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지금은 복고復古 열풍 중! 70, 80세대와 함께 했던 한물간 것들이 되살아나면서 기업들이 한창 복고풍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혹자는 그 원인을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이니, 급변하는 사회상에 대한 저항이니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주거에서는 여기에 향수鄕愁와 참살이까지 더해져 시멘트에 밀려났던 흙집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홍석모(49)·김상순(45) 부부는 어릴 적 한옥에 살던 때의 향수를 떠올리며 포항시 북구 양덕동 나지막한 산자락에 목구조 흙집(심벽치기)을 지었다. 홍석모 씨는 한국전통초가연구소(소장 윤원태)의 설계 및 기술 지도를 받아 이 집을 직영으로 지으면서 어릴 적 서울 종로구 충신동에서 ‘ㅁ’자형 한옥에 살던 때의 추억을 되살렸다고. 이 집의 특징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흙과 나무 등 기본 자재는 변함이 없으면서 불편했던 실내 공간 배치나 냉·난방 시설 그리고 내·외장 마감재 등을 현 상황에 맞게 바꿨다는 점이다.




건축정보

·위 치 :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양덕동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집

·대지면적 : 160평

·건축면적 : 31평

·평면구조 : 현대식 일자형 겹집

·벽체구조 : 황토 이중 심벽치기(벽두께 20㎝)

·벽체마감 : 황토맞벽 후 내·외벽 순수 황토미장

·실내구조 : 안방, 아들 방, 딸 방, 거실, 주방, 욕실, 현관, 다용도실, 보일러실

·창 호 재 : 외부 우드컬러 하이새시, 내부 목창·문(세살문)

·바 닥 재 : 황토+운모+백모래 혼합 황토

·벽 지 : 닥종이(한지)

·지붕마감 : 아스팔트 슁글

·난방시설 : 심야전기 보일러

·정 화 조 : 10인용 오수정화조 설치(혐기여상폭기방법)

별채

·건축형태 : 목구조 황토집 4.7평

·실내구조 : 구들방, 주방, 욕실, 툇마루

·난방시설 : 장작 아궁이 시설

·바 닥 재 : 구들장 위에 황토+운모+백모래 혼합 황토로 마감 미장

·지붕마감 : 아스팔트 슁글

·건축비용 : 평당 250만 원

설계 및 기술지도 : 한국전통초가연구소

(052)263-3007. 011-556-2007

홈페이지 : www.koreachoga.co.kr



포항공대 가속기연구소에 근무하는 홍석모 씨가 목구조 흙집을 짓겠다 맘먹은 것은 1992년 직장을 따라 부산에서 포항으로 이주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옛 한옥을 개조해서 살려고 했을 정도다. 한옥의 매력에 불을 지핀 것은 부산 일광의 연립주택에서 고택古宅인 최 부잣집을 바라보며 살면서부터라고.



“연립 2층에 살 때 베란다에 최 부잣집의 감나무 가지가 천연덕스럽게 담을 넘어와 걸쳤지요. 대청이며 툇마루,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지붕선이 아름다운 그 집을 볼 때마다 서울 충신동의 ‘ㅁ’자형 옛집이 떠오르곤 했어요. 그 집이 불편해서 중학교 때 양옥으로 이사하면서 좋아했는데… 양옥에서 아파트로 이사할 때는 또 어땠고요. 그런데 대학에 다니면서 아파트의 편리함은 잠깐이고 답답해서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그때부터 한옥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포항으로 이주하면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한 그런 한옥을 짓겠다며 집사람하고 전국의 유명 고택들을 답사했지요. 집사람이 부업으로 도서대여점을 열면서 잊고 지냈지만…….”

이들 부부는 인근 아파트에서 10여 년간 살았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큰 집이 필요했다. 그런데 40평형대 아파트는 2억 원이 훌쩍 넘자, 그 돈이면 한옥을 한 채 짓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생활정보지를 통해 낯익은 부지를 마련했다고.



“이곳은 내 조깅 코스인데 마침 매물로 나온 부지가 있어 평당 40만 원에 160평을 매입했어요. 개발업자가 임야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해 필지를 300평씩 나눈 땅인데 중간에 개발을 포기했다더군요. 먼저 이주한 아랫집에서 구입한 땅의 절반만 필요했기에 나머지를 팔려고 내놨던 것이죠.”

자녀들이 고입과 대입을 앞둔 시점이라 반대가 많았을 법한데… 알고 보니 홍석모 씨는 전원에 집을 지으면 마당에 농구대를 설치해 주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고.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서울 상계동에 사시는 어머니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어요. 내가 한옥을 좋아했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사촌이나 친구들끼리 만나면 술잔을 나누면서 옛날에 살던 집이며 그를 둘러싼 주변 얘기들을 하잖아요. 그런데 판에 박은 듯한 아파트에서 살면 그런 얘기를 못해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조차 없잖아요.”

저예산 직영으로 집을 지어



부지를 쉽게 마련한 이들 부부는 연면적 40평 복층 목구조 흙집 건축비로 1억 2000만 원의 예산을 잡고 시공업체를 찾았다. 그런데 흙집 시공업체가 드물 뿐만 아니라 그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한 경성대학교 부설 전통초가연구소(소장 윤원태)를 알게 됐다. 전통 목구조 흙집 기능인들을 양성하면서 일반인에게는 설계와 기술지도를 하는 곳이다.

