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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종각이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토함산을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원주택들이 속속 들어서는 경주시 진현동 프르뫼마을. 이곳 초입에 자리한 240.6㎡(72.8평) 복층 경량 목조주택은 수직으로 뻗어 오른 선 굵은 벽체가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로 마감한 모임지붕을 받치고 있어 마치 토함산의 부봉처럼 다가선다. 박스 형태에 가깝기에 밋밋하다 싶겠지만 크고 작은 창을 많이 내고 현관 앞과 덱에서 2층 발코니까지 이어지는 포치로 인해 그러한 느낌이 안 든다. 오일스테인을 칠한 적삼목 베벨 사이딩과 가는 줄눈으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치장 벽돌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이 주택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각 실의 기능성을 십분 살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경주시 진현동 프르뫼마을 내
·부지면적 : 1056㎡(320평)
·건축면적 : 240.6㎡(72.8평)
1층 142.0㎡(43평), 2층 90.5㎡(27.4평)
·건축형태 : 복충 경량 목구조(2″×6″)
·외 장 재 : 적삼목 베벨 사이딩 + 치장 벽돌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대리석
·내 장 재 : 산호석, 실크벽지
·천 장 재 : 홍송 보 노출, 원목 루바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기름보일러
·식수공급 : 상수도
·설계 및 시공 : 계림건설㈜ 055-324-0488
www.kaelim.co.kr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고 했던가. 지난 5월 경주시 진현동 프르뫼마을에 240.6㎡(72.8평) 경량 목조주택을 짓고 이주한 박영권(50)·김영숙(47) 부부가 그러하다. 울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 씨는 연초에 입소문으로 알게 된 이곳 부지 1056㎡(320평)을 덜컥 사들였다. “우리도 전원주택에서 건강하게 살자”라는 말을 꺼낼 때까지 김 씨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 대개 전원생활 결심에 이어 부지 매입에서 설계와 시공 그리고 입주까지 길게는 4∼5년, 짧게는 2∼3년 걸린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그 일련의 과정을 5개월 만에 뚝딱 끝마쳤다.

가족 모두 얼마나 전원생활을 간절히 원했기에 그랬을까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생과 대학생인 두 딸은 애완견을 기르게 하고 불편한 교통 여건을 감안해 울산까지 통학할 승용차를 사주면 따라나서겠다고 했지만, 아내는 도시의 아파트를 떠나서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김 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전원주택에서 정원을 가꾸며 건강하게 살자던 남편은 회사 업무로 풀 한 포기 뽑을 시간조차 없어요. 고스란히 내 몫으로 돌아왔는데 처음에는 막막하더니만 지금은 시나브로 전원생활 재미에 푹 젖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알싸한 공기를 마시면서 오늘은 정원에서 무엇을 할까 하는 계획부터 세우니까요.”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배치

박영권 씨는 평생 살 집이기에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며 건축 구조를 경량 목조주택으로 정했다. 설계와 시공은 김해에 소재한 계림건설㈜에 의뢰했는데 이곳 프르뫼마을에 지은 서너 채의 주택이 맘에 든 데다 거리도 가까워 사후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집터는 남서향 정방형으로 후면 2/3는 절토를, 전면 1/3은 성토를 해서 조성했다. 전면에서 우측으로 진입로가 나 있고 좌측 벼랑 아래에는 논이, 뒤에는 계림건설㈜에서 지은 목조주택이 있다. 주택은 진입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좌측 후면에 배치했는데 이로 인해 전면과 우측에 넓은 정원이 생겼다. 진입로와 집터는 약 2.5m 높이의 석축으로 구분돼 있어 마당에는 조망이 탁 트이도록 담 대신 낮은 펜스를 둘렀다. 현관은 대문을 낸 우측이 아닌 남측에 있는데 외부 진입로에서 직접적인 시선을 차단하고 정원을 에돌아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여유를 즐기게 한 것이다.

전면 덱과 현관 앞에는 포치를 설치하여 외관에 변화를 주면서 그 상부를 2층 발코니하고 연결시켰다. 마당에서 높이를 적당히 띄워 안팎 출입이 용이하게끔 삼면에 덱을 깔았는데, 그 아래에다 라틱스로 정원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만들어 놓았다.

동선은 줄이고 각 실의 기능성은 강조

1층 142.0㎡(43평)는 부부 공간으로, 2층 90.5㎡(27.4평)는 자녀 공간으로 구획했는데 각 실의 기능을 살린 공간 구조가 눈길을 끈다. 1층에는 천장을 이중 반자로 꾸민 넓은 홀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거실과 식당/주방, 다용도실 그리고 좌측에는 중복도식으로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과 작업실, 서재를 배치했다.

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현관 양쪽 벽면에는 수납장을 만들어 실용성을 높이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벽은 실크벽지로, 천장은 루바로 산뜻하게 마감했다. 동선의 분기점인 홀이 넓은 편인데 벽면에 앤틱 가구를 배치해 고전미와 현대미가 적절히 어우러지고, 홀과 주방 사이에는 철재 장식물로 마감해 시선을 적당히 차단했다. 홍송 보를 설치한 상부를 오픈시켜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이는 거실의 경우 벽면은 산호석과 실크벽지로, 바닥은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벽면과 바닥이 접하는 부분에는 색상이 다른 대리석으로 포인트를 준 게 눈에 띈다.

거실과 주방/식당은 아치형 몰딩의 개구부로 구분하고 음식물을 나르기에도, 거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음식을 만들기에도 편리하도록 쿡탑을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주방과 식당 사이에 놓았다. 반면 싱크볼과 식당은 거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조리대와 김치냉장고 세탁기를 들여놓은 다용도실의 경우 물 사용이 많은 부분에 단 차를 두어 아트 타일로 마감했다.

가족 공용 화장실은 각 실에서 접근성이 좋은 계단실 밑에 위치하는데 L자 형태여서 문을 열면 화장대와 세면대, 변기만 보이고 샤워 부스는 안쪽 깊숙이 자리해 보이지 않는다. 부부침실은 침대맡을 아트월로 꾸미고 천장을 이중 반자로 처리해 루바로 마감했으며 수납장과 실크벽지 그리고 커튼의 색상과 문양에 일체감을 주었다. 안방 앞에는 퀼트를 취미로 하는 김 씨의 작업실 겸 다실茶室이 있다. 이곳에서는 미닫이문을 통해 뒤의 덱으로 통하며 멀리 토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쪽 서재는 독서나 컴퓨터를 하거나 가족 간의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2층은 딸들을 위한 공간으로 2개의 침실과 드레스룸이 있다. 2층 거실 천장은 박공 형태로 홍송 대들보와 보를 노출시켰는데 1층 거실과 개방돼 있어 한층 넓게 느껴진다. 침실마다 벽지의 색상과 가구 배치가 확연하게 구분되는데 딸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꾸몄다고 한다.

이 주택은 부부 공간과 딸들의 공간을 층으로 분리했다는 점 외에도 각 실의 기능을 살려서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원에서는 도시보다 더 부지런해진다는 김 씨는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원에다 갖가지 유실수를 심을 계획인데 가을이라야 뿌리를 잘 내린다는 것이다. 아직도 전원생활에 낯설고 서툰 게 많지만 그 와중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참맛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田


윤홍로 기자 ·사진 박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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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각 실의 기능을 강조한 공간구조, 경주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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