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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전원생활 9년 차를 맞은 김응식(85)·이윤자(80) 부부. 치악산 자락에 둘러싸인 산촌이라 사람의 자취가 그리울 만도 한데 이젠 도시에서 하루도 못 버티겠단다. 서울의 아들네 집을 찾았다가 갖가지 소음에다 탁한 공기 때문에 가슴이 콱콱 막혀서 그 이튿날로 되돌아왔다고. 심지어 기존 경량 철골조 조립식 주택을 헐고 경량 목조주택으로 다시 지을 때만 해도 3개월간 인근 펜션에서 생활했단다. 와세다대학교 전자공학과를 나와서 해군 장교로, 모 기업 이사로 사회생활을 한 김응식 씨는 이곳 산촌에서 책을 읽고 손에 흙을 묻히며 사는 삶에서 참맛을 느낀다고. 이윤자 씨는 늘 보아온 풍경임에도 식상함을 느끼기보다는 전원의 사계四季를 시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한이란다. 자연과 벗하며 노후를 보내는 이들 부부만큼이나 따듯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집으로 들어가 보자.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건 축 형 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
·부 지 면 적 : 400평
·대 지 면 적 : 150평
·건 축 면 적 : 59평(1층 30평, 2층 29평)
·외 벽 마 감 : 드라이비트, 인조벽돌, 작삼목 루바
·내 벽 마 감 : 적삼목 루바, 천연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천 장 재 : 적삼목 루바, 천연 벽지(방)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 수 공 급 : 지하수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건 축 기 간 : 2006년 10월∼12월
·설계 및 시공 : 필하우징 033-762-8733 www.feelhousing.co.kr

상춘객賞春客의 차량 행렬에 끼여 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으로 나와 주천·영월 방면으로 접어들면 다소곳한 여인네의 치마폭처럼 치악산이 넓게 펼쳐진다. 산굽이 하나를 돌자 소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밭을 가는 농군 주위로 파릇파릇한 기운이 감돈다. 울퉁불퉁 패인 숲길로 들어서자 밝고 풍부한 햇살이 내리쬐는 양지뜸에 서너 채의 주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붕이며 외벽 모양새만으로도 최근에 지은 듯한 전원주택임을 짐작케 한다.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빈자리에 도시인들이 아담한 마을을 형성한 셈이다.

그 가운데 양옆으로 흐르는 산세山勢를 끌어당겨 교감을 나누듯이 넓게 펼쳐진 주택이 눈길을 끈다. 김응식·이윤자 부부의 59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으로 덱(Deck)과 발코니, 온실 그리고 창을 통하여 안팎이 소통하는 형태가 예사롭지 않다. 기초 부분은 인조석으로 기단基壇처럼 꾸미고 드라이비트를 주조로 필로티(Pilotis)와 2층 거실, 발코니, 벽난로 굴뚝 부분을 2가지 톤의 적삼목 사이딩으로 마감하여 변화를 꾀했다.

부지 여건을 살린 배치 계획

이곳 양지뜸 부지는 400여 평으로 김 홍(56세) 씨가 1997년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 김응식 씨를 위해 마련했다. 신림과 주천을 잇는 도로에서 들고나는 길은 좁지만 안은 탁 트였으며,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은 북고남저北高南低의 형국이라 햇살이 풍부하게 내리쬐고 전망이 좋은 편이다.

부지 모양은 역삼각형으로 집터 150평은 우측 진입로와 맞물려 있다. 집터하고 갖가지 화목花木과 잔디가 뿌리를 내린 정원은 완만한 비탈면으로 경계를 이루고, 그 좌측에는 100여 평의 텃밭이 있다. 새로 지은 집에 오래된 정원이 의아스러웠는데 이윤자 씨는 기존 주택을 헐고 다시 지었기 때문이란다. 7년간 살던 40평 단층 경량 철골조 조립식 주택이 있었으나 내구성이 떨어져 관리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헐어냈단다. 김 홍 씨가 부모님을 위해 그 자리에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고 건강에도 유익이 많은 경량 목조주택을 지은 것이다.

