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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어디서 보낼지 4개국을 뒤적이다 충남 보령 신흑동을 찾았다는 인골프 뭬링·김자경 부부. 흰색 시멘트 사이딩에다 시더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준 단층 스틸하우스로 완만한 경사지에 앉혀져 단아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집을 지을 때만큼은 건축가를 믿어야 한다는 부부.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고 반영해 평생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소품이며 액자를 걸어 갤러리처럼 집을 가꾼 사연을 들어보자.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보령시 신흑동

·부 지 면 적 : 450평

·대 지 면 적 : 199.65평

·연 면 적 : 52.32평

·건 축 형 태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시더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타일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천 장 재 : 실크벽지

·지 붕 재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타일

·창 호 재 : 미국식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

·정 화 조 : 오수처리시설

·식 수 공 급 : 상수도, 지하수(농업용수)

·시 공 기 간 : 2005년 5월 ∼ 7월

·건 축 비 용 : 평당 350만 원

설 계 : 신영건축사사무소 02-592-0494

시 공 : 신영하이랜드건설 02-592-0514
www.syhiland.com


맨발로 반갑게 뛰어 나오는 차림새가 영락없는 시골 아줌마인 김자경 씨.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가 싶더니, 텃밭에서 채소를 손질하다 말고 남편 인골프 씨가 뭐 도와 줄 것이 없냐며 일손을 털고 나왔다. 햇볕이 쨍하니 후덥지근한데 집 안에 들어서자 시원함이 땀을 녹인다. ‘역시 잘 지은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에 잠길 무렵 부부가 음료수를 권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4개국을 돌아 충남 보령에 보금자리를 튼 부부



무역업을 하던 김자경 씨와 기계 엔지니어였던 독일인 인골프 씨는 15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봐야 안다’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각기 전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2004년 퇴직을 앞두고 노후를 보낼 곳을 찾아 나섰다. 물망에 올린 곳이 한국과 독일을 비롯해 연고가 있는 캐나다와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이었다. 부부는 활동적인 성격에다 더운 곳을 좋아하기에 캐나다는 추워서, 독일은 융통성이 없어서, 필리핀은 안정되지 않아서 후보군에서 제외시켰다.
틈틈이 부지를 물색하던 2002년, 보령으로 놀러왔다가 지금의 부지를 발견했다고.

“주말을 맞아 태안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이 터를 보았어요. 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편해지더라고요. 당시 땅이야 놀려도 큰 손해가 나는 게 아니다 싶어 450평을 구입했지요. 그때는 여기에다 노후 설계를 위한 집을 지을 줄은 생각도 안 했어요.”



땅을 사긴 했지만 여전히 어느 나라에서 노후를 보낼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2004년 가을, 부부는 일선에서 물러난 후 마지막으로 그동안 염두에 두었던 나라를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결정을 내리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결정하면 후회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결정한 곳이 우리나라. 국가를 정하고 나니 어느 지역에 가서 사느냐가 문제였다. 예전에 구입한 보령 땅에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그때 생각난 사람이 신영건축사사무소의 최길찬 건축사였다.

“스틸하우스클럽을 통해 최길찬 건축사의 이름을 들었죠.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 보다 2002년에 송라리 현장에 방문했지요. 안산의 직장에서 가까워 현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현장을 방문해 최길찬 건축사를 만났다. 스틸하우스에 대해 대충은 알았지만 쉽게 설명해 줘 충분히 이해했다고. 안심을 한 부부는 그에게 충남 보령의 부지를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한편으론 최 건축사로부터 ‘땅 참 잘 고르셨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그렇게 땅을 보여준 때가 2004년 10월. 그후 서로 의견을 모아 곧장 설계에 들어갔다.

집을 지을 땐 건축 전문가를 믿어라



단독주택에서 아파트까지 살아봤지만 답답한 것이 싫어 확 트인 침실과 거실이 필요했다고.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에서도 아파트에서도 거주했지만 살면서 가족에게 맞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내가 원하는 게 분명해야 그에 맞는 계획이 나오지 않겠어요?”

서로 각자 일하던 분야에서 전문가였던 만큼 노후를 보낼 집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다. 살다 보니 확 트인 거실과 넓은 부부침실, 손님방과 서재 그리고 욕실 두 개에 집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차고가 필요했다. 그 외 나머지 부분은 최 건축사를 믿고 맡겼다.



