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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 ‘땅도 화장(化粧)을 해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말이 있다. 수년간 발품을 팔고도 맘에 드는 땅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땅을 단박에 사들여 감탄할 만큼 단아하게 다듬어 멋진 집을 짓는 사람도 있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 나지막한 산 중턱 남향받이에 ‘ㄱ’자형 40평 복층 통나무+경량 목조주택을 지은 정옥균·안현주 부부는 후자에 속한다. 이들 부부의 집은 40평임에도 별채인 방갈로와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저택처럼 느껴진다. 또한 정성을 들여 잘 가꿔 놓은 정원 때문인지 늘 그 자리에 있던 집처럼 낯설지 않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

·부 지 면 적 : 500평

·연 면 적 : 40평(1층 24평, 2층 16평)

·건 축 형 태 : 통나무 골조(Post & Beam) + 경량 목구조(2″×6″)

·외벽마감재 :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레드파인 루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레드파인 루바

·바 닥 재 : 원목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6월 ∼ 10월
설계·시공 : 캐나다 통나무집 정보관 ‘木之家’
031-885-0135, 010-7599-6332
http://cafe.naver.com/howtolog


정옥균(54)·안현주(47) 부부는 부지를 찾아 나선 지 불과 한 달만에 뜻을 이뤘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가까운 양평과 여주 쪽으로 광의(廣義)의 입지를 선정하고 남한강 변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 삼아 다니다 우연찮게 마음에 드는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2004년 10월 30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석리의 부지(임야) 500평을 매입했는데, 고차가 14미터라 매물로 나온 지 1년이 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하던 땅이다. 안현주 씨는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거기에 반해서 샀다고.


“입지는 서울 성북구에서 북부 간선도로와 강변도로로 1시간 30분 거리인 여주와 양평으로 정했지요. 공인중개사를 통해 여주 땅을 계약하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양평에도 매물이 있으니 한번 보고나 가자고 해서 우연찮게 여기에 들렀다가 덜컥 샀어요. 그만 단풍에 반해서 멋도 모르고 산 거예요. 남들이 땅값보다 토목비가 더 나올 것 같아 거들떠보지도 않는 땅을… 그후 이렇게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참 멍청한 짓을 했다고 고민을 했지요.”

땅도 제 주인 만나야 진가 발휘해


부지 매입 후에는 형질변경을 마치고, 집은 양평에 경전철이 들어오는 2008년에나 짓고자 현대식 노출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 도면을 뽑아 놓았다. 당시만 해도 안현주 씨는 전원생활을 생각지 않았으며, 정옥균 씨 역시 건축보다는 텃밭에만 관심을 가졌다.
이들 부부는 주말에 텃밭을 일구더라도 맨땅에서 지낼 순 없기에 방갈로를 앉힐 요량으로 이곳을 찾던 중 식당에서 캐나다 통나무집 정보관 ‘목지가(木之家)’의 김종근 사장을 만났다. ‘이 사람이 집도 잘 짓는다’는 식당 주인의 말에 전시된 방갈로를 보았는데, 안현주 씨는 그보다는 야외용 원목 테이블에 마음이 더 쏠렸다.

“나는 병적으로 나무를 너무 좋아해요. 방갈로를 지으면 원목 테이블을 껴 준다는 말에 방갈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죠. 그렇게 해서 남편 옆구리를 찔러서 필름 난방을 한 4평 방갈로와 정자까지 지은 거예요.”


그후 이들 부부는 이제 주말마다 텃밭을 일구면서 재밌게 지내자고 했다. 그때 1년 안에 집을 안 지으면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명령서가 날아 왔다고.

“그런 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법으로 어쩐다고 하면 겁부터 덜컥 먹잖아요. 형질변경 기간 6개월이 딱 떨어지는 2005년 5월부터 두 달 동안 토목공사를 했지요. 처음엔 축대를 쌓는 게 싫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는데 경사가 워낙 세서 위에서 조금만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았어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우리의 생각에 반해서 땅을 만들게 됐지요. 뒤도 깎아 내고 4미터 축대를 쌓으면서… 그 고민은 말로 못했어요. 토목을 하면서 나온 돌을 그냥 쌓으려고 했는데 주위의 권유로 온양석을 사용했고요. 운수업 노동자들의 데모가 한창일 때라 운반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온양석이 달빛에 환하게 빛이 날 때면 잘 했다 싶어요.”


축대를 쌓고 나자, 주변 땅값이 평당 30∼4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뛰었다. 안현주 씨는 4미터 석축이 맘에 걸리지만, 땅값이 오르자 주민들이 좋아하고 꽃도 피니까 그것으로 다소나마 위안을 삼는다고.

대자연을 품에 안은 집


이들 부부는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건축가에게서 현대식 노출콘크리트 구조 설계 도면을 받아 놨다가 통나무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뜻대로 되지만은 않나 봐요. 집은 서둘러 지어야겠고, 마침 김 사장이 통나무집을 지으려고 깎아 놓은 골조가 있다기에 선뜻 계약을 했지요. 이 집을 지으려고 골조를 깎았는지 모르지만, 부지 매입처럼 통나무집도 우연찮게 지었는데 당초 계획한 노출 콘크리트보다 300퍼센트 만족스러워요.”

