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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통나무, 목조(경량 목구조) 콤비네이션 전원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실내가 전부 나무라 집 안에 들어서면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옵니다. 벽지, 장판, 페인트는 하나도 쓰지 않고 전부 나무로만 마감했습니다. 아름드리 통나무 제일 큰 것으로 거실과 주방을 분리해서 홈-바로도 씁니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부부가 와인을 한 잔 하면 피로는 물론 행복감에 젖어듭니다. 우리 집만의 구름다리도 보여 드릴 게요. 먼길이라도 오시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평소 《전원주택라이프》를 자주 보고 정보도 많이 얻고 해서 직접 지은 집입니다. 꼭 한번 초대합니다. ― 거제에서 김인자"


건축정보
·위 치 : 경남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
·건 축 형 태 : 복층 통나무+경량 목조주택
·부 지 면 적 : 430평
·대 지 면 적 : 215평
·건 축 면 적 : 44평(1층 30평, 2층 14평)
·외 벽 마 감 : 적삼목 사이딩
·내 벽 마 감 : 미송 루바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천 장 재 : 미송 루바
·식 수 공 급 : 상수도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기 간 : 2005년 10월∼2006년 3월
·설계 및 시공 : 건축주 직영

본지本誌 애독자에게 받는 최대의 찬사가 '본지에서 정보를 얻어 아름답고 편안한 집을 지었다'는 말이다. 한반도 서남부 끝자락에 딸린 섬, 거제에서 김인자 씨가 홈페이지(www.countryhome.co.kr)에 제보한 내용이 그러했다. 더욱이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지은 흔치 않은 집이라는 점이 귀에 솔깃했다. 본지 창간 8주년 기념호를 빛낼 주택이라는 생각에 따사로운 봄 햇살만큼이나 가족애가 물씬 풍기고 잔잔한 이야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줄 주택을 찾아 거제로 향했다.


해금강으로 잘 알려진 거제도는 대진고속도로(대전-통영) 개통으로 이제 서울에서 하루 코스로 오가게 됐다. 덕유산과 지리산, 금강과 남강 등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끼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통영나들목을 벗어나 거제대교에 다다른다. 정종국(55)·김인자(52) 부부의 주택은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 안쪽 한갓진 마을에 자리한다. 신구新舊 거제대교가 놓인 임진왜란 한산대첩의 전승지 견내량과 바다 건너 통영 미륵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대문을 열자 정종국 씨는 넓은 잔디밭 우측으로 난 진입로에 답석踏石을 놓느라 여념이 없다. 돌가루를 깔았더니 발바닥에 묻어와서 덱(Deck)은 물론 현관까지 어지럽히기에 그 위에다 백두산 현무암을 덮는 중이란다.

이 참에 잔디밭과 진입로를 구분 짓는 낮은 펜스도 진입로 쪽으로 더 내어 잔디 마당을 보다 넓게 쓸 요량이란다. 집 짓고 사계절을 나면서 불편했던 곳들을 찾아서 틈날 때마다 손보는 중인 듯한데, 그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기성복 같은 아파트에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다.

이 주택은 아름드리 통나무로 뼈대를 짜고 벽면을 경량 목구조로 처리해 선과 면이 굵직하고 시원스럽다. 슬래브 일색인 주택들 사이에서 단연 도드라져 보이는데 그렇다고 생경한 느낌은 안 든다. 외벽 마감재가 천연 자재인 통나무와 적삼목 사이딩이기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정종국 씨는 거제가 고향으로 마산에서 살다가 13년 전 귀향했다. 철근콘크리트 슬래브주택에서만 살다가 8년 전 전원주택을 짓고자 맘먹고 관련 서적과 잡지를 탐독하며 건축 구조를 구상했단다.

부지, 교통 여건에 우선 부지는 2005년 7월에 땅값과 교통 여건, 생활 편의 시설을 두루 살펴서 매입했다. 두 아들 모두 장성한 데다 풍광 좋은 거제라 교육 여건과 자연 환경은 생각지 않았단다. 김인자 씨는 무엇보다 편리한 교통 여건이 맘에 든단다. 큰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기에 서울에 자주 올라가는데 이전 집에서 통영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도 불편했기 때문이란다. 이곳에서 200미터만 걸으면 버스정류장이고 10분 만에 통영고속버스터미널과 대형 마트에 닿으며 대진고속도로 통영나들목도 5분 거리다.

좌향, 살림집은 온화해야 430평 부지의 생김새는 정방형에 가깝고 우측 옹벽을 기준으로 215평씩 밭과 대지로 나뉘며 대지 좌측으로 산자락이 치마폭처럼 펼쳐진다. 주택의 좌향坐向은 볕이 잘 들며 바다에 뜬 한산도 그리고 통영 미륵산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남향으로 잡았다. 주위에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임을 감안해 산을 배경으로 견내량을 향하도록 서향으로 집을 앉히라고 권유했지만, 정종국 씨는 무릇 살림집에는 따듯한 기운이 감돌아야 한다며 남향으로 정했단다.

구조, 환경과 건강을 중시 정종국·김인자 부부는 환경과 건강을 중시해서 건축 구조를 선택했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는 통나무집과 황토집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년간 집을 어떻게 지을까 연구했단다. 통나무집도 황토집도 욕심이 나기에 먼저 통나무 살림집을 짓고 나서 마당 우측에 별채로 구들을 놓은 황토집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살림집을 지은 지 1년이 지났는데 한쪽에 통나무들이 잔뜩 쌓여 있다. 혹, 집을 지을 때 자재 물량을 잘못 산출한 것일까. 김인자 씨는 한가로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지낼 정자를 짓고자 구입한 통나무란다. 바다와 산이 한데 어우러진 곳에 통나무집과 황토집 그리고 정자까지… 이만하면 산천을 찾아 풍류風流를 즐겼던 묵객墨客들의 삶이 예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설계, 수평 수직으로 각 실과 세대 구분 설계를 할 때는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정종국 씨가 가족의 의견을 수렴해 밑그림을 그리면 실내건축학도인 둘째아들 정대진(23세) 군이 캐드(CAD)로 설계도를 완성했단다. 1층 30평은 부부 전용 및 공용 공간으로, 2층은 정종국 씨의 서실書室과 두 개의 아들 방으로 계획했다.

