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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전통 가옥을 현대식으로 개량해 황토집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한 집이다. 고령토로 외벽과 내벽을 마감하고 단열을 고려해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았으며 구조용 목재 위에 넓은 판재를 덮어 거실 천장을 지붕선까지 끌어올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예당저수지가 눈앞에서 장관을 이루는 충남 예산 응봉면 복층 목구조 황토집을 다녀왔다.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예산군 응봉면 평촌리
·건축형태 : 목구조 복층 황토집
·대지면적 : 300평
·건축면적 : 53평(1층 35평, 2층 18평)
·외벽마감 : 고령토, 시멘트(거실, 굴뚝)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내장마감 : 고령토
·바 닥 재 : 황토
·천 장 재 : 미송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설계 및 시공 : 좋은집 만들기
041-331-5332

“10년간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땅을 밟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한테 조언도 구하면서 3년 남짓 자료를 수집했어요.”

건축주 정낙훈 씨가 충남 예산군 응봉면에 53평 복층 황토집을 짓게 된 사연이다. 처음에는 기존旣存 주택을 구입하기로 맘먹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으나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고. 이왕 시작하는 전원생활, 우리 가족만을 위한 집을 짓자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후로는 목조주택과 황토집이 눈에 들어왔으나, 현지에서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시공하는 업체를 찾기 힘들었다. 한편 내심으로는 흙을 밟고 살기로 작정한 만큼 집도 흙으로 짓고 싶어졌다. 마침 친구인 김재운 씨가 예산군 응봉면에서 흙집을 전문으로 시공하는 ‘좋은 집 만들기’의 실장으로 있어 그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겼다.


고령토로 모던한 분위기 연출

나무로 골조를 짠 후 단열 효과를 높이려고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아 벽체를 만들었다. 외벽은 황토벽돌 위에 황토와 모래를 1대 1로 섞어 바르고, 그 위에 고령토와 모래를 1대 1로 혼합한 후 여기에다 응고력이 강한 우뭇가사리와 수사水瀉(소귀나물) 등과 함께 반죽해 두 차례 미장했다. 이 집은 외벽을 고릉토 또는 백도토白陶土라 불리는 고령토로 마감하여 분위기가 한결 화사하면서 모던하다.

“흙집을 짓는다고 하자 집사람이 ‘너무 칙칙해서 싫다’며 반대하더라고요. 그래서 현대식 느낌이 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흙집을 짓겠다고 약속했죠.”

‘어떻게 하면 아내의 마음에 꼭 드는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정낙훈 씨는 김재운 실장과 수 차례 상의한 끝에 고령토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백색이면서도 약간의 회색 기운이 도는 고령토야말로 황토가 주는 무겁고 탁한 느낌을 보완할 수 있는 최상의 자재라고 판단한 것이다. 고령토는 높은 열로 구우면 맑은 백색으로 변하는데 조선백자와 분청사기 등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국내산은 질이 좋고 아름다워 일본 등지에 수출할 만큼 그 품질이 우수하다. 김재운 실장은 “고령토가 값이 비싸지만 운이 좋았는지 인근에 문을 닫은 도자기 공장이 많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며 귀띔했다.

고령토와 함께 건축주는 황토집의 모던한 느낌을 주고자 다른 두 군데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밖으로 돌출된 욕실과 굴뚝의 마감 처리가 그것. 욕실 외벽은 콘크리트 벽돌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와 흰 돌가루를 5대 2의 비율로 섞은 모르타르를 1.5센티미터 두께로 바른 뒤 30분이 지난 후 반 굳힘 상태에서 작은 못으로 표면을 긁어내 거칠거칠하게 연출했다.

반면 굴뚝은 시멘트 모르타르를 바르고 인조석 시공용 흰색 압착 시멘트를 덧칠한 후 수족관용 검정 돌을 눌러 붙임으로써 색다른 느낌이 들게 했다.


가구 및 소품, 모두 직접 만들어

안으로 들어서면 1층에는 거실, 주방, 안방, 작은 방, 욕실이 자리한다. 현관문 왼편으로 넓게 자리잡은 거실이 그리고 그 맞은편으로 주방이 보인다. 가장 먼저 높게 솟은 거실 천장이 시선을 잡는다. 2층 지붕선까지 치고 올라간 천장은 마치 서구식 목조주택을 보는 듯하다. 박공 역시 깊고 길게 뻗어 있어 웅장함과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김재운 실장은 황토벽돌로 쌓은 집이라 아무래도 불안해 천장에 구조용 목재 3개를 심어 하중을 받도록 한 다음 건강을 고려해 황토를 4센티미터 올렸다고.

이 집의 특징은 안방에 붙박이 황토 온돌침대를 놓았다는 점이다. 벽, 바닥과 일체형으로 온돌을 들이고 황토로 마감함으로써 황토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도록 한 것이다.

2층에는 침구류 등의 살림살이를 보관하기 위한 대형 수납장을 만들었고, 그 왼편으로 예당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욕실이 딸린 방 하나가 자리한다. 여기서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를 발견했는데 장기간 보관하는 옷이며 집기들의 손상을 막고자 수납장 문틀을 바닥에서 띄웠다는 점이다. 환풍과 환기를 원활히 하여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돋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이 집에 놓인 모든 가구며 인테리어 소품·장식장 심지어 벽난로까지 직접 정낙훈 씨와 김재운 실장이 머리를 맞대고 제작했다. 벽난로용 주물과 거실에 놓일 탁자·의자·소파 등을 만들 목재를 구하려고 이곳 저곳 발품을 팔며 다닌 일 등이 이제는 친구 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우정으로 일군 집. 그래서일까. 이 집에서 더욱 따듯한 사람 냄새가 나는 듯하다.田



홍정기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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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현대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예산 53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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