“작년 9월 전통초가연구소를 찾아가 윤 교수에게 건축 예산을 밝히고 목구조 흙집을 40평 2층으로 짓고 싶다고 밝혔지요. 그러자 자재비와 시공비 등을 뽑더니 그 예산이면 직영으로 30평 단층집밖에 못 짓는다고 하더군요. 평당 300만 원, 직영이지만 그동안 상담한 시공업체들이 평당 400만∼500만 원을 요구했기에 설계 및 기술 자문을 의뢰했지요.”



주택은 부지 형태가 옆으로 긴 데다 앞에 집 한 채가 자리해 있어 전망을 고려해 진입로 쪽으로 길게 배치하고, 반대편 제법 널찍한 마당 앞에는 별채를 앉혔다. 평면은 현관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거실과 두 개의 자녀방을, 우측에는 안방과 욕실·주방 겸 식당을 배치했다. 특징은 마당과 접한 우측 지붕선을 길게 뽑아 다용도실과 창고를 냈다는 점이다.

31평 본채와 4.7평 별채는 목구조 흙집으로, 건축주가 윤 교수의 자문을 받으며 직영으로 시공했다. 작년 11월 중순 목구조 공사를 시작해 12월 말에, 황토 미장과 창호 및 마감 공사는 이듬해 3월부터 4월에 마쳤다. 겨울철 공사를 중단한 이유는 뼈대가 일정 기간 수축과 뒤틀림이 진행된 후 이른 봄 황토 미장공사를 함으로써 목구조 흙집의 단점인 목재와 황토벽의 틈 벌어짐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본채 바닥은 건강성 주거를 위해 하방下枋 밑으로 황토(40㎝), 마사(15㎝), 참숯(8㎝), 마사(5㎝), 황토(10㎝)를 깔고 엑셀파이프를 설치한 후 다시 굵은 마사(3㎝), 황토 마감재(6㎝), 황토 대리석 순으로 시공했다. 전통 구들방을 드린 별채는 구들장 위에 황토, 운모 그리고 백모래를 혼합한 황토로 마감 미장을 했다. 두께 20센티미터 벽체는 외를 엮어 황토 이중 심벽치기 후 황토 모르타르로 마감했다.

앞을 내다보고 공간 활용성 높여



이 주택의 특징은 거실과 두 개의 자녀 방을 일체화한 점이다. 홍석모 씨는 대청처럼 넓게 활용하고자 했다고.

“네 가족인데 땅의 모양과 목구조의 한계로 원하는 크기의 방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거실과 접한 아이들 방을 연계시킨 거예요. 딸(고3, 경진)과 아들(중3, 성권) 방의 문을 여닫이 대신에 미닫이로 거실 전면창하고 크기와 위치를 같이해서 달았죠. 또 두 방을 벽체 대신에 미닫이문으로 분리했고요. 딸이나 아들 모두 대학에 진학하면 방이 빌 테니 그때 미닫이문을 떼 내어 세 개의 공간을 하나로 묶어 앞뒤로 트인 대청마루처럼 넓게 쓸 수 있도록 말이죠.”



또 다른 특징은 마당과 접한 우측 처마를 길게 뽑음으로써 활용도를 높인 점이다. 이 공간은 다용도실과 창고로 사용 중인데 홍석모 씨는 욕심이 나는 곳이라 살면서 개조하고 싶다고.

“삼면으로 트인 마당과 접한 다용도실에 누마루를 앉히고 그 밑을 창고로 활용했으면 해요. 안팎이 교류하는 6평 남짓한 공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또 본채 처마를 1미터 정도 덧대 그 밑에 쪽마루도 만들 거예요. 어머님이나 장모님이 묵으시도록 지은 별채 쪽마루에 누워 있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 없거든요.”



마당에는 우리나라 고유 정원처럼 잔디를 깔지 않았는데 올 여름 폭우 때 흙이 자꾸 쓸려 내려서 잔디를 깔까 고민 중이라고. 한편 이들 부부는 예산이 좀더 넉넉했으면 아스팔트 슁글 대신에 너와를 얹어 외관을 고풍스럽게 꾸몄을 걸 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석모 씨는 집을 직영으로 지으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전한다.

“직영으로 한다니까, 사람들이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하더군요. 집 한 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고 하는데 나는 재밌었거든요. 서울 출장 중에 현장으로 급히 포크레인을 부른 것 말고는… 한옥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하면서 여러 곳을 답사했는데 이론과 실전은 다르더라고요. 이번에 상·하수도니 전기 배선이니 하는 설비를 알았어요. 정년퇴직 후에는 한옥학교도 다니고 연고지인 중부권에다 제대로 된 한옥을 내 손으로 직접 지을 거예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전통도 좋지만 집은 그 시대 생활상에 맞게 변하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평면 구조며 인테리어 자재도 옛것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소재도 사용했으면 해요. 사람의 키가 커졌기에 칸도 넓혀야 하고…….”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한 포항 31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