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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도시민들 상당수는 환경 오염과, 인구 밀집, 교통 혼잡 등 각종 공해로부터 벗어나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전원에서 살고자 한다. 그런데 중·장년층의 경우는 당장 직장 문제와 자녀 교육 문제에 발목을 잡혀 전원생활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 대안으로 주말주택, 이른바 세컨드 하우스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달라진 점은 주5일 근무제의 시행으로 휴일이 늘어나면서 모도시母都市에서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 물론 이용 면에서는 1박 2일에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 또는 월요일 새벽까지로 늘어났다. 규모도 예전의 저택邸宅이 아닌 텃밭이나 정원이 딸린 아담한 중·소형 주택으로 변했다.
2004년 7월 경남 창령군 옥천리 사리마을에 32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을 지은 권백안(49세) 씨. 부산에서 신광기전을 운영하는 그는 주말이면 이곳을 찾아 텃밭을 일구고 정원을 가꾸면서 스트레스를 말끔히 푼다고.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창령군 옥천리 사리마을

·부지면적 : 500평

·건축면적 : 32평

·건축형태 : 단층 목구조 황토주택

·실내구조 : 방 2, 욕실 2, 주방, 거실, 보일러실

·외벽마감 : 황토벽돌 줄눈마감

·내벽마감 : 황토 미장 후 한지벽지(오픈형 주방·거실-더글러스 퍼 골조 후 루바 마감)

·지 붕 재 : 오지기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홍송 목문

·난방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및 온수기 설치

·벽 난 로 : 노출형

·싱 크 대 : 자체 제작

·건축비용 : 평당 350만 원

·한옥정자 : 6000만 원

설계 및 시공 : 동남주택건설 (02)3486-4008

www.dongnamhousing.co.kr




경남 창령군의 화왕산 정상은 벼가 누렇게 패기 시작하는 이 계절이면 참억새로 뒤덮여 눈을 즐겁게 한다. 참억새의 황금물결도 그렇지만 입맛을 즐겁게 하는 자연산 송이도 빼놓을 수 없다. 권백안 씨의 주말주택은 화왕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옥천리 사리마을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고르는 곳에 자리한다. 이 주택은 산 중턱에 자리하는 데다 지붕에 연붉은 오지기와를 얹어 마을 어귀에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과 나란히 난 길을 따라서 마을로 들어서면 부산과 대구 사람들이 지은 주말주택이 한두 채씩 점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부산과 대구에서 남해고속도로나 구마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시간 30분 거리로 접근성이 양호해 주말주택지로 손색이 없다.



진입로를 놓쳐 ‘영축산 법성사’ 담을 끼고 돌계단을 올라 논밭 사이의 두둑 길로 들어서는 길은 제철을 만나 메뚜기와 개구리 천지다. 가까이 이르자 아늑한 산세山勢에 둘러싸인 주택을 누렇게 팬 벼이삭이 떠받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권백안 씨는 정원 가꾸기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다. 전면에는 화왕산이 좌측에는 영축산이 그리고 우측으로 옥천계곡이 에돌아 흐르는 한갓진 사리마을, 바로 그의 고향이다. 군복무 후 줄곧 객지 생활을 하다가 이제야 고향을 찾게 됐다고.

“남들은 나더러 향수병鄕愁病에 걸려 지낸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그리워할 고향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나를 위해서 또 아이들에게 뿌리를 알려주고자 여기에 집을 지었지요. 비록 목구조 흙벽돌로 예전에 살던 한옥을 흉내냈지만 그렇게 마음 편할 수 없어요.”



시행착오 끝에 조성한 하늘정원



권백안 씨는 2003년 4필지로 나뉘어진 전田 500평을 매입한 후 직영으로 터를 닦았다. 집과 정원 주변의 밭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집채만한 돌들만 보아도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말이 밭 500평이지 바닥이 전부 돌무더기라 농사짓는 땅은 고작 30평도 안 됐어요. 포크레인을 동원해 돌을 파내 다시 와이어로 묶어 울타리 주변에 석축을 쌓는데 수개월이 걸렸으니까요. 집터는 돌을 쌓고 흙을 메워 1.5∼2미터를 높였지요. 돌이 워낙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엄한 데 돌을 쌓아서 장비 이동이 안 돼 다시 치우느라 애도 먹었고요. 그렇게 들어간 돈이 1억 5000만 원이지요.”



