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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짓는 집

황토와 통나무로 손수 짓는 황토집 ‘견우와 직녀’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다간 좋아하는 것 못해보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을 바라보는 적지않은 나이에 이윤복씨는 결심을 했다. 그래 전원으로 가자. 그리고 23년간의 교사생활을 정리하고 평생 살았던 서울을 떠나 제천의 외진 시골마을로 들어왔다. 빠듯한 예산으로 5백평 정도의 땅을 구입해 손수 집을 지으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이윤복씨를 만났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이윤복씨는 제천의 외진 시골마을에 내려가 황토로 집을 짓고 있다.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23년간 교사생활을 하다 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도시를 떠났다. 언젠가는 시골에 가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장착할 곳을 찾아 아내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 3년 전 이곳 충북 제천시 금성면 진리에 농가주택이 딸린 대지 5백평을 평당 4만5천원에 구입했다. 이 땅을 구입할 때는 당장 내려올 생각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사고로 아내를 잃고 나서 심경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도시가 싫어지고 일에 의욕도 없어졌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신의 모습이 예전처럼 즐겁지도 활기차지도 않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양심의 가책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애초의 생각보다 빨리, 나중에 아내와 함께 조용히 노후를 보낼 생각으로 아내와 함께 땅을 구입해 자리를 잡아둔 이곳에, 이윤복씨는 혼자의 몸으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 내려오게 되었다.

이윤복씨가 터를 잡은 제천 금성면 진리는 KBS 역사드라마 ‘태조왕건’ 촬영지로부터 승용차로 약 2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1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작고 조용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일명 갬골이라도 부르는데 개암나무가 많아 개암골이라 하던 것이 변했다. 진리라는 행정명도 개암나무 진(榛)자를 쓴다.

올 3월 이곳에 내려와 농가주택을 대충 수리해 살면서 손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터는 대지의 가장 윗쪽으로 잡았다. 대지에서는 마을 전체가 내려 보이며 느티나무와 적당히 구부러진 마을 진입로도 한 눈에 들어오는 그러한 곳에 위치해 있다. 또 집 앞에는 커다란 거북바위도 있다.

이윤복씨가 짓는 집은 황토와 통나무를 이용해 짓는 건평 33평의 황토집이다. 중고 포크레인을 구입해 터닦이를 직접 했다. 이렇게 집짓는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직접하기 때문에 30평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약 3천만원이면 충분할 것 같다.

4월 16일 터파기를 시작해 8월말 현재 일부 지붕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런 공정이라면 올 10월쯤 완공될 것 같다. 집의 형태는 두개의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두 공간을 원형의 데크가 연결시켜 준다. 외형상 두 채의 모양이나 가운데 작은 원형의 데크가 두 채를 연결하고 있어 위에서 보면 세 개의 원이 일렬로 늘어선 모양이다.

이윤복씨는 이 집을 ‘견우와 직녀’라 이름지었다. 본체격인 견우는 22평 정도 크기고 별채인 직녀는 8평 정도다. 그리고 두 개의 집을 연결시켜주는 원형 데크를 오작교라 했다.



집짓기에 사용되는 주재료는 황토와 나무다. 자연소재인 간벌목(낙엽송, 소나무)을 30㎝ 길이로 잘라 블럭으로 벽체를 구성하고 블록 사이를 흙과 흙벽돌로 채웠다.
나무 블록은 해충방지를 위해 정제 목초액(15%)에 침전 처리했고 흙 반죽은 부패나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물을 첨가해 반죽했다. 노력이 배 이상 들어가는 공법이었지만 평생 살아야할 주택, 건강주택을 짓는다는 생각에서 신경을 썼다. 흙벽돌 2천장도 직접 찍었다.

벽체를 원형으로 쌓아야하기 때문에 흙벽돌의 형태는 사다리꼴이다. 길이 28㎝에 전면부의 두께는 15㎝로 두껍게 하고 후면부는 그 두께가 13㎝ 정도로 짧게 했다. 이 벽돌을 쌓아 나가면 자연스럽게 벽체는 원형이 된다.

본체인 견우집은 심야전력과 벽난로를 이용해 난방을 하고 별채인 직녀집은 전통 구들을 이용해 군불을 지필 수 있는 온돌방을 만들 계획이다. 임시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농가주택을 헐고 그곳의 구들을 그대로 사용할 생각이다. 그리고 견우와 직녀를 잇는 오작교인 데크는 간벌 소나무와 방부처리목을 이용해 만들 생각이다. 견우와 직녀집이 완성될 때까지 이윤복씨는 매우 바쁠 것이다.

직녀집은 어느정도 완성되었지만 아직 견우집은 벽체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 게다가 바닥이며 내부공사까지 마무리 하려면 아직 많은 노동이 필요하고 시간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 그렇게 집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윤복씨는 즐겁고 또한 그러한 노동을 즐기고 있다.

집이 완성되고 나면 과수원을 열고 살구나무를 심을 것이다. 농부로 돌아가 살구농장을 하겠다는 것이 이윤복씨의 살구같은 꿈이다. 田

■ 글·사진 김경래

이윤복씨가 직접 쓰는
나의 집짓기 경험과 전원생활 맛보기

지난 23년 간의 교직 생활을 미련 없이 정리하고 귀농을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과수재배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더 이상 이것저것 따지고, 나이 더 먹다간 마음만 있지 결국은 꿈으로 끝날 것 같고, 해 보고 싶은 일 못해 보고 죽을 것 같아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충북 제천의 금성으로 터전을 잡고 이사를 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참 맛도 느껴보고 전원생활에 대한 검소하고 소박한 꿈을 실현코자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도깨비 같은 짓을 했습니다.

구입한 대지에 농가주택이 있어 우선은 기거를 하고 있지요. 그러면서 텃밭을 가꾸며, 내 손으로 집짓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간벌목을 이용하니 가격도 저렴하고 내 마음에 드는 집을 맘껏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혼자 이렇게 집을 짓고 있자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다녀갔습니다.

그들은 결코 많이 가진 분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소박한 생각을 지닌 분들이더군요. 저렴한 비용으로 손수 집을 지어, 아주 좋은 집을 지어, 이렇게 소박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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