이 집은 2005년 6월 착공해 그해 10월 앞산의 주봉(主峰)을 품에 안은 듯한 ‘ㄱ’자 형태로 앉혔다. 벽체는 캐나다산 통나무 골조(Post & Beam)에다 경량 목구조(2″×6″)를 접목시키고 외벽은 시더 사이딩으로, 내벽은 레드파인 루바로 마감했다. 벽체는 원래 황토벽돌을 쌓으려고 했는데 막판에 목구조로 변경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황토는 잔손이 많이 갈 것 같았어요. 우리는 손재주도 없고 시간도 많지 않기에 통나무로 뼈대를 세운 후, 미안한 맘으로 설계 변경을 요구했지요. 중간에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김 사장이 기쁜 마음으로 응해 주었어요.”

이 집의 공간 구조를 보면 1층은 현관을 중심으로 우측에 거실과 안방·보일러실을, 좌측에 주방과 욕실을 배치했다. 2층에는 서재를 겸한 작은 거실과 화장실 그리고 발코니를 낸 전망 좋은 방이 있다. 특이하게도 숙면을 취해야 할 안방과 보일러실이 맞붙어 있다. 주방과 안방의 평면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안방과 부엌 자리를 맞바꾸었어요. 나는 거실과 부엌이 붙어 있는 걸 싫어하기에 안방이 작더라도 주방을 전망 좋은 곳에다 배치해달라고 요구했지요. 편안하게 앉아 창 밖의 전원 풍경을 즐기면서 차를 마시고 싶어서요. 우리 집엔 부부 손님이 많이 오는데 서울에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집 짓고 한 달 안에 다 만났지요. 주로 남자들은 거실에서, 여자들은 전망 좋은 주방 식탁에 앉아서 얘기를 하니까 참 좋아요.”

집 전면에는 마치 잔칫집 마당에 평상을 깔아 놓은 듯 넓은 덱(Deck)이 자리한다. 거실에 앉은 높이하고 수평선상이라 안정감을 더하는데, 김 사장은 처음부터 의도한 공간이 아니라고.


“500평 부지라고 하지만 경사면을 깎다 보니 잃어버린 땅이 많더군요. 아랫단 정원과 마당도 그리고 집터도… 경사면에 덱과 계단을 통해 본채와 정자, 방갈로를 연결하면 공간을 넓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체감이 들겠다 싶었지요.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본채를 짓고 나자, 건축주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요.”

김 사장은 이 집은 건축주와 시공사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 속에서 지어졌다고. 건축주의 취향에 맞추어 기술력만 제공했을 뿐인데도 이 집처럼 즐겁게 지은 집도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돈만 달랑 던져 놓고 나 몰라라 하지요. 그런데 이 집의 건축주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여기서 살 사람은 내가 아니고 건축주이기에 그건 간섭이 아녜요, 집에 대한 애정이지. 오히려 건축주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연구하는 과정이 재밌었지요. 또한 집이 지어지자 건축주가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일에 보람도 느꼈고요.”

주말주택이 5개월 후에 메인 하우스로


이 집의 정원은 언뜻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정자 앞에 심어 놓은 세 그루의 소나무는 앞산이 보일 듯 말 듯 한껏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주 진입로에는 제주산 현무암 판석으로 답석(踏石)을, 정원을 가로지르는 경사로에는 무릎에 부담이 덜한 침목을, 방갈로로 내려가는 길에는 계단을 놓았다. 정원에 심은 서양측백과 황금측백 그리고 방갈로 쪽의 매화, 감, 자두, 앵두 등의 유실수들이 제철을 만난 갖가지 야생화와 잘 어우러진다.

안현주 씨는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100평의 텃밭을 만들려 했다고.
“농사도 안 지어 본 사람이 알고 하는 소린가 싶어 극구 말렸지요. 그렇게 해서 30평까지 양보를 얻어 냈는데, 정원을 꾸미다 보니 이것저것 심고 싶은 욕심이 났지요. 결국 100평 텃밭이 5평으로 줄었어요.”


이들 부부는 작년 10월 집을 짓고 주말마다 서울과 이곳을 오가다, 금년 3월 초 이주했다. 주위에서 통나무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망가진다고 했지만, 그보다는 예쁜 집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라고.


“처음에는 텃밭만 생각했으나 이젠 아예 눌러 앉게 됐어요. 남편은 서울까지 1시간 30분 거리를 출근은 기차로, 퇴근은 버스로 하지요. 한 달이 지난 후에 피곤하지 않느냐고 하니까, 밥 먹고 숟갈 놓자마자 잠만 자도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강아지 한 번 만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다 풀린대요. 사회 생활도 건강하게 할 수 있으니 좋다더군요. 나 역시 전원생활은 상상조차 안 했는데… 남편이 과연 도시의 사교계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살 수 있겠냐고 했을 정도니까요. 사교계요. 오히려 도시에서 이곳에다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정원 가꾸는 일이 재밌어 바쁘다고 오지 말래도 친구들이 한사코 찾아오니까요. 또 통나무집이라 그런지 오면 갈 생각들을 안 해요. 5월 초 연휴 기간에만 8팀을 맞았는데 정신이 없더군요.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이게 전원에 통나무집 짓고 사는 재미가 아니겠어요.”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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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만 일구려다 집까지 지어 양평 40평 복층 통나무 + 경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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