김 홍 씨는 수년에 걸쳐 기존 주택의 공간 배치 단점을 보완하여 이 주택을 직접 설계했다. 시공은 지인知人의 소개로 원주시에 소재한 필하우징에다 의뢰했는데 현장에서 가까워 사후 관리가 용이하고 시공 실적이 많은 데다 건축주들로부터 호평을 받기에 신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삼대가 함께하는 실용적인 공간

이 주택은 삼대가 각각의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 지내도록 크게 3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김응식·이윤자 부부가 상주하는 공간이고, 2층 왼쪽은 김 홍·박세현 부부가 주말에 지내는 공간이며, 2층 오른쪽은 손자손녀와 지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2층 오른쪽 공간은 근대 건축 기법의 하나인 1층은 기둥만 서는 공간으로 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는 필로티를 이용했다. 즉 진입로에 접한 주차장 위에 공간을 구성한 것인데 전면에는 유리 온실이, 후면에는 루바를 사용해 벽체와 천장을 펜션처럼 꾸민 방이 있다. 1층 좌측에 현관과 전실, 계단실을 배치하여 1, 2층 간에 동선動線이 중첩되지 않고 2층은 거실과 온실을 미닫이문으로 분리하여 간섭을 피했다.

목조주택에 황토 찜질방까지

1층은 전면에 거실과 이윤자 씨의 방을, 후면에 김응식 씨의 방과 화장실·주방을 배치했다. 이윤자 씨의 방과 맞붙은 주방에서는 덱을 통해 건물 좌측의 텃밭으로 통한다.

2층 왼쪽은 거실과 방, 드레스룸 겸 파우더룸, 화장실, 욕실, 황토 찜질방, 발코니, 주방 그리고 다시 거실로 이어지는 특이한 구조다. 개방을 필요로 하는 공간은 미닫이문으로, 독립을 필요로 하는 공간은 여닫이문으로 분리하여 기능성을 살린 점이 눈에 띈다. 황토 찜질방은 히노끼 욕조와 샤워부스로 꾸민 욕실보다 1미터 정도 높여서 만들었다. 여기에는 12가지 약초를 매달아 놓아 발코니 한쪽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향긋한 냄새가 진동한다.

2층 오른쪽 전면 유리 온실에는 사계절 잔디와 야생화를 심어 놓았다. 이윤자 씨는 밤중에 유리 온실로 쏟아지는 수많은 별들과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빨갛고 파란색으로 반짝거리는 태양열 정원등이 운치를 더한단다.

산촌에서 제2의 청춘을 맞이하다

김응식·이윤자 부부는 얼굴에 화색和色이 돌고 목소리에 힘이 넘쳐서 80대 중반과 초반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 좋고 공기 맑은 산촌에서 흙과 함께 지내서 그런지 어디에 나가도 80대로 보지 않는단다.

이들 부부는 목조주택을 지은 뒤 무엇보다 가족과 친지들의 방문이 잦고 오랫동안 머물다 가서 좋다고. 집이 넓은 데다 공간을 분리해서 그런지 여러 가족이 찾아와도 제 집처럼 맘 편안하게 쉬었다 간다는 것이다. 또한 집 안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기는 나무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하고, 기름보일러를 때는데 단열이 워낙 잘 돼서 지난 겨울을 적은 난방비로 따듯하게 났다고 한다.

텃밭 한쪽에는 잔디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9년간 100여 평의 텃밭에다 갖가지 작물을 심고 가꿨으나 이제는 힘에 부쳐 그 일부를 잔디밭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작물들만 골고루 심어 놓았는데 어느새 파릇파릇 싹이 움트고 있다며 마냥 즐거워한다.

봄이 다시 찾아오는 것을 회춘回春이라고 하던가. 산촌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들 부부의 삶이 회춘 그 자체다. 만물이 제 계절을 만나 푸른 기운을 발산하듯이.田


글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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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지은 집] 노부부가 펼치는 알콩달콩 전원생활 원주 59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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