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산내삼거리에서 경주 방향의 소호령을 넘으면 전원주택이 한두 채씩 눈에 들어온다. “산수(山水)는 정신을 즐겁게 하고 성정(性情)을 맑게 한다.”고 했던가. 태백산맥 남쪽에 솟은 고헌산을 배경으로 오지(奧地)에 터를 잡은 소호마을이 그러하다. 고즈넉한 마을을 가로질러 계곡을 따라 난 산길로 접어들면 네댓 채의 전원주택이 아담한 마을을 이룬다. 초행길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외딴 산골이다. 외벽을 흰색 시멘트 사이딩에다 지붕을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한 주택들 가운데 정감을 자아내는 두 채의 흙집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채를 나눈 목구조 황토집으로 본채(14.5평)는 황토로 이중 심벽치기를 한 ‘一’자형 겹집이고 별채(6.65평)는 향토색 짙은 전통 토담집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홍태용·엄강희 부부가 어머니 이남연 씨를 위해 고향에 마련해 드린 주택이다.




건축정보

·위 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대 지 면 적 : 200평

·건 축 면 적 : 14.5평(48.00㎡)

·건 축 형 태 : 전통 목구조 황토집

·평 면 구 조 : 현대식 ‘一’자형 겹집

·실 내 구 조 : 구들방, 안방, 거실, 주방, 욕실, 현관

·벽 체 구 조 : 황토 이중 심벽치기(두께 17㎝)

·벽 체 마 감 : 황토 맞벽 후 내·외벽 순수 황토 미장

·지 붕 재 : 컬러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황토 + 운모 + 백모래 혼합 황토

·창 호 재 : 외부-우드 컬러 하이 새시, 내부-목창·문(세살문)

·내 장 재 : 벽지 - 닥종이(한지), 천장 - 원목 루바

·난 방 형 태 : 전통 구들 및 기름보일러

·정 화 조 : 10인용 오수정화조 설치(혐기여상폭기식)

·건 축 비 용 : 평당 300만 원

·공 사 기 간 : 2005년 5월 10일 ∼ 2005년 7월 30월



별 채

·건 축 형 태 : 목구조 전통 토담집

·건 축 면 적 : 6.65평(21.96㎡)

·실 내 구 조 : 구들방, 부엌, 툇마루

·난 방 형 태 : 장작 아궁이 시설

·지 붕 재 : 목 피죽 지붕

·바 닥 재 : 구들장 위에 황토 + 운모 + 백모래 혼합 황토로 마감 미장

·건 축 비 용 : 평당 250만 원

설계·기술지도 : 한국전통초가연구소
(052)263-3007. 011-556-2007
http://www.koreachoga.co.kr



소호 아랫마을에는 이남연 씨가 예전에 살던 네 칸 기와집이 자리했었다. 해방을 맞던 해인 여섯 살 때에 할아버지가 손수 지은 집으로 마을에서는 가장 컸다. 이 집의 본채와 별채의 구들은 60년 된 옛집을 허물 때 나온 것들로 놓았다는 이남연 씨.



“한국전쟁 때 옛집의 마당이 꽤 넓어서 밤이면 빨치산의 인민위원회 장소로, 낮에는 국군의 야영지로 쓰였지요. 전쟁 막바지까지 빨치산이 남아 있어 국군이 마을 집들을 불태웠는데 다행스럽게 우리 집만 남았지요. 당초 옛집을 보수해서 살려고 했는데 워낙 재목(材木)이 낡아서 뜻대로 안 됐지요. 이 집의 구들과 별채 옆 정자는 모두 옛집에서 나온 것들이지요.”

홍태용 씨는 장모님을 위해 8년 전까지만 해도 옛집이 있던 아랫마을 소호초등학교 근처에 집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작은 마을이지만 학교 근처라 살기에 번잡하다 싶어 4년 전 현재의 부지를 마련했다고.



“산골짜기 분지로 화전을 일궈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던 곳이라 풀만 무성할 뿐 나무는 없었지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한데 어우러져 전원주택지로는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지요. 하지만 산수가 아무리 빼어나더라도 집 한 채만 휑뎅그렁하게 있으면 허하잖아요. 그래서 어머니 고향 친구 분이랑 나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알음알음 다섯이서 임야 1300평을 평당 10만 원에 매입해 250평 안팎으로 나눴지요.”

언뜻 보기에도 산길이 좁고 가파르기에 토목공사가 쉽지 않았을 법하다. 당초 자연 그대로의 경사면을 살려서 단지를 꾸미려고 했으나 집을 짓기엔 무리다 싶어 평탄 작업을 했다고. 현재 상주용과 주말용 주택이 반반씩 들어서 자연스럽게 동호인 전원주택 단지를 이룬 이곳은 소호리에서는 윗마을로 통한다.



목구조 황토집의 현대화



홍태용·엄강희 부부는 당초 옛집을 보수하기로 맘먹을 때부터 흙집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무릇 전원주택이라면 우리의 자연을 닮은 환경 친화적인 집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흙집을 짓고자 부산 소재 귀농학교의 흙집 짓기 교실에 다녔는가 하면 틈나는 대로 청송, 봉화, 영양 일대의 한옥마을과 귀농인들이 지은 흙집을 두루 답사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했다고.

