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자녀 교육을 위한 최선책은 무엇일까?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은 8학군에 진학시키고자 집을 옮기고,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보내고자 여러 학원을 전전케 하는 것? 그러한 모습이 안타깝다는 초등학교 교사 구본국(55)·이경옥(55) 부부. 이들은 “학교 교육의 한계성을 자연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다”며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 ‘자유로움과 창조’를 중시한 부부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두 딸은 모두 예술을 전공했다. 그동안 먼지를 뒤집어 쓴 조각품과 그림들은 주택을 완공한 작년 11월 이곳으로 옮겨져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전원 속주택을 색다른 갤러리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도곡리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조주택(외벽 2″×6″, 내벽 2″×4″)
·부지면적 : 187평
·건축면적 : 1층 32평, 2층 14평
·외 벽 재 : 시멘트 사이딩
·내 벽 재 : 루바, 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온돌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 방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나무와 집 033- 593-5465
www.iwoodhouse.co.kr

이경옥 씨가 어린 시절 살던 곳은 서울에서 개발의 손길이 덜 닿은 지역이었다. 당시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개구리, 메뚜기, 나비 들을 만난 덕에 등하굣길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개발의 여파로 논밭은 빌딩 숲으로 바뀌었고, 그때부터 시작된 아파트 생활은 최근 몇 달 전까지 이어졌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향수병鄕愁病으로 바뀌어 전원생활을 꿈꾸게 했고 결국 그것을 현실로 옮기기로 했다.

건축주 부부는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에 입지 선정부터 건축까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부지는 양평군 도곡리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후배 부부네를 찾아 조언을 듣는 과정에서 그 맞은 편 땅을 매입했다. 주변 환경과 교통 여건이 좋을 뿐만 아니라 지인知人이 이웃에 있으니 나무랄 데가 없었다.

부지 매입 후 나들이 삼아 전원주택 박람회는 물론 수도권에 잘 지은 주택을 답사했다. 그러던 중 ‘나무와 집’의 곤지암 목조주택 시공 현장을 알고부터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을 방문해 기초부터 마감공사까지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작업자들의 능숙한 움직임에 하루가 다르게 집이 형태를 갖추어 가는 모습도 신기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한다. 건축 형태를 목조주택으로 하고 시공사를 ‘나무와 집’으로 정했음은 물론이다.


보일락 말락 꽃잎의 끝자락 보금자리

매화꽃의 잎 모양을 닮았다는 양평군 양서면 도곡리. 그곳에서도 꽃잎 끝자락에 위치한 건축주 부부의 집을 방문하는 이들이 현관인 줄 알고 초인종을 누르는 곳은 뜻밖에도 주택의 뒤편이다. 대부분이 현관을 외부 진입로 가까이 내는데, 이렇듯 과감히 반대편에 낸 이유는 무엇일까.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임야를 계단식으로 개발한 중간 부지로, 그 형태상 마을 전경을 조망하려면 서향으로 좌향坐向을 잡아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조日照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 즉, 거실 전면으로 통유리 창을 낼 때 아랫집과 시선이 마주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주택을 남향으로 배치해 햇살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것이다. 그 결과 유럽식 주택의 후정後庭처럼 진입로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넓은 정원에다 앞산을 끌어들였다.

주 출입구의 위치 변경은 다른 주택과 다른 여러 가지 특징들을 만들어냈다. 진입로 변과 맞닿은 뒤쪽에서 앞쪽 현관까지 진입로를 ㄷ자형 덱으로 디자인했다. 그 덕에 마치 마을 전경과 주택 사이에 난 구름다리로 걸어 들어오는 것과 같은 기분을 맛본다.

현관문을 열면 2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마주한다. 계단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고, 우측에는 부부 침실과 욕실이 있다. 공간구성이 일자 형태라 입면에 변화를 주고자 거실 전면창과 지붕을 삼각꼴로 만들었다. 1층 중앙에 자리한 벽난로 굴뚝이 2층 다락방 입구를 가리기에 다락방에는 공간의 협소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2층 중앙의 오픈 공간에는 서재를, 그 좌측에는 두 딸의 방을 나란히 배치했다.

조각 전시 관람자가 되는 정원, 시인詩人이 되는 다락방

작년 8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10월에 완공을 보았다. 하지만 여건상 바로 입주할 수 없던 탓에 건축주 부부는 한 달 동안 주말에만 머물렀는데 도시로 돌아가기가 무척이나 싫었다고 한다. 온전한 입주가 이루어진 11월 이후, 지금까지 전원생활의 만족도를 이경옥 씨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한다. 올 봄 그동안 몸담았던 교직에서 퇴직했기에 마음이 허할 법한데 전원생활 재미에 심취한 탓에 몸과 마음에 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외출할 때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가까운 꽃시장에 들러 정원에 심을 꽃들을 고른다. 정원에 꽃을 심고 가꾸노라면 남편이 언제 퇴근했는지 ‘저녁 식사시간’이라고 알려줘서야 시간의 흐름을 깨닫는단다.

건축주 부부가 정성을 들이는 정원 곳곳에는 딸들이 학부시절 만든 크고 작은 조소 작품들이 자리한다. 정원에서 눈길을 어느 방향으로 주어도 야외 조각 전시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딱히 둘 곳이 없어 애물단지로 취급했던 작품들이 이제는 집 안팎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시공사의 제안으로 처음 계획에 없던 다락방을 드렸는데 딸들의 작품과 이경옥 씨가 평소에 그린 수채화가 어우러져 작은 갤러리가 됐다. 부부는 다락방 두 개의 천창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보는 재미가 그만이란다. 주위가 고요해지는 밤이면 으레 2층 다락방에 올라가 북두칠성 별자리를 보며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부부는 지금의 행복한 전원생활을 두 딸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학업으로 인해 떨어져 지내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말하길, 머지않아 손자손녀가 생기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련한 푸른 정원에서 맘껏 뛰놀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부부가 함께 교직생활을 한 덕분에 매년 두 번의 방학 기간은 전국을 여행했는데, 이제는 집을 비우고 떠나는 여행 생각이 없어졌다. 겨울과 봄 이렇게 두 계절만 겪어봤지만, 그 시간 동안 바로 앞마당 산자락에 눈이 쌓이고 꽃이 피는 풍경이 황홀해 자리를 뜨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처럼 자랑하고 싶은 집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이경옥 씨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풍경화로 탄생될 것이다.田


박연경 기자·사진 홍정기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공간미 돋보이는 집] 가족 작품으로 꾸민 공간, 양평 46평 복층 목조주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