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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은, 2차 대전이라는 암흑기에 역사는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일본의 히로이토 같은 악인들과 함께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 고갱, 세잔 같은 위대한 천재들도 만들어 냈다.
암흑기 정열적인 삶과 사고 방식으로 공산당에 가입한 피카소는 수많은 미술 작품을 창작하면서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피카소는 93세까지 장수했는데 삶 주변에는 여자가 많았다. 60대에는 반려자였던 프랑스아즈 질로 사이에서 아이를 2명이나 낳았다. 한번은 프랑스아즈 질로가 피카소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떻게 그 나이에 쉬지 않고 서너 시간씩 선 상태로 작업할 수 있는가, 피곤하지 않은가?"

그러자 피카소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 작업하는 동안 나는 몸을 문 밖에 두고 있어. 마치 힌두교인들이 사원에 들어올 때 문 밖에 신을 벗어 두고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야. 이런 상태에서 신체는 완벽하게 하나의 식물처럼 존재하지. 화가들이 대부분 장수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주택을 지을 때 누구나 인생의 명작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사고 방식이 피카소처럼 자신의 몸과 정신 세계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천재라고 한다.

건축가가 집을 설계할 때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을 모두 털어 버려야만 훌륭한 집을 설계할 수 있다. 물론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어렵고, 건축주의 생각도 범인凡人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집을 지어 입주할 시점에는 인생의 명작으로 만들어야 한다. 피카소가 그간의 힘든 과정과 불만족스러운 내용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작업한 것처럼. 그래야만 자신의 삶을 꼭 명작까지는 못 끌어올리더라도 행복한 나의 집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부족한 건축가와 만나서 그간 만들어졌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훌륭한 집은 못 되지만 나름대로 좋은 삶을 엮어 가는 집들이라고 생각된다.

화성 60평 복층 스틸하우스

<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대지면적 : 198평(655.00㎡)
·연 면 적 : 60.1평(198.96㎡) / 용적률 - 30.38%
·건축면적 : 37.6평(124.38㎡) / 건폐율 - 18.99%
·구 조 : 스틸하우스
·주차대수 : 1대
·외벽마감재 : 벽돌마감 + 방부 사이딩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 슁글
·창 호 재 : 유럽식 시스템 창호
·식 수 : 지하수
·난 방 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총 4억 1000만 원

이 주택을 짓기 전에 조립식 집이 있었다. 건축주는 가족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했지만, 가족 모두 그 집에 가기를 꺼려했다. 특히, 몸이 편찮은 부인과 장난 심한 손주들이 그 집에 있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건축주는 지금의 주택을 부인을 위한 집이자, 가족을 위한 집으로 짓게 됐다.

이 주택이 위치한 대지는 한 사찰에서 절터로 사용하기 위해 매매를 요청했을 정도로 풍수지리상 좋은 터였기에 지형 조건을 살려 설계에 반영했다.
평면 구성은 공용공간인 거실과 식당을 중심에 배치하고, 2층에는 서재와 침실에서 함께 사용하는 발코니를 냈다. 동서로 길게 배치한 집이지만, 1층 동쪽 끝 주방이나 2층 동서쪽 끝 덱(Deck) 그리고 딸의 방은 서쪽을 향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긴 복도를 연결하는 중간 벽들에 여러 개의 창(내부 고정창 포함)을 내 서쪽의 유실수와 화목花木들이 보이도록 시각적으로 직선화한 것이다. 이러한 기법으로 인해 밖에서도 현관문 중간에 뚫린 유리와 중문유리를 거쳐, 그 넘어의 공용화장실과 전실을 통해 뒤쪽의 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열 십十자의 다소 복잡한 평면 구성이지만, 집 안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해 가족 간의 관심거리를 좁히고자 한 것이다.


보령 52평 단층 스틸하우스

<건축정보>
·대지위치 : 충청남도 보령시 신흑동
·대지면적 : 199.6평(660.00㎡)
·연 면 적 : 52.3평(172.95㎡)
·건축면적 : 52.3평(172.95㎡)
·건 폐 율 : 26.20%
·용 적 률 : 26.20%
·구 조 : 스틸하우스
·주차대수 : 1대
·외 벽 재 : 시멘트사이딩 + 방부목사이딩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마감
·창 호 재 : 미국식 시스템 창호
·난 방 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총 1억 8000만 원

건축주 부부는 오랜 세월로 서로 다른 이국에서 지내다 늦게 만났다. 부군夫君은 독일인이고, 부인은 한국인이라 노후를 보낼 만한 곳(독일, 필리핀, 대한민국)을 찾던 중 지금의 주택이 지어진 대지를 선택했다. 오랫동안 정보를 모으고, 신영에서 진행하던 모방송국 프로그램 현장과 신영에서 시공 중인 현장들을 꼼꼼히 본 후 신영에 설계·시공을 의뢰했다.

이 집은 설계시 기존 사용 중인 가구의 치수를 설계에 반영했다. 짧게는 10년이 넘은 가구들이 처음처럼 깨끗하다. 작은 물건 하나하나까지 아끼는 마음을 집에 담고자 했다. 또한 시공 당시 앞에서 말한 모방송국 프로그램과 공기工期가 겹쳐져 많은 애로를 겪었지만, 건축주 부부가 이런 어려움을 풀도록 도와주고 양해를 했다.

