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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황토집의 새로운 실험은 그 역사가 매우 짧다. 그럼에도 현대 황토집이 주문 주택(전원주택, 단독주택) 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잡은 것은 서구 건축 양식 일변도의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 건축과 차별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통의 복원이라는 정서에 영합하지 않고, 현대 건축의 한 유형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성과다. 나아가 집 짓기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집' 속에 '인간의 삶'과 '민족의 사상'을 담으려는 우리 살림집 정신을 지켜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기술력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아무리 건강에 좋고 민족 건축 양식이라는 대의大義가 있다 해도 소비자의 대중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현대 황토집의 건축 실험은 한옥과 양옥의 어설픈 조합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옥의 뼈대집 구조와 토담집 형태의 황토벽돌집을 결합함으로써 구조 문제와 단열, 현대 주택의 창호 결합과 공간구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지만 아파트 형태와 유사한 평면 구조에는 한옥 방식의 전통적인 지붕이 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트러스(Truss)라는 서구 목조주택의 지붕 공법을 결합한 것이다. 서까래는 처마의 모양으로만 맛을 내고, 형태는 서구 박공 지붕에 아스팔트 슁글이라는 현대 지붕재로 마감했다. 이 첫 실험이 바로 이천 솟대마을의 현대 황토집 4동이다. 소규모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황토집 단지를 조성하고 분양했던 것이다. 황토집이 현대 건축의 한 유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섰던 계기였다.

이천 솟대마을을 통해 다양한 평가들이 도출됐다. 핵심 사항은 지붕의 모양과 지붕 마감재에 대한 이질적인 요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단열 및 창호의 보강 문제였다. 물론 현대 황토집의 건축 소재로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는 구조 목재와 서까래, 처마 마감재 그리고 황토벽돌과 황토 모르타르에 대한 선택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황토집이 갖고 있는 건강주택이라는 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은 완성도 높은 현대 주택을 짓는 일이었다.

이천 솟대마을 착공 이후 지금은 다양한 유형의 현대 황토집으로 현대 건축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았다. 가벼워 보였던 지붕은 한옥 목구조 방식의 지붕 구조인 중도리에 서까래를 고정하고 전체적인 지붕의 선(맛배지붕, 팔작지붕)은 덧지붕으로 만드는 방법을 도출해 냈다. 건축주의 취향과 지붕 모양에 따라 한식 기와와 아스팔트 슁글, 너와, 유럽식 수입 기와 등 다양한 지붕 마감재가 가능해짐으로써 집의 표정도 다양해졌다. 특히 한옥의 처마 선을 살려냄으로써 외형은 한옥이되 공간 구성은 현대적인 집을 만들었다. 내부에서도 거실 공간은 별도의 오량 천장 개념을 도입해 대청마루 느낌의 조형미를 살려냈다.

나아가 한옥 목구조 방식의 복층집도 구조적 안정감을 획득했고, 황토집도 2층이 가능한 현대 주택의 한 유형임을 검증했다. 구조 방식에 있어서도 철근콘크리트 기둥 슬래브에 흙벽 방식이나 치장 벽돌 조적 기둥에 목조 지붕, 흙벽 방식인 혼합형 주택도 새롭게 디자인됐다. 건축비의 대중화를 위한 경량 목구조 방식의 황토집도 시도되고 있다.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 통째로 이해하기

집이 탄생하는 과정은 인간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다. 때문에 집이라는 생명체를 인간의 형상 그대로 보면 집을 짓는 전체 과정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다.

●터를 구하고 설계를 하는 것은 집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터에 맞는 집이 있다. 대지의 폭과 길이, 향向, 경사도를 고려해 주변 환경에 맞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에게 맞는 용도와 기능에 따른 설계(공간 구분) 및 전원주택의 필수인 외부와의 연계성을 잘 살려야 한다.

●기초공사는 건축물이 대지에 뿌리내리는 일이다.
기초가 흔들리면 건물 전체가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절토나 성토한 땅, 건수乾水가 나는 땅, 토질과 지반에 따라 그에 맞는 기초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줄기초에 준하는 기초공사를 진행하되 건축물의 공간 구성과 하중을 고려해 시공해야 한다.

●뼈대(골조)는 집의 규모와 수명을 결정한다.
일정 규모를 갖춘 현대 건축물에 있어 흙벽은 구조체가 아니라 건강한 벽체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튼튼한 집, 안정적인 집, 수명이 긴 집을 원한다면 반드시 뼈대(구조)를 세우는 것이 필수다. 한옥 목구조(기둥, 도리, 보 방식의 민도리집 형태)나 혼합 구조 형태의 구조체를 만들어야 한다.