그리고 1층에는 전망이 좋고 볕이 잘 들며 외부에서 이어지는 동선動線이 짧은 전면에 거실과 방을 배치하고, 주방/식당·다용도실·욕실을 후면에 배치했다. 거실과 주방/식당 사이에 가슴 높이로 쌓은 통나무는 공간을 구분하면서 홈바 역할도 겸하기에 눈길을 끈다. 2층에는 계단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20년 가까이 서예를 한 정종국 씨의 서실을, 우측 전면에는 둘째아들의 방을 두고서 그 뒤에 욕실과 수납용 다락을 배치했다.

당초 방으로 계획한 다락은 큰아들이 주로 서울에서 생활하므로 활용 가치를 고려해 용도를 변경했단다. 김인자 씨는 다락은 시공 과정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지붕만 높이면 언제든지 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다락방에는 입구만 있을 뿐 계단실에 막혀 진입 동선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다름아니라 계단실 위에 만든 슬라이딩 판이 구름다리 역할을 한다.

시공, 진한 가족 사랑을 담아 2005년 10월 설계도가 만들어지자 정종국 씨와 정대진 군은 건축 현장과 진주 치목장治木場을 오갔다. 현장 아래 215평 밭에서 통나무를 다듬어도 됐는데 진주 빌더들의 작업장을 빌린 것은 주민에게 소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란다. 김인자 씨는 "우리 집 통나무는 현재 군 복무 중인 둘째아들이 엄마가 나무를 닦다가 가시에 찔리면 안 된다며 정성을 들여 다듬었기에 표면이 매우 매끈하다"고 한다. 달포 만인 11월 17일 상량 마룻대가 올라갔지만 입주는 해를 넘긴 3월 9일에야 가능했다. 정종국 씨는 내·외장 마감공사에 시간과 공사비가 늘어났단다. 원래는 땅값을 빼고 건축비로 2억 원을 예상했는데 외장재를 시멘트 사이딩에서 적삼목 사이딩으로, 내장재를 벽지에서 미송美松 루바로 바꾸면서 공기工期가 늘어나고 1억 원이 더 들어갔다고 한다.

이 주택은 지면에서 기초를 1m 이상 높여 습기를 차단하면서 집 안으로 마당은 물론 다도해의 시원스런 풍광을 끌어들였다. 매트 기초 위에 통나무로 귀를 맞추어 틀을 형성한 후 기둥과 보를 짜고 벽면과 천장은 경량 목구조(외벽 2″×6″, 내벽 2″×4″)로 구성했다. 통나무구조는 이음새에 공기는 소통시키면서 수분은 차단하는 징크(Zinc)로 마감하고, 경량 목구조는 밖에서 안으로 적삼목 사이딩, 방수·투습지, 구조용 합판(19㎜), 인슐레이션, 구조용 합판(11㎜), 미송 루바 순으로 마감했다.

삶, 소나무 향이 솔솔∼ 주택이 지어지자 건축 담당 공무원이 찾아와서 '살림집 맞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그만큼 아름답고 튼튼해 보이는 외관에다 홈-바와 구름다리 등 편리한 기능을 갖춘 주택이다. 또한 통나무 골조에다 바닥은 강화마루로, 벽면과 천장은 루바로 마감했으니 건강에도 좋음은 물론이다. 정종국·김인자 부부는 오늘(3월 9일)이 집 짓고 입주한 지 딱 1년인데 그간 가족 모두 감기 등 잔병치레 한 번 없었단다. 벽체 두께가 40㎝다 보니 여름에는 마당보다 5∼6℃ 온도가 낮고 겨울에는 따듯하며 무엇보다 집 안 가득 은은하게 흐르는 나무 냄새가 상쾌해서 좋단다. 집 안 곳곳에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수납장 등이 보이는데 모두 정종국 씨와 정대진 군의 작품이다. 김인자 씨는 둘째가 군에서 휴가 나올 때마다 가구를 한 가지씩 만들어 놓고 간단다. 정종국 씨는 견내량이 지척에 바라보이는 서실 발코니로 안내하고는, 이 테이블이 둘째가 만들어 준 것이라면 흐뭇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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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와 덱에서 바라보니 텃밭에는 쌈채소들이, 잔디 마당 주위에서는 갖가지 수목들이 파릇파릇한 얼굴을 내민다. 김인자 씨는 곧 식탁에 오를 상큼하고 아삭한 푸성귀들과 사계절 꽃을 보고자 울타리 주위에 심은 갖가지 꽃나무들이 꽃망울을 툭툭 터뜨릴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정종국 씨는 집을 지으면서 철부지로만 알았던 아들이 당당히 제몫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법무사사무소에 맡겨도 될 건축 관련 서류들을 자필로 작성해 관청을 드나들며 처리해 준 아내가 사랑스럽다면서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온 가족이 사랑을 모아 정성껏 지은 집. 수십 억, 아니 그 이상을 호가하는 그 어떤 집도 여기에는 견주지 못할 것이다.田


글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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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지은 집]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지은 거제44평 복층 통나무+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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