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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잘 가꾼 집

자연조건 잘 활용한 정원 아름다운 실버전원주택

하루는 강원도를 다녀오다가 6번 국도가 막혀 이포대교를 건너 곤지암쪽으로 오는데 조그만 골짜기가 있어 우연히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후리란 곳이었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세종대왕 묘자리로 물망에 오를 만큼. 예로부터 산세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합니다. 이곳을 능골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아마 그것에서 연유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곳을 처음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지관, 또는 전원주택 전문가가 아니냐고 묻곤 합니다. 이만한 안목이면 분명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온 땅이 하나 있는데 자리를 보아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두어번 봐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는 지질학을 연구했다는 것 외에는 땅이나 주택에 대해선 아는 게 없습니다.
제가 이 땅을 구입한 것은 지난 97년이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여기 저기 집사람과 구경 삼아 3년을 다녔는데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여러 곳을 다녀 보았지요. 그러나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경비도 많이 들었죠.

어떻게 보면 비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터라 놀이 삼아 다니며 마음에 드는 땅이 있으면 혹시 팔려고 내놓은 게 아닌가하고 묻곤 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마음에 들면 구체적인 분석에 들어갔죠. 특히 조용한 곳을 찾던 상황이라 자동차 소음문제를 염두에 두었는데 도로에서 389m가 떨어져야 비로소 차소리가 들리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장애물이 있느냐 없느냐, 또 있다면 어떤 장애물이 있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체로 그 정도 거리면 자동차 소음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이 것은 학문적인 이론과 경험, 연구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어낸 결론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3년을 다녔으나 마땅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강원도를 다녀오다가 6번 국도가 막혀 이포대교를 건너 곤지암쪽으로 오는데 조그만 골짜기가 있어 우연히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후리란 곳이었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세종대왕 묘자리로 물망에 오를 만큼, 예로부터 산세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합니다. 이곳을 능골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아마 그 것에서 연유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곳엔 외딴 밭이 하나 있고, 바로 아래에는 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마침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나이 지긋한 분이 한 분 계시기에 그 땅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 분 얘기로는 그 땅은 자기 땅이며, 이 다음에 자기의 아들이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가지고 있는 터라고 일러주었습니다. 혹시 팔 의사가 없는지를 물었으나 그 분은 일언지하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팔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으니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당연하지요. 자리를 보니 좌청룡우백호가 뚜렷하고 실개천이 터를 감싸고도는 것이며, 산 쪽을 보니 암반으로 되어 있어 잘만 가꾸면 전원주택지로 일품이 되리라고 확신했습니다. 뒤로는 더 이상의 마을이나 민가가 없이 산으로 둘러싸인 막다른 아주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그 곳을 마음에 들어했던 나는 그 후로도 시간이 나는 대로 그 곳을 찾아갔는데 나중엔 그분이 나보다 3살 정도 위인 것을 알고, 형님으로 불렀습니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 우리는 대화 도중에 공통사항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 분이 6.25때 청주로 피난을 가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피난시절을 보냈는데, 글쎄 그 곳이 바로 제 고향이지 뭡니까. 둘은 그렇게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고, 그렇게 몇 번을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한달. 그 분의 마음은 조금씩 기울었고, 결국은 서울에 있는 자식을 설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저는 그 땅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 때가 97년 봄으로 평당 30만원을 주고 모두 2백60평을 매입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건평 40평(1층 30평, 2층 10평) 규모의 조적조 주택을 직접 설계 해서 지었습니다. 월급쟁이 생활이 다 그렇지만 저 역시 그런 입장에서 3남매 공부시키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그런 좋은 전원주택을 짓는데 무리가 따라 평범한 벽돌집을 지었습니다.



그래도 정원만은 잘 꾸미고 싶어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우선 온양에서 구입한 자연석으로 실개천을 따라 앞쪽으로 축대를 쌓고, 정원과 연못도 만들었습니다.
앞마당에는 잔디를 심어 손자, 손녀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했고, 마당 한쪽으로는 6평 정도의 연못도 만들었습니다. 이 연못은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이 모이고, 다시 흐르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여느 고여있는 연못과 달리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물레방아가 도는 것은 곧 산에서 물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 겨울 얼어붙을 때를 제외하면 물레방아는 쉬지 않고 돌아갑니다.

뒷마당에는 약수도 있습니다. 사철 바위틈에서 약수가 솟아오르는데 애초에는 없었던 것으로 이 곳에 와서 제가 직접 찾아내고 개발한 것입니다. 지질학을 연구했던 덕을 톡톡히 본 경우입니다.

뒷마당에는 약수 외에 조그만 계곡도 흐릅니다. 제가 이 터를 탐냈던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이 조그만 계곡 때문입니다. 인연이 되어 이런 곳을 만나기 전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도 만들 수 없는 그야말로 자연의 선물이죠. 계곡 위쪽으로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요즘 보기 드문 깨끗한 계곡물입니다.

당시의 안목이 맞아 떨어져 지금은 아주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한 귀퉁이에 파라솔을 설치해 우리집만의 커피숍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의 커피 맛을 더욱 일품인데 손님들이 오면 꼭 이 곳에서 커피를 대접합니다.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시원한 바람, 그리고 커피, 누구나 한 번 오면 반하게 되어 있습니다.

어느덧 이 곳에 온 지도 3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 그냥 밭이었던 이 곳도 그 사이 많이 변했습니다. ‘상전벽해’라고나 할까요. 요즘 젊은이들 표현대로 한마디로 ‘용 됐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러나 그런 기억보다는 참으로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하나하나 가꿔가며,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겐 제일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이제는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친구들도 주변에 많이 내려와 살고 있습니다. 처음 전원에 내려가 살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친구들은 저의 이런 얘기와 행동에 대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비로소 제가 터를 잡고 집을 지으니까 그때서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더군요.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깨끗한 물이 있고 그리고 주위로 친구들도 있으니 나로선 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이 곳에선 늘 행복한 하루하루 입니다.田

■ 글·사진 류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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