●집의 외형은 지붕 모양과 지붕재가 결정한다.
건축물의 외형은 지붕 모양이 어떠하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한옥형 지붕 모양을 낼 것인지, 가볍지만 전체적으로 현대식 지붕 모양을 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집 전체의 느낌을 좌우한다. 특히 한식 기와냐, 수입형 외국 기와냐, 아스팔트 슁글이냐, 금속 기와냐, 아니면 적삼목 혹은 참나무 너와냐에 따라 지붕의 구성과 마감이 달라진다.

●황토벽돌의 모양과 성질이 황토집의 기능과 모양을 좌우한다.
황토집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황토벽돌로만 집을 짓는다 생각하고, 어떤 황토벽돌을 사용할까 고민한다. 황토벽돌은 재래 방식의 손으로 찍은 황토벽돌과 기계압을 이용해서 찍는 황토벽돌, 자동화된 공장에서 찍는 황토벽돌로 구분할 수 있다. 옛집의 느낌과 순도를 생각하면 손으로 찍은 재래 황토벽돌이 가장 좋다. 모양이나 시공상의 용이성과 현대적 느낌 등을 고려하면 공장에서 만드는 황토벽돌이 좋다. 물론 비에 강하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혼화제(시멘트, 회, 기타 첨가제)를 많이 사용한 황토벽돌을 피하는 것이 좋다.

●창은 사람의 눈과 같다.
옛 살림집인 황토집은 여름에는 시원하다. 하지만 겨울에는 웃풍과 창 틈으로 들어오는 한기로 윗목의 냉수가 꽁꽁 얼기도 했다. 현대인이 중시하는 전망과 단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호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창호는 채광과 통풍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집 전체의 느낌을 결정한다. 전망과 채광, 환풍을 위한 창을 욕심내서 만들되 단열을 위해서 반드시 이중창으로 구성하고, 내부에는 황토집과 어울리도록 살이 들어간 목창으로 하는 것이 좋다. 단열과 멋을 동시에 취하는 일이다.

●내장의 기능이 원활해야 잔병이 없다.
살다 보면 제일 문제되는 것이 전기와 설비 관련 사항들이다. 집 내부가 밝고 환해야 함은 물론이요, 전열 기구 사용을 위한 콘센트와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유선 및 전화 배선 등은 사전에 계획하고 시공해야 한다. 수도와 보일러 등은 겨울에 얼어 터지지 않고 오래도록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시공해야 한다. 오수와 하수 배관, 정화조 설치 등도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는 공정이다.

●오래 두어도 싫증나지 않는 내부 마감이 필요하다.
인테리어에 예민한 현대인들은 고급 사양의 마감재를 원한다. 특히 벽지, 마루, 화장실의 타일이나 위생기, 싱크대, 전등 등 눈에 보이는 마감재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선택 기준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오래 두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실은 가족의 공간, 생활 공간으로 맛을 내고, 방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화장실과 주방은 기능성 위주의 배치를 우선해야 한다.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난방 방식과 관리 지혜가 필요하다.
겨울철 큰 문제는 난방이다. 상주용 주택일 경우, 에너지 효율이 문제되지만 집을 자주 비우는 주말주택용이라면 사전에 난방 방식의 검토가 필요하다. 난방 방식(심야전기, 석유, 가스, 전기)은 비용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고, 보조 난방 방식(구들방, 벽난로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난방 배관 시 열효율을 고려한 분배기 설치로 효율적인 난방 관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늘 치장에 더 많은 신경을 써왔다. 남 보기에 어떨까 먼저 걱정하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화장에만 치중해 왔다. 분단장을 곱게 하는 일은 재력에 따라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기본을 바꾸기에는 늦다. 집도 사람과 같으니 근본을 이해하면 모든 것이 통하는 법이다.


한옥형 목구조 황토집 짓기

●황토집은 정말 건강에 좋은가?
먹을거리에 있어 신토불이身土不二 유기농산물이 몸에 좋듯, 살림집에 있어 황토집은 신토불이 유기농 주택이다. 황토집은 나무와 흙, 돌 등 천연 자재로만 건축한다. 때문에 요즘 문제가 되는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독성이 없다. 새 집도 오래된 옛집처럼 자연스럽다.
흙벽은 통기성이 있어 밀폐된 건축물이 아니기에 인간의 신진대사를 방해하지 않는다. 습도 조절과 탈취 작용, 숙면 기능까지 황토집은 최상의 조건을 갖춘 인간의 주거 양식이다.
황토방은 열에 작용해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방사함으로써 신체 리듬을 활성화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므로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

●꼭 구조(뼈대)를 세워야 하나?
규모가 작은 건축물이나 부속사 등은 구조체 없이 황토벽돌이나 흙담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공간구성이 다양해지고 건축물의 규모가 커진 현대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구조체가 필수적이다. 황토집은 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구조체를 먼저 세우고 지붕까지 마감한 상태에서 흙벽 작업을 한다. 벽체 자체가 구조체인 일반 주택과 다른 점이다. 흙과 가장 잘 어울리는 구조재는 역시 나무다. 한옥 목구조 방식의 사괘맞춤과 처마 및 지붕은 몇 백 년을 이어오는 우리의 건축 유산이다. 물론 철근 콘크리트 기둥+슬래브 공법이나 조적조 기둥, 철골(C형강이나 H빔) 골조 등 타 공법을 응용한 뼈대 방식도 가능하다.