이 집은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서재를, 좌측에는 손님방과 욕실을 배치했다. 이곳을 지나 서재 옆으로 욕실과 함께 부부침실을, 좌측 거실 사이에 부엌을 두었다. 'ㅁ'자 형태로 물기 많고 지저분해지기 쉬운 주방을 분리하고 거실에서 주방까지 트인 곳 앞으로 식탁을 놓았다. 거실 외부에는 손님방과 욕실 그 사이 공간에 덱을 넓게 드리워 편안한 쉼터를 만들었다. 거실 소파에 앉은 높이에 낸 창으로 외부 전경을 끌어들이고, 덱으로 향하는 부분을 개방해 그곳에 앉아 내부의 액자를 감상하듯이 꾸몄다.

미리 마련한 체리우드 색상의 앤틱 가구에 어울리도록 실내는 화이트 계열의 실크벽지로 통일했다. 현관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주방 벽에는 벽돌 느낌이 나는 타일을 활용해 아트-월을 꾸몄다. 한편 천장 공간을 밋밋하게 올리지 않고 역동적인 느낌으로 굵은 라인을 살려 천장고를 달리해 조명을 설치하거나 장식용 선반으로 설계했다.


안성 31.6평 목조주택

<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대지면적 : 180.59(597.00㎡)
·연 면 적 : 30.5(101.07㎡) / 용적률 - 16.93%
·건축면적 : 31.6(104.31㎡) / 건폐율 - 17.47%
·구 조 : 2″× 6″ 경량 목구조
·외 벽 재 : 시멘트사이딩 + 시더사이딩
·지 붕 재 : 컬러 아스팔트 슁글
·창 호 재 : 미국식 시스템 창호
·식 수 : 지하수
·난 방 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총 1억 3500만 원
(주차장, 조경공사비 포함)

큰아들, 며느리가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집이다. 특히 큰아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다음카페(http://cafe.daum.net/greenhousing)에 올린 가식 없는 글에 마음을 빼앗겨 우리 회사에 설계·시공을 의뢰했다.

이 집의 특징은 사생활 보호와 개인을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전체적으로 도로변을 등지게 했다. 하지만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 건축주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곳이 거실이다. 전면창과 천창을 통해 푸른 하늘과 너른 들녘을 보도록 했다.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의 높이 차를 두지 않아 마치 햇살 가득한 들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천창에 걸린 보름달은 또 어떻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여기선 날마다 펼쳐지고 있어요."


포항 45평 복층 스틸하우스

<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잠동
·대지면적 : 109.8평(363.00㎡)
·연 면 적 : 45평(148.38㎡) / 용적률 - 40.88%
·건축면적 : 24평(77.61㎡) / 건폐율 - 21.38%
·구 조 : 스틸하우스
·주차대수 : 1대
·외 벽 재 : 시멘트사이딩 + 방부목사이딩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마감
·창 호 재 : 유럽식 시스템 창호
·난 방 시 설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총 2억 1,000만 원

전체적으로 조금 긴 대지에 주택을 정사각형에 가깝게 앉혔다. 이는 대지 조건상 언덕 위에 조성된 단지에 위치하고, 서쪽으로는 10미터가 넘는 낭떠러지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6미터 도로에 접해 있다. 이러한 대지 조건
이기에 이 집을 서쪽 면에 붙여서 동쪽으로 넓은 마당을 쓰도록 계획했다.
현관을 통해 들어서면 정면으로 다용도실하고 마주치는데, 이는 거실과 주방, 식당을 분리하는 역할과 삼면의 벽체를 이미지 벽체로 꾸미도록 하기 위한 공간이다. 1층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도록 공동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고, 2층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오르면 가족 구성원의 독립된 공간이 있다.
작아 보이는 공간이라 생각되지만,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전혀 부족함 없는 아담한 주택이다.

경주 56.6평 복층 스틸하우스

<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대지면적 : 166.3평(550.00㎡)
·연 면 적 : 56.6평(187.24㎡) / 용적률 - 34.04%
·건축면적 : 37.6평(124.54㎡) / 건폐율 - 22.64%
·구 조 : 스틸하우스
·주차대수 : 1대
·외 벽 재 : 벽돌마감 + 방부사이딩
·지 붕 재 : 천연 슬레이트 기와
·창 호 재 : 유럽식 시스템 창호
·식 수 : 지하수
·난 방 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총 3억 1,000만 원

건축주의 오랜 꿈이 전원생활이었다. 평생 아파트에서 지내다 전원생활을 하게 됐는데 부인의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아파트생활을 버리고 전원주택으로 오는 게 많이 싫었지만 남편이 오래도록 숙원해 온 터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집을 다 짓고 입주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이렇게 예쁜 집을 지어서 살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지요."라는 말을 필자에게 했을 때 그 말이 너무 듣기 좋았다.

이 주택은 여느 주택과 다르게 측면 또는 후면에서 진입하는 듯한 형태를 취했다. 도로와 대지와의 관계 그리고 대지가 지닌 경관 축으로 결정했다. 즉 대지에서 보이는 최상의 경관을 위한 입면과 그에 따른 배치 그리고 도로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주택의 배치는 마당을 얼싸안는 구조로 도로 쪽에서 마당으로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시원하게 트인 창을 통해 경관과 빛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좋은 형태로 디자인했다. 田


최길찬<신영 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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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찬의 전원주택 이야기] 내 인생의 명작,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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