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운치 있는 집

육송의 구불구불한 자연미 살린 2층 개량한옥


이 집의 설계는 건축주가 직접 했다. 물론 설계사무소에 의뢰해 제작한 설계도처럼 구체적이고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는 머릿속에 있는 자신의 집을 불화를 그려내듯 도화지에 토해냈다. 그가 그려낸 것은 외형상에 있어서는 분명 전통한옥이었다. 기와를 가지런히 얹은 모임지붕 (여러 지붕이 맞물려 모여있는 형태)에 통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황토벽돌을 가지런히 쌓은 기와집. 그러나 평면구성에 있어서는 전통한옥보다는 현대주택의 편리함을 담고 았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저 산이 좋아 오르는 이가 있고 무언가 새로운 다짐을 위해 때론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그리고 또 하나 산을 찾는 이유는 자신이 하는 일에 좀더 정진하기 위함이다. 산은 무언가에 몰두하기에 알맞은 장소이다.
아니 그 어느 곳이라도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라면 인간은 편안함 속에서 사고의 깊이를 한층 더할 수 있다. 이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자연 속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이나 그림을 그리는 이와 같이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또 하나의 혜택이다.

탱화를 그리는 박갑용씨는 5년전 그림에 몰두하기 위해 이곳 청평을 찾았다. 복잡한 서울에서는 왠지 작업 중에 생기는 잡념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을 남겨둔 채 홀로 청평에 들어왔다.

서울과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업은 이곳에서 생활은 서울에서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생각뿐. 작업이 늦어질 때면 작업실 한 귀퉁이에서 새우잠 자기가 일수였고 가족의 얼굴은 일주일에 한번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곳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가족을 위해서도 답답한 서울보다는 공기도 맑고 한적한 이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함께 사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처음에는 작업실을 개조해 생활공간을 마련해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왕이면 가족에게 좀더 나은 집을 마련해 주고싶었다. 때마침 군청에서는 농촌 문화마을 육성사업으로 패키지마을 전원주택단지를 분양하고 있었고 분양가격도 저렴해 그곳을 선택하게 됐다.

물론 그곳의 입지여건도 그의 선택에 크게 한목했다. 앞으로는 북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명당자리에 지금 공사중인 전철이 완공되면 서울로 이어지는 교통도 좋아진다.

무엇보다도 작업실과의 거리가 가까워 마음에 들었던 그는 98년도 27명의 조합원과 함께 이곳 부지(준농림 전)를 평당 10만원에 공동구입했다. 이는 당시 비슷한 조건의 인근부지의 시세가 25~30만원을 호가하는데 비해 월등히 싼 가격이었고 또 마을 부지의 전용을 비롯 토목공사, 상하수도 등 기타부대시설도 군청에서 해 줌으로써 그로 인한 비용절감도 상당했다.

박갑용씨는 이들 부지중 입구쪽 전망이 가장 좋은 위치의 땅 1백40평을 분할 받았다. 분할은 마을 조합원이 모두 모인 가운데 제비뽑기로 결정되었는데 그는 이처럼 좋은 곳의 땅을 분할 받게된 것을 종교적 의미와 결부시킨다.

건축은 작년 4월에 시작되었는데 공사는 건축주 박갑용씨의 직접 진두지휘하에 진행됐다. 건축에 대한 경험이나 이론이 전무한 그가 직접 건축을 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구상한 것을 최대한 반영해 집을 짓고 싶었기에 이러한 조건으로 업자와 계약을 하고 공사에 들어갔던 것이다.


설계 역시 그가 직접 한 것이다. 물론 설계사무소에 의뢰해 제작한 설계도처럼 구체적이고 치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는 머릿속에 있는 자신의 집을 불화를 그려내듯 도화지에 토해냈다.
그가 그려낸 것은 외형상에 있어서는 분명 전통한옥이었다. 기와를 가지런히 얹은 모임지붕에 통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황토벽돌을 가지런히 쌓은 기와집. 그러나 평면구성에 있어서는 전통한옥보다는 현대주택의 편리함을 담았다.

1층에 중앙거실을 중심으로 안방과 안방화장실, 주방, 작은방, 욕실, 서재 겸 작업실을 방사형으로 배치하고, 2층에는 작은방 하나와 화장실을 두었다. 계단은 주방 옆으로 최대한 차지하는 공간을 작게 해 설치했는데 이러한 평면구성은 편리함을 중심으로 한 공간활용이 돋보이지만 구성이 단조롭고 특히 계단이 좁고 가파른 것이 흠이다.

이 집은 곳곳에서 자연미에 중점을 두고 전통한옥의 옛 멋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골조로 쓰인 통나무는 강원도에서 자란 육송으로 거의 다듬지 않은 상태로 사용돼 거치른 나무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벽체는 강원도 폐가에서 가져온 황토벽돌을 안팎에 2중으로 쌓았는데, 외벽은 특별한 마감을 하지 않아 황토의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나고, 내벽은 한지로 마감해 옛 멋이 물씬 풍긴다.

특히 안방과 작은 방에 사용된 한지는 생화(生化)를 직접 넣어 만든 것으로 문양이 자연스럽고 벽에 가까이 다가가면 꽃향기가 베어나는 듯 하다. 창은 통나무 원목으로 틀을 짜고 한옥에 잘 어우러지는 완자창문을 달았다. 이 또한 전통한옥의 양식대로 한지를 발랐는데 단열의 문제로 유리창을 하나 더 달아 조금은 옛 멋이 삭감됐다.

건축주 박갑용씨는 이 집과 조금 떨어진 곳에 별도의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은 그곳에서 이루어지지만 간혹 서재에서도 작업을 한다. 이날도 그는 불화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12월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집중이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준다.田

■ 글·사진 김성용

■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하천리 패키지마을
부지면적: 준농림(전) 1백 40평
부지구입년도 및 금액: 1998년, 평당 10만원
건축면적: 48평(1층 42평, 2층 6평)
건물형태: 2층 개량한옥
실내구조: 1층- 거실, 서재, 안방, 안방화장실, 작은방, 접대용화장실, 주방
2층- 작은방, 화장실, 다용도실
골재: 오일스텐으로 처리된 강원도산 육송
벽체구조: 황토벽돌
내벽마감: 한지(안방, 작은방- 생화를 삽입한 특수한지)
바닥재: 황토 처리 후 온돌마루
창호재: 육송, 한지를 바른 나무로 된 빗살완자창, 유리
지붕마감: 양기와
건축비: 총 1억5천만원(평당 3백만원) 조명, 심야보일러, 싱크대 및 가구 포함
난방형태: 심야보일러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육송의 구불구불한 자연미 살린 2층 개량한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