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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보다는 음력으로 날짜를 기억하고 하루하루 변하는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가 검게 그을려도 당연한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바로 농민이다. 이처럼 한평생 농민으로 우직하게 살아온 김학률(53)·강경필(48) 부부는 올해 기존의 집 아래에 위치했던 밭에 새로운 집을 지었다. 논과 밭을 갈고 소까지 키우며 1남1녀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낸 부부는 그동안 계속 미루어 두었던 집을 짓고자 애지중지 키우던 소 다섯 마리를 팔았다. 그렇게 아쉽게 떠나보낸 것도 잠시, 집이 올라가는 동안 쌍둥이 송아지를 포함해 네 마리가 태어나니 명당에 터를 잡아 길吉하고 복을 받는 것만 같다며 흐뭇해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안동시 풍천면 금계리
·대지면적 : 600.0㎡(181.8평)
·건축면적 : 99.3㎡(30.1평)
·건축형태 : 단층 경량 목조주택
·외벽마감 : 경량 목구조 2″× 6″
·내벽마감 : 루바, 실크벽지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천 장 재 : 실크벽지, 리빙우드(욕실)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설계 및 시공 : 대림목조주택 054-855-5681
www.dlwoodh.com

계속해서 비만 내리던 8월중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순풍順風을 만난 듯 안동시 풍천면의 들판은 눈부시게 짙푸른 색이었다. 곳곳에 경운기가 서있는 전형적인 농촌 들녘을 지나니 슬레이트와 콘크리트 집 사이에 깔끔한 하얀색 외벽의 김학률(53)·강경필(48) 부부의 보금자리가 보였다. 강 씨는 어제야 숨었던 해가 나기 시작했다며 더위에 지친 기색도 없이 밝은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26년 만에 다시 찾은 신혼 기분

올해로 시집온 지 26년째라는 강 씨는 결혼 후 콘크리트 주택에서 줄곧 지내왔다. 4식구 살기에 비좁은 공간과 전경을 가리고 있던 우사牛舍로 인해 생활의 불편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하루하루 농사일에 바쁘다보니 새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도 매년 농한기에는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언젠가는 지을 집에 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 갔다.

그토록 바라던 주택을 드디어 짓고 완공하자 기다렸단 듯이 형제친척들이 살림살이를 선물해줬다. 시댁은 8남매, 친정은 6남매로 대가족도 보통 대가족이 아닌 형제 관계다 보니 어려울 때 주고받음이 습관화되어 있단다. 그렇게 마련된 살림 덕에 결혼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부부는 새신랑, 새신부가 된 듯 화사한 분위기에서 지내게 되었다.

여기는 농부의 집

지금은 집을 떠나서 공부하는 큰딸을 제외하고 아들과 부부의 생활공간을 마련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생활의 편리함과 대지에 맞는 풍수지리를 살피는 것이었다. 좌향坐向이 정남향이 아닌 동쪽으로 약 15° 틀어서 집을 앉힌 것과 주방을 현관 맞은편으로 낸 것은 풍수의 믿음에서 비롯됐다. 비교적 넓은 거실과 달리 3개의 방과 주방 겸 식당은 작은 편이었는데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만 없으면 그만이라고. 그래도 가족 모두 편히 쉴 수 있는 거실은 건강을 고려해 천장까지 루바로 마감했고, 거실 전면 맞은편 벽면은 지루하지 않게 푸른 대나무 무늬 실크벽지로 아트월을 구성했다. 농기구들이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자칫 복잡해질 것을 감안해 주방 좌우로 2개의 다용도실을 마련했고, 주택 외부로는 농사일로 흙 묻은 부부가 손과 발을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을 주택 좌측과 후면 2군데 설치해 편리함을 더했다.

건축주와 시공사 대표의 도원결의桃園結義

3년 정도 지나자 양옥집 지붕에서 물이 새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김 씨는 고민 끝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집이길 바라며 목조주택으로 결정했다. 정직한 시공사를 찾던 중 김 씨 형제의 친구가 목조주택 시공사를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 상담을 받아보았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공사 기간이었지만, 설계 단계부터 참여 가능하다보니 부부는 ‘집을 드디어 짓는구나’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설계 단계에서 의견을 여러 번 번복하는 바람에 최우열(대림목조주택 대표) 씨를 애먹였다고. 그럼에도 군말 없이 정성껏 집을 지어주는 시공사 관계자에게 완공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사를 대접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다 보니 남남이었던 건축주와 최 대표는 형과 아우하며 절친해졌다. 맛난 농작물을 최 대표가 방문할 때마다 손에 들려 보내는 건축주와 가까운 거리도 아님에도 자주 들러 새로 지어진 집에 무언가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살피는 최 대표는 서로가 갖고 있는 재주를 베풀 줄 아는 넉넉한 사람들이었다.

입주 후 처음 여름을 나는 부부는 마을에서 목조주택 1호 집 주인이 되었다. 외관에서부터 여느 농가주택과 다른 신기함과 호기심에 찾아든 이웃은 “나무향이 솔솔 베어 나와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 같다”고 연신 부러워한단다. 반면 정작 부부는 가장 바쁜 시기에 집이 완성되어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강 씨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힘든 농사일을 잠깐 멈추고 점심식사 때 집에 들어서면 예전에는 몰랐던 편안함과 아늑함이 느껴지니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김학률·강경필 부부에게 편안함과 휴식을 가져다주는 이 주택은 정자나무의 그늘과 같은 존재다. 마을 어귀에서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해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고 편히 쉬었다 가는 그늘을 만드는 정자나무처럼 말이다. 부부가 합심해서 만든 그늘 아래서 부부간의 정은 더욱 두터워질 것만 같았다.田


박연경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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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집] 정자나무 그늘을 닮은 안동 단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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