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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 윤동길(54세)·남필숙(54세) 부부는 〈전원주택라이프〉를 3년간 구독해 온 애독자다. 언젠가는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짓겠다는 생각에 본지와 인연을 맺었는데 이렇듯 집을 짓고 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취재진에게 연신 반가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공부하는 학생이 참고서 보듯 본지를 활용했다'는 부부의 통나무집은 서운산 밑자락, 경기도 안성 서운면 북산리에 위치해 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북산리

·전체면적 : 600평

·대지면적 : 200평

·건축면적 : 75평(지하 포함)

·건축형태 : 통나무주택

·외벽마감재 : 통나무

·내벽마감재 : 통나무

·지붕재 : 동기와

·바닥재 : 황토+자갈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 계 : 김 건축사사무소 031-243-0333

ww.kimdesign.co.kr

시 공 : 직영



참으로 남다른 사연을 간직한 집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통나무주택을 짓게 된 연유는 윤동길 씨의 처남, 즉 남필숙 씨의 남동생에게서 비롯됐다. 1남 6녀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집안의 보물. 그러던 그가 장성해 갑자기 간암 판정을 받자 부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고심 끝에 부부는 마지막 남은 실오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건강주택 짓기에 발 벗고 나섰다. 언젠가는 전원에 내려가 집을 짓고 살자며 관심을 두고 봐왔던 터라 부부에게는 '친환경 건강주택'이 낯설지 않았던 것.

혹시라도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은 들어 있지 않은지 살피고 또 살피어 자재를 골랐다. 이를 위해 3년간 모아 두었던 본지를 꺼내 샅샅이 훑었다. 주말은 물론이요, 평일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곳곳으로 차를 몰았다. 부인 남필숙 씨의 말이다.



"통나무 관련 기사를 모아 공부를 시작했어요. 괜찮다 싶은 집이 있으면 직접 가서 보고. 덕분에 남편이 집 짓기를 시작하면서 살이 얼마나 빠지던지 보는 내가 다 안타깝더라고요."

2005년 11월 설계도면을 받아 든 부부는 곧바로 터를 닦고 기둥을 올리기 시작했다. 차고와 창고로 쓰일 지하에는 H-Beam을 세우고, 1층과 2층은 통나무를 그대로 쌓아 뼈대로 삼았다. 바닥은 자갈을 섞은 황토로 마감하고, 그 위에 유지인 참종이를 5∼8장 겹쳐 콩기름이나 참기름을 먹여 붙인 기름종이 장판을 깔았다. 천장과 벽에도 병환에 시달리는 동생을 위해 숯을 첨가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숯은 다량의 원적외선을 방출하고 음이온을 발생시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터를 닦는 모습부터 윤동길 씨는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처남에게 빠트리지 않고 보여줬다. '너를 위한 집이 이렇게 잘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만 기운을 내라'며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처남은, 남동생은 완공된 집을 보지 못하고 그만 숨을 거두었다.

비싼 수업료, 8000만 원?



이 집에 얽힌 사연이 또 있다. 공사 초기 기존 통나무주택을 짓던 사람의 소개로 알게 된 업자에게 시공을 맡긴 윤동길 씨. 업자는 지하 골조와 통나무 뼈대 2개를 올리더니 그에게 자재를 사는 데 필요하다며 80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아무 의심 없이 요구를 들어줬다. 이것이 문제였다.

돈을 받은 업자는 차일피일 공사를 미루더니 나타나질 않았고 수소문 끝에 업자를 찾아 따졌으나 윤동길 씨는 업자에게서 예전에 진 빚을 갚는데, 그 돈을 다 썼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돈도 문제였지만 그는 점점 병세가 악화되는 처남 걱정이 앞섰다. 한시라도 빨리 처남에게 다 지은 집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업자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그는 집을 짓는 데 몰두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통나무 공급업체에서 필요한 목수 몇 명을 소개받고 공사를 재개했다. 필요한 자재는 윤동길 씨가 일일이 발품을 팔아 수급했다.

하나의 공정이 끝나면 또 다른 사람들을 불러 집을 올렸다. 그러기를 여러 달. 자연 공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완공도 당초 예상했던 날을 훌쩍 뛰어 넘었다. 이런 과정 속에 처남이, 남동생이 숨을 거뒀으니 부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업체를 골랐더라면, 그래서 완공을 앞당겼더라면 처남을 집으로 옮겨오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완공된 사진이라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건강한 전원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웃과의 관계도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부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짬을 내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식사와 다과를 함께 나누고 밭일도 함께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서먹했던 이웃과의 관계도 차차 나아졌고 어느 덧 지금은 서로 경작물을 나눌 정도로 깊은 유대감을 보이고 있다는 남필숙 씨.



"상하수도를 놓고 길을 내는 과정에서도 큰 소리 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집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도 건강해야 남동생이 지내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마침 좋은 이웃 분들을 만나 참 고마웠답니다."

몸이 불편한 이들과 나누고 싶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서운산 밑자락으로 접어드는 곳에 집이 앉혀져 있다. 인근 지역보다 지대가 높아 지하 1층이지만 실제로는 지상에 올려진 것과 진배없다. 차고와 창고로 활용하는 이곳을 둘러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현관이 모습을 드러내고 가늘고 긴 연통을 자랑하는 노출형 벽난로가 거실의 운치를 한껏 북돋운다. 동남향으로 거실 전면창을 내고 2층까지 치솟은 천장은 원목을 그대로 노출시켜 자연미를 강조했다. 전면창이 마주하는 곳에 부부 침실과 주방, 욕실이 자리하고 있는데 침실에 외부 덱으로 나가는 문을 내어 이동의 편이성을 확보한 것이 독특하다.

방 2개, 욕실 하나가 놓여 있는 2층은 공용공간을 확보하기보다 방의 크기를 넓게 한 것이 특징. 편안함과 안락함을 강조한 2층 방 역시 자갈을 섞은 황토로 바닥을 만들고 기름종이 장판을 덮었다. 풍광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만 창을 낸 것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환자가 쉬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동길·남필숙 부부는 현재 이곳을 주말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400평에 달하는 넓은 텃밭을 확보해 주말에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부부는 두릅, 뽕, 살구, 고추, 오이, 토마토, 복숭아, 사과, 밤, 배 등 제철에 나는 각종 야채와 과일을 수확하는 것이 '낙'이라고.

윤동길 씨는 주말에만 사용하는 이 집을 몸이 불편한 이들이 있다면 평일에 묵어가도록 할 생각이다. 환자를 위해 지은 집이니 만큼 고통을 받는 많은 사람이 그가 땀으로 세운 이 집에서 병이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윤동길(016-235-5117) 씨에게 연락하면 된다.田




홍정기 기자 / 사진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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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해 지은 건강한 집 안성 75평 복층 통나무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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