●쪾정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한가?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황토집이 현대인이 살기에 불편하거나 옹색하다면 그것은 이미 존재 가치가 없는 현대 건축물이다. 황토집이 여름에 시원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흙벽은 통기성과 단열성이 뛰어나고, 긴 처마가 더운 공기를 막아주고 순환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옥, 황토집은 겨울에 추웠다. 허술한 창호지 한두 장이 고작이었고 천장의 웃풍으로 윗목의 물을 꽁꽁 얼게 만들 정도였다. 현대 황토집의 큰 숙제는 아마도 겨울철의 단열 문제일 것이다. 나무 기둥과 흙벽 이음매의 하자를 보완하는 일(흙벽돌 이중 쌓기), 가창틀을 설치해 틈을 밀폐하고 이중창에 공틀을 넣어 단열을 보강하는 일, 천장을 스티로폼 단열과 석고보드 이중 마감 등으로 보완해야 겨울에도 따듯한 황토집이 될 수 있다.

●벽체를 만드는 방법과 황토벽돌, 황토 모르타르는 무엇인가?
옛 살림집은 뼈대를 세운 후 수수깡이나 싸릿대를 엮어 흙으로 맞벽치기를 하고 비에 노출되는 외부는 회벽 미장을 했다. 현재는 벽체를 만드는 작업이 시공상의 편리성과 단열 보강 측면에서 대부분 황토벽돌 쌓기로 바뀌었다. 황토벽돌은 손으로 찍는 재래식 방법의 손벽돌과 프레스 압축 방식, 진공 압착식으로 나뉘며 각각 장단점이 있다. 물에 약한 황토벽돌의 성질 때문에 비에 노출돼도 문제없는, 황토벽돌만으로도 구조체가 되는 벽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적인 첨가물(천연 소재라 하더라도)이 필요하기에 흙이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 변화를 일으킨다. 미장용 황토 모르타르는 특히 그렇다.
문제는 황토집 건축 소재의 원래 성질을 해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시공법을 개발해야 한다.

●2층 황토집도 가능한가?
성곽의 망루나 궁궐, 사찰 등 특수한 용도로 지어진 건축물을 제외하고 우리 살림집은 2층 형태 복층집이 없었다. 이는 농업 중심의 산업 형태와 겨울에 구들 난방을 주로 했던 주거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하지만 택지가 좁고 세대별 공간 구성의 분리(이전의 채 나눔이 현대에는 층으로 구별)가 필요하고, 전망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은 2층집을 선호한다. 이는 층수와 관계없이 온돌 난방이 가능한 기술 발달로 해결했다. 한옥 목구조 또는 경량 목구조 뼈대 방식으로도 안정적인 구조체 형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

●황토집은 관리하기 어렵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흙벽에 대한 관리 문제다. 물에 약한 흙벽이 비와 태풍으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농산물이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주지 않음으로써 얻는 것처럼, 황토집 또한 그만한 주의와 노력이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하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기초를 지표면에서 어느 정도 높이고 처마를 길게 내는 방법 이외에도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해 지붕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시공 기술상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 밖에 나무 기둥과 흙벽 이음매의 보수, 목재에 대한 주기적 관리가 필요할 뿐 나머지 사항은 일반 건축물과 같다.
이러한 것만 유의한다면 현대 한옥, 현대 황토집은 세월과 함께 사람의 냄새가 묻어나는 싫증나지 않는 집임에 틀림없다.

●황토집은 왜 그렇게 비싼가?
소비자가 알고 싶은 내용은 물론 건축비다. 예산에 비추어 보아 집 짓는 일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된 물건을 고르듯이 '평당 얼마예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면 답답한 노릇이다. 기본형은 얼마고, 보급형은 얼마고, 고급형은 얼마라고 하면 '황토집이 뭐 그리 비싸…' 하는 싸늘한 반응에서 '다른 집들보다 좀 비싸네요' 하는 아쉬움까지 건축비 관련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한옥 목구조 사괘맞춤 방식의 견고한 뼈대에 우리 살림집만이 갖고 있는 처마 지붕의 맛을 살리고, 몸에 이로운 흙벽과 황토방으로 건강을 지켜주는 집, 현대적 공간 구성과 마감으로 살기 편한 집, 구들방과 어울리는 집이 되기 위해서는 돈을 더 주고 유기농산물을 사듯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서민 누구나 살 수 있는 현대 황토집을 보급하는 일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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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실과 날실] 웰빙 전원주택 황토집 바로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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