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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맞붙은 230평 대지 위에 경량 목구조로 지은 47평 주택 한 채가 보기 좋게 앉혀져 있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집이라 찾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구읍리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정석현·이윤심 부부의 주택은 마을에서는 화젯거리다. 희망이 없는 촌에서는 더 이상 살기 싫다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판에, 젊은 부부가 금년 5월 이주해 왔기에 주민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구읍리

·부 지 면 적 : 230평

·연 면 적 : 47평

·건 축 형 태 : 경량 목구조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 + 베벨사이딩 + 드라이비트

·내벽마감재 : 드라이 월

·천 장 재 : 루바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미국산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용 : 평당 300만 원

설계·시공 : 파인그로브 02-521-4366
www.ipinegrove.com





정석현(38)·이윤심(37) 부부의 집에 들어선 순간 새내기 전원생활자답지 않게 ‘무르익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실 곳곳에 놓인 운치를 더하는 화분에서, 복도에 걸어 놓은 나무덩굴에서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읽을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경기도 광주 퇴촌의 조적집에서 3년간 생활하다가 금년 5월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고.



안팎에서 묻어나는 ‘전원짬밥’



거실 입구에는 눈높이에 맞춰 초록의 덩굴이 길을 안내하고 덩굴이 내려앉은 자리에는 갖가지 화분과 꽃 장식이 눈요기를 더한다. 이 모두가 이윤심 씨의 작품이다.

전문가 솜씨 못지 않다는 말에, 그는 평소 꽃가꾸기를 좋아해 소일거리 삼아 만든 것들을 모아 놓은 것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 이게 다 퇴촌에서 3년간의 생활을 통한 ‘전원짬밥’의 산물이라고.



“우리 아이가 아토피를 너무 심하게 앓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퇴촌에다 전원생활을 꾸렸어요. 아이 때문에 전원행을 택했지만 나는 시골에서 자랐기에 환경 변화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없었어요. 그곳에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재미에 빠져 지내면서 자연스레 꽃꽂이에도 관심을 가졌던 거예요.”

반면 정석현 씨는 달랐다. 퇴촌에서 경운기를 난생 처음 타봤다는 그는 퇴비 냄새가 고약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그 역시 ‘전원짬밥’을 먹어서일까. 자리를 비운 남편을 대신해 이윤심 씨가 말했다.



“녹색에 적응하다 보니 심신이 편안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몇 년째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 지금은 서울 직장과 포천 집을 오가는 데도 힘든 줄 몰라하더군요. 흙이며 풀이며 자신을 둘러싼 자연 환경이 정서적으로도 참 좋았나 봐요.”

전원생활은 아이도 몰라보게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속을 태우던 아토피도 점점 나아져 갔고 시골생활도 곧잘 해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포천의 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밖에 없지만 아이도 부부도 서울보다 전원생활을 더 좋아한다. 지천으로 ‘자연’이라는 장난감이 있고 놀이터가 있다. 굳이 체험학습을 따로 갈 필요가 없다. 인성교육은 물론이다. 부부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크다.



집과 자연의 하나됨을 위하여



집은 남향받이 터에 시원스레 펼쳐진 초록의 논을 뒤로하고 나지막한 산이 마주하게 앉혔다.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을 얹은 지붕이 운치를 자아내고 흰색과 나무색이 어우러진 외관은 더할 나위 없는 목가풍의 전원주택을 연출한다. 시멘트 사이딩 중간 중간에 사용한 베벨 사이딩이 외관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고, 거실 전면창 주위엔 단열과 방음에 탁월한 적삼목으로 시공했다.

나무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길에는 드나듦을 자유롭게 하고자 자갈을 깔고 그 왼쪽으로 텃밭과 정원을 배치했다. 집 오른편에는 주차장과 임시 창고용으로 자그마한 별채를 마련했다.



현관문과 마주하는 거실 쪽에 나무로 담을 둘러 독립성을 보장한 것이 이채롭다. 개방형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한 쪽을 막은 이유는 ‘아이 컴퓨터를 거실로 내오면서 조금이라도 덜 방해받기 위해서’라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좁아 보이는 거실은 높은 전면창을 내 보완했다.

전면창은 확 트인 시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뒤로 펼쳐진 논과 숲을 있는 그대로 끌어들임으로써 집과 자연의 하나됨을 강조한다. 자연과 집 사이에 ‘-’자형 덱을 둬 또한 가족이 ‘하나됨’을 맘껏 즐기도록 했다. 2층 거실에 후방을 바라보도록 넓은 창을 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내벽은 열과 습기에 강해 미국에서 목조주택 내장재로 널리 쓰이는 드라이 월로 마감, 모서리와 개구부의 곡선미를 그대로 살렸다.



집을 설계할 때부터 항상 ‘자기 집’이라고 표현하는 현장소장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믿고 맡겼다는 부부. 이들의 표현 그대로 ‘집에 대한 의욕과 애착이 정말 강한 분’이어서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고. 애착은 그대로 드러나 간단한 보수일지라도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온다니 마냥 고마울 수밖에.

어느덧 나는 목조 예찬론자



“퇴촌에 살 때 주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집을 짓다 자주 다퉜다는 소리를 많이 접했어요. 그래서 우리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에요. 정말 자기 집처럼 지어 줬어요. 집을 잘 지어 줘서 감사하고, 지금까지 잘 돌봐 줘서 감사하고….”

이 마을 역시 기울어져 가는 여느 농촌 모습과 다름이 없다. 보기 좋은 집들은 고사하고 을씨년스런 마을 풍경이 하늘 위로 펼쳐진 장마 구름과 제격이니 말이다. 그러던 이곳에 금년 5월 모습을 드러낸 이들 부부의 주택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집에 있으면 갑자기 한 어른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던지. 이제는 같이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그게 다 관심이고 애정이더라고요. 다들 떠나는 마당에 젊은 외지인이 들어오니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이곳으로 옮겨온 지 2달째, 이윤심 씨는 어느덧 목조주택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새집증후군도 전혀 없고 입주할 때 오래 전부터 살던 집처럼 포근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갈수록 더욱 집에 애착이 간다는 이윤심 씨. 전원주택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목조주택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면서 4년 차 선배로서 전원생활에 대한 훈수도 잊지 않았다.

“텃밭과 정원 가꾸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전원생활이 풀 뽑는 전쟁이 될 수 있어요. 즐기면 좋은데 일이 되어 버리면 정말 힘들거든요. 자연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 생각하면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될 겁니다.”田





홍정기 기자 / 사진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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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 되는 즐거움 포천 47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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