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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기가 아닌 문화로 즐기자


가만히 둘러보자. 당신의 주위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리잡고 있나?

신발장 위, 주방, 컴퓨터, 텔레비전 주변에 식물이 자라고 있지는 않은지. 필자 역시 집과 직장 책상에 식물을 올려놓고 물을 주며 그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단언컨대 앞으로 실내 정원은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더 깊숙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침투할 것이다.

실내정원이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하게 살아가려는 욕구 때문이다. 세상 인간살이는 더욱 삭막해져만 가고 각종 유해 요소를 지닌 건축 소재들이 넘쳐 난다. '이기주의'로 정신을 무장하고 '빠르게 빠르게' '물질'을 좇은 결과 인간사는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다. 이에 대한 반항이 집 안의 축소된 자연, 즉 실내 정원이다.

공기 정화에 탁월한 산세베리아라는 식물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정 25퍼센트에서 이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하니 실로 그 인기는 상상 초월이다. '웰빙'의 위력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고 여전히 척박한 실내 정원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공기정화'. 이 역시도 실내 정원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혜택'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식물 하나를 가꿈으로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로 인해 더 폭 넓게 원예생활을 펼쳐 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더욱 풍요로운 우리네 삶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변화하면서 자라는 식물의 성장 과정은 우리 삶의 한 부분과 너무도 닮았다. 작은 화분 몇 개라도 직접 물을 주고 영양제도 놓아 보고 햇빛 가까이 옮기는 경험을 하자.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새싹이 얼굴을 내밀고 한여름의 바람과 땡볕과 장맛비 속에서도 화려한 꽃은 어김없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한 가꾸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좀 더 넓은 의미의 정원 가꾸기를 시도해 보길 바라는 것이다.
문화를 창출한다고 해서 큰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원에는 나눔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웃음이 있고, 행복의 순간들이 있기에 작은 규모의 정원이라도 문화를 만들어가고 누리는데 충분하다.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을 좀더 친밀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직장인이나 장애인들에게 정원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식물을 가꾸거나, 공기 정화란 하나의 목적에만 기대어 정원을 꾸미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면을 생각하며 정원생활을 즐기고 누린다면 우리는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 식물이 우리 주변에 놓여져야 할 참 이유이자 실내 정원이 문화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오늘 주변 화원에 가서 작은 화분 하나라도 사자. 식물에게 물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나를 살릴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생활 공간을 채워보자. 여기에 여가 생활의 한 방법으로 이웃과 나눔의 시간과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지막 잎새》, 잎새 하나에 자기의 삶을 던져 버린 한 여인. 때론 우리도 나약하기 그지없는 식물 하나의 움직임을 보면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삶의 희망을 말이다.田


이성현 <푸르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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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부르는 실내 정원V-(2)] 전문가 제언(2) 정원, 가꾸기가 아닌 문화로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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