“보통 집을 짓고 나서 가구를 고르러 다니잖아요. 그런데 그간 살아 보니까 그렇게 하면 치수나 디자인이 맞는 걸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가구를 미리 골라 놓고 집을 설계할 때 가구 치수를 도면에 반영해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해서 요구 사항을 반영한 기본 도면에다 가구 치수에 맞춘 상세한 부분의 수정만 더해졌다. 그렇게 상세 설계 도면이 나온 후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은 신영하이랜드 건설(대표 김태영)에 맡겼다.

서로 마주앉아 상의하는 과정을 보니 최 건축사가 예술적으로 선을 그려내면 김 대표가 실제적인 것을 해결해 서로 균형이 잘 맞았다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고 이해를 하게 됐다는 부부. 2005년 1월에 처음 설계안을 받아들고 견적을 뽑은 후 5월에 착공해 7월에 마무리지었다.



토목공사를 할 때는 단차가 1.6미터인 경사지라 흙을 메워 두 필지로 만들어 위에는 집을 앉히고 아래에는 텃밭을 가꾸기로 했다. 이를 위해 140대의 트럭을 불렀다니 상상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으리란 짐작이 간다. 다들 140대나 부를 필요가 없다는데 김 대표가 자신 만만해 하니 일단 믿어 보자는 심정이었다. 나중에 보니 더 남는 것도 모자란 것도 없었다고.

“우리도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여서 자꾸 의심하고 사소한 걸 요구하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믿고 맡겼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갤러리 같은, 때로는 카페 같은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서재를, 좌측에는 손님방과 욕실을 배치했다. 이곳을 지나 서재 옆으로 욕실과 함께 부부침실을, 좌측 거실 사이에 부엌을 두었다. ‘ㅁ’자 형태로 물기 많고 지저분해지기 쉬운 주방을 분리하고 거실에서 주방까지 트인 곳 앞으로 식탁을 놓았다. 거실 외부에는 손님방과 욕실 그 사이 공간에 덱을 넓게 드리워 편안한 쉼터를 만들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높이에 낸 창으로 외부 전경을 끌어들이고, 덱으로 향하는 부분을 개방해 그곳에 앉아 내부의 액자를 감상하듯이 꾸몄다.

미리 마련한 체리우드 색상의 앤틱 가구에 어울리도록 실내는 화이트 계열의 실크벽지로 통일했다. 현관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주방 벽에는 벽돌 느낌이 나는 타일을 활용해 아트-월을 꾸몄다. 또한 부엌 바닥에도 김자경 씨의 요청으로 타일을 깔았는데 벽에 쓴 타일과 비슷한 느낌의 색상으로 통일성을 높였다.



한편 천장 공간을 밋밋하게 올리지 않고 역동적인 느낌으로 굵은 라인을 살려 천장고를 달리해 조명을 설치하거나 장식용 선반으로 설계했다.

입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방금 지은 집처럼 깨끗하게 유지하는 비결 좀 알려 달랬더니 다 남편 덕분이라는 김자경 씨. 아내가 ‘나중에 치워야지’ 하고 다른 일을 보다 보면 그 새 치워놓는다는 남편. 서로 소품이며 액자를 곳곳에 걸어 놓아 현관에서 거실까지 향하는 통로는 마치 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텃밭 가꿔 나눠주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라



“이 손이 한때 매니큐어를 칠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손이었다면 믿으시겠어요?” 라며 김자경 씨는 텃밭을 일구느라 뭉툭해진 손을 내밀어 보였다. 아내가 가는 곳마다 뒤를 돌보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남편의 모습이 한 쌍의 원앙 같다.

집 앞 텃밭에 상추며 고추, 배추 그리고 남편을 위해 브로콜리 같은 서양 채소도 심어 놓았다고 한껏 자랑하는 김자경 씨. 친구가 많아 놀러오면 텃밭에 있는 것들을 손에 들려주기 바쁘다고 부부는 입을 모은다.



“집 짓고 아쉬운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만큼 우리가 원하는 바가 정확했고 그 걸 설계에 반영했기 때문이죠. 요즘은 텃밭 가꾸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평소 여행도 하고 텃밭도 가꾸다가도 주말이면 인근 태안해수욕장에 가서 휴식을 취한다는 부부는 이야기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田




글·사진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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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애정 어린 손길로 탄생한 보령 52.3평 단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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