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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집

실용성에 중점 두고 설계 시공한 42평 목조주택

어쨌든 내 땅에 곡식을 심을 수 있게 된 것만도 기쁜 일이었다. 텃밭 한쪽에 임시로 조그만 간이 창고를 지어 놓고 쉬는 날이면 그 곳에서 머물며 밭을 가꾸었다. 그렇게 농사를 짓기 위해 2년여를 오간 뒤 비로소 올 봄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파트를 처분한 돈과 조금 모은 돈을 합쳐 목조주택을 짓기로 하고 건축은 삼우하우징에 의뢰했다. 설계단계에서 부터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고 일일이 상의하면서 일을 진행해 나갔다.


좀 처럼 꾸지 않던 꿈을 꾸었다. 재래식 아궁이에 앉아 불을 지피는데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게 아주 기분 좋은 그런 꿈이었다. 꿈에 불을 보면 좋다는데… 그 꿈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생생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남편을 깨워 땅을 알아보러 나가자고 보챘다. 남편은 고단했던지 오늘은 쉬었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원주택지를 알아본다고 일요일마다 다닌지가 벌써 6개월 째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그날만은 달랐다. 어젯밤 꿈이 예사롭지 않은 게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고, 다시 남편을 흔들어 깨워 결국 함께 집을 나섰다. 이승재 김명근씨 부부가 지금의 집터를 만난 것은 바로 그날이었다. 6개월을 돌아다닌 끝에 공교롭게도 그 꿈을 꾼 날 지금의 집터를 만났다. 그 때가 98년 봄이었다.

남편이 전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보다 앞선 훨씬 앞선 95년 무렵이다. 당시 남편은 몇몇 친구들과 함께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잡초가 무성한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남편 얘기에 따르면 친구들과 함께 가다 그 땅을 발견했고, 함께 개간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만이라도 재미 삼아 채소를 길러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개인 땅이든 나라 땅이든 주인 없는 땅이야 있을리 없겠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것을 보니 그냥 놀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에서 ‘의기투합’ 했다는 게 남편의 설명이었다. 남편 이승재씨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사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이 일을 무척 재미있어 했고,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그리고 남편의 소박한 즐거움은 ‘내 땅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결국 6개월간의 다리품을 판 끝에 꿈을 꾼 다음날 지금의 땅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곳은 준농림전 6백평으로 행정구역상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옥천1리에 속한다. 평당 15만원을 주고 샀는데 매도인의 상황이 다급해 비교적 싼 가격에 땅을 살 수 있었다. 땅을 살 때 가장 큰 기준으로 삼은 것은 서울과의 거리. 남편과 두 아들의 직장이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에 서울과 가깝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최우선 조건이었다.



그러나 땅은 샀지만 당장 집을 지을 여력은 없었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렇겠지만 땅 사고, 집 지을 만큼 돈을 쌓아두고 사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처럼 이승재 김명근씨 부부의 경우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의 아파트를 처분하더라도 돈이 부족하다보니 목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쨌든 내 땅에 곡식을 심을 수 있게된 것만도 기쁜 일이었다. 텃밭 한쪽에 임시로 조그만 간이 창고를 지어 놓고 쉬는 날이면 그 곳에서 머물며 밭을 가꾸었다. 그렇게 농사를 짓기 위해 2년여를 오간 뒤 비로소 올 봄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파트를 처분한 돈과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목조주택을 짓기로 하고 건축은 삼우하우징에 의뢰했다. 설계단계에서 부터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고 일일이 상의하면서 일을 진행해 나갔다.

지난 3월 중순 땅을 고르고 축대를 쌓고 토목공사가 완료된 뒤, 바로 건축에 들어가 지난 7월 말 건축이 완료됐다. 42평 규모의 2층 목구조주택으로 1층이 30평, 2층이 12평으로 실내 구조는 1층엔 방 2개와 거실, 주방, 욕실이 있고, 2층에도 방 1개와 욕실, 거실이 있다.

벽체는 OSB합판과 석고보드를 대고 단열재로는 글라스울과 스티로폼을 병행했다. 내부 마감은 실크벽지, 외부는 하디사이딩으로 각각 마감했으며 지붕은 아스팔트싱글이다.

바닥은 온돌마루로 시공했는데 시공전, 먼저 황토를 바르고 자연 건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루시공을 마쳤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두고 꼼꼼히 챙기면서 집을 지었다. 이밖에 식수는 지하수, 난방은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했다.

집을 짓고 입주한지 이제 두어 달. 남편은 일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온다. 나의 전원주택과 그 앞에 펼쳐진 텃밭, 남편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주말이면 두 아들도 서울에서 온다. 장정 두 명이 들어서니 집안이 꽉 차는 느낌이다. 이승재, 김영근씨 가족의 전원생활이 시작되었다.田

■ 글·사진 류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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