‘땅을 잘 못 사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는 말은 이러한 경우를 일컫는다. 더욱이 설상가상으로 태풍 매미가 창령군 일대를 훑고 지나가면서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입힌 해에 토목공사를 진행했다.

“태풍 매미 때 공사를 중단하고, 수해 복구에 장비가 동원돼 공사를 중단하고… 도무지 일의 끝이 보이지 않더군요. 땅도 잘 사야겠지만 여름철 공사는 피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죠. 비싼 대가를 치르고 안정된 땅을 만들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을 수밖에요.”



권백안 씨가 여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넓은 마당과 덱 그리고 집터 이렇게 세 부분으로 조성한 땅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마당 한쪽에 놓인 정자에서 바라보는 산과 계곡의 풍광은 여기가 하늘정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고전미와 현대미의 하모니



권백안 씨는 당초 옛집을 떠올리며 한옥(목구조 심벽집)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비용뿐만 아니라 재목을 구해 건조시켜 다듬(바심질)는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음을 알았다.

“토목공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에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재목을 구해 바심질을 해서 사개맞춤(기둥머리를 도리나 장여를 박기 위해 네 갈래로 오려 내고 맞추는 일)을 하고 나뭇가지를 엮어 안팎으로 흙을 바를 여유가 없었지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목구조 황토벽돌집이죠.”



설계 및 시공은 서울 서초구 소재 동남주택건설에다 맡겼다. 현장과 업체가 너무 멀면 여러 면에서 불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동남주택건설에서 시공한 주택들의 외관과 인테리어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나도 사업을 해서 잘 알지만 현장과 거리가 멀면 자재 수급이나 사후관리 측면에서 힘들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주택건설에서 지은 집들을 봤을 때, 한옥의 고전미를 살린 외관에다 현대식으로 꾸민 실내가 맘에 들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약속했기에 믿고 맡겼죠.”



이 주택의 평면은 사적공간인 방에 비해 공용공간인 거실 면적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덱을 넓게 뽑은 게 특징이다. 주말주택의 기능에 충실한 것인데 대부분 덱이나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도 방이야 잠만 자는 공간이고 대부분 거실에서 생활하잖아요. 하물며 전원에 자리한 주택이기에 덱이나 거실을 최대한 넓게 뽑아 주변 경관을 끌어들였지요. 집안 사람이 많기에 벌초 후 다 모이면 이 거실도 좁아 보이거든요. 아쉬움이 있다면 천장고가 높다 보니 처마가 좀 짧다는 거예요. 하긴 요즘은 자재가 발달해 바람이나 비에도 벽체가 잘 견디니 문제는 없지만…….”



이 집은 직경 24센티미터인 북미산 더글러스 퍼로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황토벽돌(20×30×15㎝)을 쌓은 후 외벽은 줄눈마감을 했다. 그리고 내벽은 건강을 고려해 황토미장 후 한지 벽지로 고풍스럽게 마감했다. 산중턱에 자리한 집임을 감안 단열을 위해 개구부인 현관에 전실前室을 내고 창호 외부는 시스템창호를, 내부는 세살 목창을 이중으로 달았다.

이 주택의 압권은 정원이다. 진입로에는 흰색 석분을 깔아 파릇한 잔디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낮은 석축 위에는 쥐똥나무로 울타리를 두르고 일정 간격으로 여름에 핀 꽃이 가을까지 가는 백일홍을 심었다. 또 석축 틈새에는 꽃 피는 시기와 색을 달리해 갖가지 영산홍을 심어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감상하도록 했다. 입구 좌측 팔각정 앞에는 주목을 비롯해 향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를 심고 잔디밭 한 가운데 소나무를 심어 높이와 색상을 달리함으로써 변화를 꾀했다.



권백안 씨는 주말이면 가족이나 거래처 사람들과 이곳을 찾는다. 그는 사방으로 확 트인 공간만큼이나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다 보니 가족애가 쌓이고 막혔던 일들도 술술 풀린다고.田



글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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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지은 주말주택 창령 32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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