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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옥룡면에 자리한 주택으로, 흔히 접하는 전원주택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응접실과 전망대 역할을 하는 팔각지붕이 집 측면을 장식하고 입구에서 바라보이는 ‘八’자 모양의 벽면 처마가 이색적이다. 시멘트 사이딩과 파벽돌로 외벽을 마감하고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을 지붕에 얹은 이 주택은 광양시내 아파트에 거주하던 건축주가 은퇴를 계획하면서 마련했다.


건축정보
·위 치 : 전남 광양시 옥룡면 죽천리
·대지면적 : 700평
·건축면적 : 40평
·외벽마감 : 시멘트사이딩+파벽돌
·내벽마감 : 무절 히노키루바, 황토벽돌(안방)
·바 닥 재 : 황토원석(방), 쪽마루(거실)
·천 장 재 : 루바, 벽지
·지 붕 재 : 사각 아스팔트 그림자 슁글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태양광발전소+태양열급탕시스템

·설계 및 시공 : 아스카목조주택(주)
02-556-2975 www.ok-house.com

일본식 목조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식 목조주택하면 언뜻 떠오르는 다다미방, 히노키 욕조, 츠즈키마, WIC 등을 직접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이 주택을 설계하고 시공한 아스카목조주택(주)의 권길상 대표가 일본 현지에서 풍부한 주택 시공 경험을 쌓았다는 사실을 접한 터라 발길은 더욱 바빠졌다. 동틀 무렵 고속도로에 들어선 차는 점심이 다 돼서야 멈추었다.

곳곳에 보이는 일본식 구조

옥룡면 백운산 자락 언덕배기에 자리한 이 주택은 외관부터 독특한 조형미를 풍긴다. 대문에서 마주 보이는 좌측면의 ‘八’자형 처마. 우리나라의 ‘人’자형 처마와 달리 물결치듯 휘어진 모양으로 일본 전통주택에서나 접할 수 있는 형태다. 처마의 재질도 목재가 아닌 부식의 염려가 없는 시멘트 사이딩을 쓴 것도 특이하다.

좌측면을 끼고 굽은 진입로를 따라 정면에 다다르면 뾰족한 팔각지붕이 높이를 자랑한다. 외관뿐만 아니라 실내 역시 기존 주택에서는 접하기 힘든 특이한 구조다. 팔각지붕 안에는 응접실 겸 전망대를 배치했는데, 이곳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부가 아닌 외부 계단으로만 출입하도록 했다.

외벽 상단은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한 반면 하단은 파벽돌을 둘러 단조로운 시선을 보완했고 지붕에는 사각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을 얹었다. 남쪽으로 길게 뻗은 대지에 맞추어 주택을 앉혔기에 일조권은 나무랄 데가 없다. 여기에 높은 언덕배기에 자리한 집이라 하루 종일 풍부한 햇살이 집 안으로 들이친다. 건축주는 대지가 지닌 빼어난 조망과 일조를 살려 집을 앉히기 위해 5년간 꾸준히 계단식 밭을 메워왔다.

‘ㄴ’자로 만든 덱을 거쳐 현관문을 열고 들여다본 내부의 벽과 천장은 일본에서 직수입한 히노키 루바로 빽빽하다. 목재의 과감한 노출 정도가 언뜻 목구조 한옥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스카목조주택 권길상 대표는 “일본식 목조주택의 외관은 서양식 목조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집처럼 전통 노출 구조로 지으면 한옥에 버금갈 만큼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개맞춤처럼 암수 홈 맞춤 형태로 뼈대를 구성하는 점에서도 한옥과 비슷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공간 배치를 보면 현관 정면으로 안방이, 왼편으로 거실과 주방·응접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좌측 정면으로 돌출된 부분에 공용공간을 두어 시원스레 펼쳐진 전망과 함께 풍부한 햇살을 담아냈다. 안방과 작은 방, 주방 곳곳에서 일본식 설계가 읽힌다. 곳곳에 미닫이문을 단 붙박이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심지어 거실에서 다용도실로 향하는 문도 미닫이다.

에너지 ‘O’에 도전한다

원목으로 마감한 욕실 한쪽으로 히노키 욕조가 보인다. 편백나무인 히노키에서 내뿜는 성분은 각종 세균과 곰팡이, 해충 제거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꾸민 욕실은 일본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공간으로 꼽힌다.

형태가 자유롭지 못한 나무 계단 대신 철재로 만든 계단을 따라 올라선 2층은 또 다른 풍경이다. 요즘 전원주택에서 2층을 1층 못지않게 넉넉하게 만들고, 여기에 작은 전용공간을 두어 밖을 내다보게끔 발코니를 설치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주택은 건축면적이 40평임에도 2층에는 자녀 방 하나가 전부다. 2층 공간을 팔각지붕의 응접실 겸 전망대가 대신하기 때문.

이 주택은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으면서 에너지 사용 ‘O’에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열원을 전기화시켰다. 심야전기보일러는 기본이고 가스레인지나 요리 기구도 전기 쿡탑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였을 뿐만 아니라 집 안의 이산화탄소 배출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환경적인 혜택, 일거양득인 셈이다.

올해 2월 입주한 건축주는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700평 너른 대지에 꾸밀 정원 생각에 흠뻑 빠져 있다. 스스로를 부지런하다고 말하는 건축주는 잔디며 야생화며 나무며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심을지 행복한 고민 중이다. 보통 도심에 살다 전원에 내려오면 처음에는 심심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말에 건축주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도심보다 전원에서는 몸을 움직일 일이 많아요. ‘무엇을 어디에 심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루할 틈도 없이 하루하루가 즐겁답니다. 텃밭도 일궈야 하는데 심심하긴요.”


글 ·사진 홍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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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는 광양 40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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