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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건축주들은 대개 부지 마련에는 공을 많이 들이면서 설계·시공업체 선정에는 소홀하게 넘기는 경향이 있다. 전원주택 거주자들에게 시공 업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물어 보면 건축 상담에 친절하게 응해서, 기존에 지은 집이 예뻐서, 평당 가격이 싸서,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십중팔구는 이렇게 답한다. 가족의 삶을 담아 낼 보금자리를 지을 시공업체를 그렇게 쉽게 선택했다니. 그뿐만 아니라 업체를 선정한 후에는 설계 및 시공, 인테리어까지 알아서 해 달라고 믿고 맡겼다는 말도 듣는다. 그때마다 당혹감을 지우지 못한다. 과정이 그러한데 과연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집 짓고 10년은 더 늙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그럼 전원주택 시공업체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지금부터 그 해법을 찾아보자.


종종 경량 목조주택 시공 과정 일부에만 참여하여 서너 채 짓고는, 그 구조나 공법을 단순하게 생각해 마치 전 과정을 마스터한 것처럼 독립해 시공업체를 차리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정작 등급 구분에 따른 구조재의 설계치나 물량을 산출하기는커녕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목록(Table)조차 판독하지 못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일명 ‘떠돌이 목수’로 통하는 이들의 주 활동 무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목조주택 관련 카페나 블로그다. 여기에다 다른 업체에서 시공한 목조주택 사진을 잔뜩 퍼다 올려놓고 마치 자신이 저렴한 건축비로 시공한 것처럼 예비 건축주들을 현혹시킨다. 이들을 만나 피해를 입은 건축주들은 어디에다 하소연할 때도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카페와 블로그를 폐쇄하고 핸드폰 번호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일부 떠돌이 목수들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시공 실적과 계약서는 꼼꼼히 챙겨야

목조주택 시공업체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주대현 전무는 회사의 연륜, 영업 기간, 시공 실적 그리고 건축주들과의 송사訟事 여부를 꼽았다. 특히 시공 실적만큼은 반드시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주 전무는 15년 전 자신이 시공한 목조주택이 인터넷상에서 여기저기 떠도는데, 그 주택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거나 미미한 부분에만 참여해 놓고 마치 전 과정을 수행한 것처럼 홍보한 사례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시공업체의 자본력 부족으로 공사를 중간에 중단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건축주도 있다. 주 전무는 그러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계약서를 잘 검토하라고 충고한다. 자본력이 부족한 업체일수록 계약서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계약금을 10퍼센트 받은 후 자재가 현장에 도착하면 총 건축비의 30∼40퍼센트에 해당하는 비용을 요구한다고. 그 이유는 목조 건축 자재는 한꺼번에 들어오는데, 그것을 구입하느라 나는 당장 목수들 인건비조차 줄 돈이 없으니 네 돈으로 지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래 표는 일반적인 주문 주택 공사 시 공사 금액 지불 방법이다.

또한 계약서에는 하자 보수 관계도 명시해야 하고 뒤에서 설명할 설계도서가 따라 붙어야 한다. 건축주들은 이것을 요구해야 하고 그럴 권리가 있다. 계약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공사 중이나 공사 후 하자가 발생했을 때 잘잘못을 가리기 어렵다. 양심과 일반론에만 의존할 뿐이다.

분쟁 발생의 해결사, 설계도서

목조주택 거주자들에게 보관하고 있는 설계도서를 보여 달라고 하면 배치도와 입면도, 평면도, 설비도가 전부라고 한다. 구조 도면은 아예 보기조차 힘들다. 이것은 설계도면이지 설계도서가 아니다. 계약서에는 설계도서가 따라붙어야 정상이다.

설계도는 설계 의도를 일정한 규약 하에 도시圖示한 것으로, 설계 전반을 나타내는 도면 외에 구조도·설비도를 포함한다. 시방서는 시공 방법, 재료의 종류와 등급, 자재 메이커의 지정, 공사 현장에서의 주의 사항 등 설계도에 표시할 수 없는 것을 기술한 문서다. 건축 관계 설계도는 우선 부지에 대한 배치도가 필요하다. 건물의 대소大小에 따라 1/1000∼1/200 정도로 그리며, 평면도·입면도·단면도·전개도 및 각부 상세도에 의해 형태와 시공법施工法을 표시한다. 그리고 설비도는 전기(동력·조명·통신)·급배수·공기 조절의 각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설계도서란, 〈건축법〉에 ‘건축물의 건축·대수선이나 건축 설비의 설치 또는 공작물의 축조에 관한 공사용의 도면·구조 계산서 및 시방서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럼 왜 목조주택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단독주택들은 제대로 된 설계도서 없이 지어지는 것일까?

주대현 전무는 설계도서를 포함한 정상적인 계약서를 뽑으려면 건축주가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국가나 지자체에 낼 공과금만 부담하지 설계비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설계하는 사람과 내역서를 뽑는 사람을 관리하려면 당연히 설계비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건축주는 설계비를 줄 생각은 안 하면서 집이 완벽하게 지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주 전무는 설계도서가 완벽할수록 그만한 결과물이 나오므로 거기에 드는 비용은 보험료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시방서란 공사에서 일정한 순서를 적은 문서다. 여기에는 설계도에 나타내기 어려운 재료의 종류와 품질, 사용처, 시공 방법, 준공 기일 등을 명확하게 기록한다. 주대현 전무는 시방서를 제대로 받아야 문제 발생 시 잘잘못을 따질 수 있다고. 여기에 덧붙여 대략적인 시방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한다.

건축주의 무리한 욕심은 부실공사로 이어져

부실 공사에 대한 책임은 시공업체에만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건축주에게도 50퍼센트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건축주가 시공업체에게 뭔가 무리한 요구를 했거나 뭔가 선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축주들 심리는, 예를 들어 30평 목조주택의 건축비가 1억 원이면 적당한 가격인데 8000만 원에 지어달라던가, 평수를 늘려 35평을 1억 원에 지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A시공업체는 그 가격에 짓겠다 하고, B시공업체는 그 가격에는 도저히 못 짓겠다고 한다. 대개 건축주는 A시공업체하고 계약을 맺는다.

A시공업체는 왜 남지도 않고 자칫 손해 볼지도 모를 공사를 맡은 것일까. 주대현 전무는 그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돈이 급하기에 이 집을 지어서 돌려 막고자 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계약 조건을 물고 늘어져 옵션을 걸자는 경우라고 한다. 후자의 경우 건축을 80퍼센트까지만 하고 20퍼센트는 계약서에 없으니 돈을 더 내라고 버틴다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듯하다.

한편 주 전무는 우리나라 건축주들은 귀가 너무 얇다고 꼬집는다. 평생에 한 채를 지을까 말까 하는 집은 중요한데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듣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친구 또는 먼 친척이 건축을 한다고 덥석 맡기기도 하는데 목조주택 건축을 전문으로 하면 모를까, 대부분 검증도 안 된 공법으로 쉽게 짓는다. 그렇게 해서 하자라도 발생하면 목조주택은 이래서 안 좋다고 폄하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건축 수준은 건축주들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田


윤홍로 기자
도움말 (사)한국목조건축협회
02-518-0613, www.kw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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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손에 잡히는 목조주택의 세계(3)] 전원주택 짓고 10년 젋어지는 법-목조주택 시공업체 선정,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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