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뒷문은 절대로 열지 말고, 다만 앞쪽의 문 하나를 열어둠으로써 사람들이 드나들 때 반드시 외청(外廳) 앞을 거쳐가도록 해야 간사한 무리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며 환란도 미연에 방지한다고 하였다. 살다가 담이 무너진 곳이 있으면 반드시 고쳐 쌓아야 하고, 도둑 등을 경계하기 위해 담 가까이에 나무를 심어 사람들이 담을 넘나들 때에 사다리 역할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위와 같이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 속에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생활 속의 지침을 얻을 수 있다.田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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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풍수 인테리어] 마을과 도읍의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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