“옛집들 대부분이 목구조 황토집으로 홑벽인 데다 천장이 낮고 창문이 작기에 단열과 보온, 채광에 문제가 있지요. 그래서 흙벽돌을 찍어 집을 지을까 생각했는데 우리의 환경에는 맞지 않더라고요. 귀농인들이 지은 흙벽돌 집을 보니 진동에 약할뿐더러 동절기에서 하절기로 넘어오면서 수직으로 금이 가더군요.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재 남아 있는 전통 흙벽돌 집이 별로 없잖아요. 목구조 황토집만한 게 없더라고요. 문제는 단점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극복해 내느냐 하는 것이었죠. 흙집 관련 서적을 다 보다시피 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한국전통초가연구소의 윤원태 교수가 쓴 《황토집 따라 짓기》를 통해 어느 정도 궁금증을 풀었지요.”



홍태용 씨는 경성대학교 부설 한국전통초가연구소가 현장에서 30분 거리인 울주군 상북면 거리에 있음을 알고는 윤 교수를 찾아 자문을 구했다. 윤 교수는 과학적으로 전통 가옥이 지닌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건축 기법을 설명했다. 또한 수 차례 현장을 방문해 부지의 형태와 면적, 좌향(坐向) 등을 살핀 후 설계 및 기술 지도를 했다.



산수 간에 운치 있는 집을 짓고



2005년 5월 공사를 시작해 7월 말 완공을 본 이 집은 본채와 별채로 이루어져 있다. 본채는 남쪽에 자리한 고헌산 정상을 피해 동남향으로 앉힌 반면 별채는 정남향으로 앉혔다. 별채에 잠시 머무는 손님에게는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높은 산이 운치를 한껏 안겨 주겠지만 상주용 본채에서는 늘 바라보기에 자칫 갑갑할 것 같아서였다.

아스팔트 슁글로 지붕을 마감한 본채는 현대식 ‘一’자형 겹집으로 실내는 안방과 구들방, 거실, 주방, 욕실, 현관을 배치했다. 겉으로 드러난 인방과 굴뚝 외에는 단순한 입면이지만 공간 활용에서는 실용성이 돋보인다. 거실이 약 2/3를 차지할 만큼 면적에 비해 넓은 편이고 안방 옆에는 군불을 때는 구들방을 드렸다. 거실은 많은 사람이 찾을 때 함께 어울리도록 공간을 넓게 빼고 개방감을 살리고자 천장고를 높였다.



멍석을 깐 바닥은 건강성 주거를 위해 하방 밑으로 황토(40㎝), 마사(5㎝), 참숯(8㎝), 마사(5㎝), 황토(10㎝), 엑셀 파이프 설치 후 굵은 마사(3㎝), 황토 마감재(6㎝) 순으로 시공하고 황토(황토+운모+백모래 혼합)로 마감했다. 벽체는 외를 엮어 황토 이중 심벽치기(두께 17㎝) 후 안팎을 순수 황토로 미장하고 접촉이 많은 중인방과 하인방 사이에만 닥종이(한지)를 발랐다. 천장은 보와 서까래를 노출시킨 박공형으로 나뭇결이 아름다운 원목 루바로 마감했다. 외창은 우드 컬러 새시로, 내창은 목창·문(세살문)으로 달았는데 이남연 씨가 외손녀와 함께 꽃잎과 나뭇잎으로 수를 놓은 창호지와 어우러져 은은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목 피죽으로 마감한 목구조 전통 토담집인 별채는 전형적인 옛 시골집의 초가 형태를 띤다. 툇마루와 눈곱째기 창 그리고 외부 부엌을 막돌에 흙을 섞어서 쌓은 죽담으로 두른 게 이채롭다. 지붕에는 볏짚을 이으려고 했으나 요즘 벼는 토종보다 길이가 짧기에 시공이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목 피죽으로 얹었다고. 공간 배치는 원룸형 구들방과 부엌으로 이뤄졌으며 바닥은 구들장 위에 황토로 마감 미장을 했다.



처음엔 집이 너무 작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도 크면 짐이 된다는 생각에 작게 앉혔는데 살다 보니 불편해서 최근 본채 뒤를 넓혀 다용도실로 꾸몄다. 별채에 손님이 방문해도 본채에 들어오지 않고 다용도실에서 음식을 만들기에 부대끼지 않아 편하다고.

도회지에서 내내 살다가 고향에 들어와 흙집을 지으니 옛집이 눈에 아른거린다는 이남연 씨.

“옛집은 회벽을 칠한 네 칸 기와집으로 대청이 넓고 처마가 길었지요. 이 집은 천장고를 높이다 보니 처마가 짧아 보이긴 하지만 답답하지 않아서 좋아요.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 편하며, 특히 몸을 지질 수 있는 구들방이 너무맘에 들어요. 1년을 지냈는데 집 안인지 밖인지 모를 정도로 집 안 공기가 쾌적하지요.”



한편 흙집에서 건강하게 살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된다고. 나무나 흙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소일거리 삼아서라도 자주 손길을 주어야 한다는 것.



“전원에서 흙집의 좋은 점을 누리고 살려면 그 정도 대가는 치러야지요. 그도 싫다면 건강을 둘째 치고라도 아예 시멘트로 집을 짓는 편이 더 낫지요.”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주거에 전통과 현대 과학을 접목한 울산 14.5평 목구조 황토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